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8호

묻지 않아서 1위가 된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은 규칙이 느슨한 나라를 찾아 옮겨 다녔어요

비즈니스묻지 않아서 1위가 된 거래소

흰색 닛산을 모는 세계 최고 부자 코인 사업가

구독자님, 올해 6월 아부다비의 한 리조트 앞에 흰색 닛산 SUV가 섰어요.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세운 자오창펑(CZ)이에요.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재산을 약 1,140억 달러로 추정해요. 그는 취재 기자를 태우면서 이 차를 자신의 람보르기니라고 불렀어요. 휴대폰을 앞유리에 걸어 둔 모습이 기자 눈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우버 기사처럼 보였다고 해요.

image[Driving around Abu Dhabi in his Nissan S.U.V.Credit…Laura Boushnak for The New York Times]

그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길 좋아해요. 이력은 그렇지 않아요. 미국 검찰은 바이낸스가 러시아 자금세탁 세력, 이란 제재 회피 세력, 테러 조직의 돈이 오가는 통로였다고 봤어요. 자오창펑은 2023년 유죄를 인정하고 4개월을 복역했어요. 2025년 10월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았어요. 지금도 바이낸스의 최대주주예요.

NYT 기자가 올해 그를 여러 번 만나 쓴 장문 기사가 최근 나왔어요. 이번 호에서는 이 기사를 따라가며 한 회사가 규칙을 대하는 방식을 살펴봐요. 바이낸스는 고객에게 무엇을 묻지 않았는지, 규칙이 불편해지면 어디로 옮겨 갔는지, 그리고 그런 회사에 왜 AI 투자 자본이 들어왔는지예요.

바이낸스가 팔았던 건 묻지 않는 거래였어요

자오창펑은 2013년 상하이의 포커 판에서 비트코인을 처음 권유받았어요. 몇 달 공부한 뒤 가족이 살던 상하이 아파트를 팔아 90만 달러를 전부 비트코인에 넣었어요. 2017년 7월 바이낸스를 세웠고, 몇 달 만에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됐어요. NYT는 바이낸스가 그 뒤로 이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고 적었어요.

NYT가 짚은 성장 비결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위험을 더 원하는 투자자였어요. 달러를 같은 가치의 코인으로 바꾸는 데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고, 바이낸스는 돈을 빌려 큰 베팅을 하는 증거금 거래1를 열어 줬어요.

다른 하나가 더 결정적이었어요.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은 투자자가 많았고, 바이낸스는 묻지 않았어요. 창업 후 4년 동안 금융회사라면 기본으로 받는 고객확인(KYC)2 정보조차 요구하지 않고 계좌를 열어 줬어요.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사고파는 장터였고, 거래마다 수수료가 쌓였어요. 자오창펑의 회고록에 따르면 회사 이익은 금세 10억 달러에 이르렀어요.

이런 거래소가 바이낸스 하나뿐이었던 건 아니에요. 한 암호화폐 컨설팅 회사 창업자는 NYT에, 당시 거래소 시장에는 마이스페이스 같은 곳이 많았고 자오창펑은 그중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어요. 같은 위험을 감수한 경쟁자들보다 실행을 잘했다는 뜻이에요. 바이낸스가 줄인 마찰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금융 범죄를 막으려고 법이 일부러 둔 마찰이었어요.

”허락보다 용서”에서 “저는 기술자라서”로

자오창펑은 NYT 인터뷰에서 초창기에 법을 어기길 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어요. 그 분야 경험이 부족했고, 자신은 기술자이며 중국에서 살았다는 설명이었어요. 아부다비에서는 자신을 규칙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어요.

미국 검찰이 법정에 낸 기록은 다른 장면을 보여 줘요. 검찰은 그가 직원들에게 한 말로 “허락보다 용서를 구하는 편이 낫다”를 인용했어요. 법원 서류에 따르면 그는 미국 영업 인가가 없는데도 미국 이용자를 받는다는 사실을 흐릴 방법을 내부에서 논의했고, 한 부하에게는 아무것도 글로 남기지 말라고 했어요. 직원들끼리 나눈 메시지에는 마약 자금 세탁이 요즘 힘드냐며 바이낸스로 오라는 농담까지 있었어요.

결말은 2023년 미국 법무부와의 합의였어요. 자오창펑은 자금세탁방지법인 은행비밀법3 위반을 인정하고 CEO에서 물러났어요. 회사는 43억 달러를 냈어요. 2024년 봄 선고 공판에서 그는 실패를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고, 판사는 4개월형을 내렸어요. NYT 인터뷰에서는 결이 달랐어요. 그는 KYC가 제대로 없는 플랫폼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며, 미국은 신분증 없이도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데 그런 제도를 만든 사람이야말로 감옥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했어요. 미국 선거의 신원 확인 방식에 대한 이 설명은 그의 주장이에요.

