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구독 해지, AI가 대신 처리해 줄 수 있을까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절차는 소비자의 시간과 돈을 빼앗아요. AI가 이 부담을 줄이려면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능력과 서비스 접근 권한이 함께 필요해요.
사회가입보다 어려웠던 해지
미국 FTC가 문제 삼은 아마존 프라임의 과거 해지 절차는 네 페이지, 여섯 번의 클릭, 열다섯 개 선택지를 거쳐야 했어요. 회사 내부에서는 이를 ‘일리아드’라고 불렀다고 해요. 호메로스의 긴 서사시에서 따온 이름이죠. 앞서 어도비의 다크 패턴 소송을 다뤘는데, 아마존 사건에서도 가입보다 해지를 어렵게 만든 설계가 쟁점이었어요.
스탠퍼드 경제학자 닐 마호니(Neale Mahoney)와 Groundwork Collaborative의 채드 마이젤(Chad Maisel)은 2026년 2월 보고서에서 이런 일상의 불편을 ‘짜증 경제(Annoyance Economy)’라고 불렀어요. 고객센터 대기, 보험 서류 처리, 숨겨진 수수료 등에 드는 시간과 돈을 합치면 미국 가계의 부담이 연간 최소 1,650억 달러라는 추산이에요.
저는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AI가 소비자 대신 구독 해지나 환불 요청을 처리하면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 봤어요. 반복해서 버튼을 누르거나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일 중 일부는 맡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불편에 드는 시간과 돈
보고서의 총액은 여러 자료를 모아 계산한 추정치예요. 실제로 지출한 돈뿐 아니라, 낭비한 시간을 평균 임금으로 환산한 금액도 포함돼요. 예를 들어 미국 근로자가 의료 행정 업무에 쓰는 시간의 가치는 연간 216억 달러, 분석 대상 열 가지 수수료는 연간 900억 달러로 제시돼요. 서로 다른 종류의 부담을 돈으로 환산한 것이므로, 전부 기업에 낸 현금이나 구독 해지 때문에 생긴 손실로 읽으면 안 돼요.
구독을 계속 결제하는 이유를 살펴본 연구도 있어요. 아이나브(Liran Einav), 클로팩(Benjamin Klopack), 마호니의 2023년 논문1은 열 가지 구독 서비스의 결제 자료를 분석했어요. 카드가 교체돼 이용자가 갱신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하는 달에는 해지가 크게 늘었어요. 연구진은 소비자가 매번 주의 깊게 갱신을 판단하는 가상 상황과 비교하면, 부주의나 관성 때문에 서비스별 매출이 14%에서 200% 넘게 높아진다고 추정했어요. 해지 화면을 어렵게 바꾼 뒤 매출이 그만큼 늘었다는 실험 결과는 아니에요.
아마존은 2025년 9월 FTC와 총 25억 달러 규모로 합의했어요. 민사 제재금 10억 달러와 소비자 환급금 15억 달러예요. FTC는 직원들이 원치 않는 가입과 복잡한 해지 절차를 알고 있었다는 내부 문서를 근거로 제시했어요. 합의에는 가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쉽게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갔어요.
모든 불편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에요. 낡은 시스템이나 복잡한 행정 규정 때문에 생기기도 해요. 다만 가입은 쉽게 만들고 해지는 어렵게 두면, 떠나려던 소비자가 결제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의 유인으로 작용해요.
부담은 돈에 그치지 않아요. 보고서가 인용한 2019년 조사에서는 응답자 약 네 명 중 한 명이 예약이나 보험 문제 같은 행정 업무 때문에 의료 이용을 미루거나 포기했다고 답했어요. 절차를 끝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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