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은 복제할 수 있어도 내 판단은 직접 해야 해요
한 번 학습한 AI 모델은 여러 곳에 복사해 사용할 수 있어요. 그 편리함 때문에 결과를 검토하는 일까지 생략하게 되는 문제를 살펴봤어요.
AI·테크20와트 뇌를 두고도 우리는 왜 판단을 넘기고 있을까
디지털카메라가 막 나오던 시절,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카메라는 인간의 눈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눈이 적은 에너지로 복잡한 장면을 인식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었죠. 다만 카메라와 눈의 성능을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저는 요즘 여기에 문장을 하나 더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뇌는 적은 에너지로 다양한 일을 해요. 다만 어떤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정하지 않고 AI와 비용 효율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어요. 뇌는 대략 20와트, 흐릿한 백열전구 하나 켜는 정도로 돌아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겨요. 우리는 뇌를 갖고도 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을까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학습을 마친 모델을 복사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한 사람의 뇌와 수많은 요청을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을 그대로 비교해서는 이 차이를 알기 어려워요. 그리고 문제는 그다음, 사람이 판단까지 기계에 넘기는 데서 생겨요.
카메라가 눈을 앞선 지점은 복제와 전송이에요
눈과 카메라는 작동 방식이 달라요. 인간의 눈에는 원뿔세포가 약 600만 개 있고, 이를 바탕으로 초당 약 16억 비트의 입력을 추정한 연구도 있어요. 하지만 이 정보량 추정치를 카메라의 화질이나 가격 대비 성능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어요.
여기서 제가 비교하고 싶은 건 기록을 복사하고 전송하는 능력이에요. 눈이 본 장면은 머릿속에서 꺼낼 수가 없어요. 복제도, 전송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나눠 갖기도 안 되죠. 반면 디지털 사진은 파일로 저장돼요. 완벽하게 복사되고, 어느 기기에서나 똑같이 열려요. 카메라는 내가 본 장면을 다른 사람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겨줘요.
재미있는 건 그 마지막 벽마저 지금 조금씩 뚫리는 중이라는 거예요. 뇌를 스캔해서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이미지를 AI가 복원하는 연구가 매년 정교해지고 있거든요. 아직은 방 하나만 한 스캐너가 필요하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장면보다 실제로 눈에 비친 장면을 훨씬 잘 읽어내는 수준이지만요. 그래도 원리는 이미 증명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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