버너스리가 모범으로 든 URL은 넉 달 만에 사라졌어요
버너스리가 모범 사례로 든 URL은 넉 달 만에 사라졌지만, 그 글 자체는 28년째 같은 주소에서 열려요. 링크 로트의 원인과 AI 시대의 의미를 정리했어요
AI·테크넉 달 만에 죽은 링크, 28년째 살아 있는 글
1998년, 팀 버너스리는 “Cool URIs don’t change”라는 짧은 글을 썼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좋은 주소는 변하지 않는다” 정도예요. 웹을 만든 사람이 웹 관리자들에게 보내는 잔소리에 가까운 글이었고, 핵심 문장은 이거예요.
“URI1는 변하지 않아요. 사람이 그걸 바꿀 뿐이에요.”
그는 글 안에서 좋은 주소의 예시를 몇 개 골라 보여줬어요. 그중 하나가 미국 잡지 『Money』의 기사 주소였는데, 버너스리는 여기에 “괜찮아 보인다”는 코멘트까지 달았어요. 그런데 그 주소가 붙어 있던 사이트 pathfinder.com은 1999년 4월에 타임워너가 통째로 내려버렸어요. 그가 모범 사례로 지목하고 넉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어요.
구독자님, 반면 버너스리 본인의 그 글은 지금도 1998년 발행 당시의 주소에서 그대로 열려요. 28년째요.
모범 사례로 꼽힌 주소는 넉 달 만에 사라졌고, 그것을 지적한 글은 그대로 남았어요. 링크가 사라지는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누가 그 주소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는지예요. 그리고 이 오래된 문제가 2026년에 갑자기 다시 중요해졌어요. 웹을 읽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옮겨가면서, 링크의 역할이 ‘가는 길’에서 ‘증거’로 바뀌었거든요.
웹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사라져요
먼저 얼마나 사라지는지부터 보죠. 퓨 리서치 센터가 2024년에 내놓은 조사가 이 분야에서 가장 인용할 만한 실측이에요. 커먼 크롤2 데이터에서 연도별로 약 90만 개씩 페이지를 뽑아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추적한 연구예요.
결과는 이랬어요. 2013년에 존재하던 웹페이지의 38%가 2023년 10월 기준으로 접속되지 않았어요. 10년이 지나면 셋 중 하나 이상이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심지어 2023년 페이지도 8%가 이미 접속 불가였어요. 1년도 안 돼서요.
더 눈에 띄는 건 위키백과예요. 위키백과 문서 5만 개를 조사했더니 54%가 최소 하나 이상의 죽은 참고문헌 링크를 갖고 있었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확인할 때 가장 먼저 여는 그 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자기 근거의 일부를 이미 잃어버린 상태라는 얘기예요.
법정으로 가면 더 심해요. 하버드 로스쿨의 조너선 지트레인과 로런스 레식 팀이 2014년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인용된 URL의 약 50%가 원래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어요. 『하버드 로 리뷰』 논문에 인용된 링크는 상황이 더 나빠서, 원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 26.8%뿐이었어요.
여기서 이 연구가 구분한 두 개념이 중요해요. 링크 로트(link rot)는 주소를 눌렀을 때 오류가 뜨는 경우예요. 레퍼런스 로트(reference rot)3는 주소는 멀쩡히 열리는데 내용이 바뀌어 있는 경우고요. 연구진이 발견한 건 후자가 훨씬 더 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즉, 열리지 않는 링크보다 열리지만 내용이 달라진 링크가 더 많아요. 이게 왜 위험한지는 조금 뒤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한 가지 짚어둘 건, 이 수치들이 전부 미국 중심 표본이라는 점이에요. 한국어 웹의 소실률을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공개 자료를 저는 아직 못 봤어요. 다만 네이버 블로그·카페 서비스 종료, 다음 뷰나 미투데이처럼 통째로 사라진 플랫폼들, 언론사 기사 DB 개편을 떠올려 보면 한국 쪽이 더 나을 이유는 딱히 없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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