비슷한 서술은 2022년 11월 FTX 사태에서도 나와요. 경쟁 거래소 FTX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자, 그는 FTX와 연동된 토큰 FTT를 5억 달러어치 팔겠다고 트위터에 올렸어요. 투자자들이 앞다퉈 돈을 빼기 시작했고, 그는 이틀 뒤 FTX 인수를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어요. FTX는 이미 고객 돈 80억 달러를 빼돌린 상태였고,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사기죄로 징역 25년을 받았어요. 자오창펑은 몇 달에 걸쳐 천천히 팔 생각이었을 뿐 무너뜨릴 의도는 없었다고 말해요. 뱅크먼프리드는 당시 그에게 당했다고 했어요. NYT 기자는 얼떨결에 휘말린 사람처럼 말하는 그의 화법이 늘 설득력 있지는 않다고 썼어요.

규칙이 휘는 나라를 찾아서

법적 틀이 더 유연한 나라를 찾아 옮겨 다니는 전략을 학계에서는 관할권 차익 거래4라고 불러요. NYT는 이것을 자오창펑의 진짜 재능으로 봤어요.

그 경로는 이래요. 2017년 그와 동료들은 중국 정부가 거래소 금지를 발표하기 직전 한밤중에 중국을 떠났어요. 일본에서는 잘 풀리지 않았고, 싱가포르는 취업 비자를 받기 어려웠어요. 2021년 10월 어느 토요일 아침 두바이에 도착하자 몇 시간 만에 정부 장관이 찾아와 10년 거주를 보장하는 골든 비자를 제안했어요. 보통 몇 주 걸리는 심사가 12시간도 안 돼 끝났어요.

그해 말 바이낸스는 두바이 당국과 암호화폐 규칙을 만드는 양해각서를 맺었고, 직원 세 명을 보내 틀을 짜는 일을 도왔어요. 초안은 2022년 1월에 나왔고 몇 주 뒤 법이 됐어요. 규제를 받을 회사가 규제 문서를 쓰는 데 직접 손을 보탠 셈이에요.

다음은 국적이었어요. 2022년 말이나 2023년 초 한 에미리트 왕족이 저녁 자리에서 시민권을 원하느냐고 물었고, 몇 달 뒤 가족 여권이 담긴 상자가 집으로 왔어요. UAE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어요. 자오창펑은 UAE가 자국민을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어요. 미국 법무부와 협상하는 동안 도망자로 사는 삶도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해요. NYT는 이 여권이 협상에서 상당한 지렛대가 됐다고 봤어요. 결국 그는 미국으로 가서 형을 살았고, 출소해 구금에서 풀린 뒤 26분 만에 아부다비행 전용기에 올랐어요.

binance never asked그가 이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숨기지 않아요. 대통령궁 앞을 지나며 그는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고, 자비로운 독재자가 있으면 토론에 시간을 덜 써서 아주 효율적이라고 말했어요. 한 비공개 행사에서는 UAE 대통령이 객석의 그에게 다가와 몸을 낮추고 불편한 건 없느냐고 물었다고 해요. 같은 기사에서 NYT는 UAE가 대규모 감시를 하고, 가벼운 반대 의견도 금지하며, 외국인 노동자 착취가 잦은 나라라는 점도 함께 적었어요. 모두가 그와 같은 대접을 받는 건 아니에요.

20억 달러는 어떤 돈으로 오갔을까

2025년 초, UAE 국부 자금을 이끄는 셰이크 타흐눈이 의장으로 있는 AI 투자회사 MGX가 바이낸스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어요. 사정을 아는 사람에 따르면 이때 매겨진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였어요. MGX는 바이낸스를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돈을 내는 미래의 송금망으로 봤다고 해요.

결제 수단이 문제였어요. 자오창펑은 비트코인으로 받고 싶었고, MGX는 가격 변동이 큰 비트코인 대신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5을 원했어요. 최종 선택은 USD1이었어요. 트럼프 대통령과 아들들이 세운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발행한 코인으로, 당시에는 운용 이력이 전혀 없었어요.

누가 골랐는지는 말이 엇갈려요. MGX는 여러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한 뒤 사업 적합성을 보고 골랐다고 밝혔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바이낸스가 MGX에 USD1로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어요. 자오창펑은 MGX의 결정이었고, 믿을 만한 코인이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고 말해요.

같은 시기의 일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래요. 2025년 1월 에미리트 자본이 들어간 투자회사가 월드리버티 지분 49%를 사들였고, 셰이크 타흐눈이 월드리버티 이사회에 들어갔어요. UAE는 AI 칩 수출을 두고 백악관과 협상하고 있었고, 바이낸스는 2023년 합의로 생긴 제약을 벗고 싶어 했어요. 거래는 2025년 5월 발표됐고, 2주 뒤 백악관은 UAE에 칩 접근을 허용하기로 했어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코인을 내주고 받은 돈을 굴려 수익을 내요. 20억 달러를 받은 월드리버티는 단숨에 세계 최대급 발행사가 됐어요. NYT에 따르면 월드리버티는 2025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7억 9,900만 달러를 안겨 줬고, 부동산이나 소셜미디어 사업보다 큰 그의 최대 수익원이었어요.

