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호

'쉬었음' 통계는 돌봄하는 청년을 빼고 세요

돌봄하는 청년은 '쉬었음' 통계에서 정의상 처음부터 빠져요.

사회'쉬었음' 통계는 돌봄하는 청년을 빼고 세요

‘단절된’ 청년은 또래보다 돌봄과 가사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어요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주 짧은 글을 하나 올렸어요. 일도 안 하고 학교도 안 다니는 18~24세 청년, 미국 통계에선 이들을 ‘disconnected(단절된)‘라고 불러요. 2024년 기준 16%예요. 여기까지는 익숙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번엔 연구팀이 규모를 세는 대신, 이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봤어요. 미국 시간사용조사1 22년치(2003~2024) 자료를 합쳐서 분석했어요. 가장 눈에 띈 항목은 게임도 유튜브도 아니었어요. 가구원 돌봄이었어요. 단절된 청년의 약 41%가 조사 당일 가족을 돌봤어요. 그렇지 않은 또래는 16%였고요.

구독자님,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겨요. 우리는 이 사람들을 ‘단절’이라고 불러왔는데, 정작 뭘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는 왜 이제야 봤을까요?

이 글에서 살펴볼 건 미국 청년의 생활만이 아니에요. 통계에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가 원인 진단까지 미리 정해버린다는 점이에요. 한국의 ‘쉬었음’은 제외 조건이 미국보다 더 세분화돼 있어서, 방금 본 41%처럼 돌봄을 하는 청년은 정의상 이 범주에 들어오지 않아요.


미국이 ‘단절’이라 부른 청년들의 하루

먼저 하나 짚고 갈게요. 연구팀이 보여준 건 ‘몇 시간을 썼나’가 아니라 ‘그 활동을 했느냐’예요. 그래프 부제가 “Probability”인 이유예요. 41%는 하루의 41%가 아니라, 41%의 사람이 그날 돌봄을 했다는 뜻이에요.

그 기준으로 보면 결과는 이렇게 나와요.

돌봄만이 아니에요. 가사활동에서도 단절된 청년이 76%로 또래(64%)보다 높았어요. 밥을 하고 치우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요. 노동통계에는 한 줄도 안 잡히는 활동이에요.

반대로 일과 교육은 낮았어요. 당연해요. 일도 학교도 안 하는 상태가 ‘단절’의 정의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게 있어요. 일 관련 활동이 0%가 아니라 10%예요. 이 10%의 정체를 연구팀이 짚어요. 구직, 면접, 그리고 물건을 팔거나 소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공식 소득 활동이에요. 통계상 ‘미취업’인 사람이 돈을 벌려고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교육도 마찬가지로 22%가 잡혀요. 재학생이 아닌데도요.

가장 결정적인 건 두 번째 그래프예요. 사교·여가는 양쪽 다 95% 근처, 먹고 마시는 시간도 95% 근처, 통화는 18% 대 17.5%, 소비는 43% 대 42%예요. 차이가 사실상 없어요. 놀고 있어서 단절된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노는 시간은 똑같아요.

딱 하나 눈에 띄게 낮은 항목이 이동이었어요. 82% 대 94%. 12%p 차이예요. 밖에 덜 나간다는 뜻이에요. 돌봄과 가사 비중이 높은 것과 같이 보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이동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연구팀의 결론 문장은 이거였어요. “disengagement(의욕 상실)가 아니라 constraints(제약)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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