사면 과정도 같은 흐름 안에 있어요. 자오창펑은 2025년 3월 다른 암호화폐 경영자들이 사면받고 언론이 자신의 사면 추진을 보도한 뒤에야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말해요. NYT가 확인한 문서와 관계자 설명은 달라요. 그의 변호인단은 2024년 12월부터 사면 전문 변호사와 가능성을 검토했고, 바이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아들들과 가까운 로비스트 회사에 사면 등 행정적 구제를 포함한 용역비로 210만 달러를 냈어요. 월드리버티는 사면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어요. 백악관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사면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자오창펑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해요. 두 나라의 집권 가문이 사업을 함께하는 게 왜 나쁘냐는 거예요. 그는 한 나라의 공주를 다른 나라 왕자와 결혼시키면 50년 평화가 유지된다는 비유를 들었어요. NYT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가져가면 이 거래가 의회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어요.

장부는 아직 닫히지 않았어요

최근 사건들은 사면 이후에도 같은 질문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 줘요. NYT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해 컴플라이언스 직원 네 명을 해고하거나 정직시켰어요. 이들은 고객 계좌에서 이란과 연관된 업체들로 약 20억 달러가 흘러갔다고 보고한 사람들이었어요. 회사는 이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어요. 이후 미국 법무부는 중국 업체 두 곳이 바이낸스를 이용해 이란 석유 판매 대금을 세탁했다고 밝혔지만, 거래소를 기소하지는 않았어요.

UAE와의 관계에도 금이 보여요. 바이낸스는 2025년 12월 아부다비 영업 인가를 받았는데, 올여름 바이낸스 직원 두 명이 현지 경찰에 잠시 구금됐어요. 경찰은 플랫폼에서 일어났을 수 있는 금융 범죄를 살펴보고 있었어요. 자오창펑은 경찰 쪽 지인과 셰이크 타흐눈의 측근들에게 연락했다고 말했어요.

지배구조도 관계로 엮여 있어요. 유죄 합의에 따라 자오창펑은 바이낸스 경영에 관여할 수 없어요. 그를 대신한 공동 CEO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그의 세 자녀의 어머니인 허이예요. 2년 전 만든 이사회의 독립 이사 중 의장을 맡은 사람은 처음 그에게 두바이를 권했던 친구 가브리엘 아베드예요. 두 사람은 함께 제트스키를 타는 사이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 기사에서 가장 오래 남는 대목은 MGX가 든 투자 이유예요. 바이낸스를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돈을 내는 시대의 다리로 봤다는 설명이요. 제184호 「봇에게 이름과 지갑을 준 클라우드플레어」에서 에이전트 결제의 핵심 상품은 지갑보다 신원 체계라고 다뤘어요. 에이전트가 결제할 때 가장 먼저 답해야 하는 질문은 누가 이 에이전트를 보냈느냐예요.

바이낸스가 1위에 오른 과정은 그 질문을 건너뛴 과정이었어요. 사람 고객에게도 4년 동안 묻지 않았던 회사가, 사람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빠르게 거래할 에이전트의 결제망 후보로 20억 달러를 받았어요. 지금 바이낸스의 고객확인이 초창기와 같다는 근거는 없어요. 다만 지난해 해고된 컴플라이언스 직원들의 보고를 보면, 묻지 않는 습관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할 근거도 아직 부족해요.

성장 전략에서 마찰을 줄이는 건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예요. 바이낸스 사례가 남기는 질문은 그 마찰이 누구를 지키려고 있던 것이었느냐예요. 가입 단계를 하나 줄이는 일과 고객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없애는 일은 둘 다 전환율을 올리지만 같은 결정이 아니에요. 그리고 뒤의 결정을 감당해 줄 나라를 고를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어요.

마치며

자오창펑은 회고록에서 우리가 누군가가 만든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믿음을 한 쪽 반에 걸쳐 설명해요. 그가 지키려는 좌우명은 그냥 게임일 뿐이라는 말이에요.

롬폭 교도소에서 그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바이낸스 사건에는 사기도 피해자도 없다고 설명하려 했어요. 돌아온 대답은 다들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었어요. 같은 이야기가 감옥 안에서는 흔한 변명으로 들렸고, 아부다비에서는 왕실 만찬의 화제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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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증거금 거래(마진 거래): 가진 돈의 일부를 담보로 맡기고 거래소에서 돈을 빌려 더 큰 규모로 사고파는 방식이에요. 수익과 손실이 모두 커져요. ↩

  2. 고객확인(KYC, Know Your Customer): 금융회사가 계좌를 열어 주기 전에 고객의 신원과 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절차예요. 자금세탁과 제재 회피를 막는 기본 장치예요. ↩

  3.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 금융회사에 자금세탁 방지 체계를 갖추고 의심 거래를 당국에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미국 법이에요. ↩

  4. 관할권 차익 거래(jurisdictional arbitrage): 나라마다 다른 법과 규제의 차이를 이용해, 자기에게 유리한 법 체계를 가진 곳으로 사업이나 거처를 옮기는 전략이에요. ↩

  5. 스테이블코인: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예요. 발행사는 받은 돈을 국채 등에 굴려 수익을 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