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취향, 무엇을 고르는 능력일까요
취향을 강조하는 AI 업계의 주장과 비판을 읽고, 제 경험에서 중요했던 판단의 근거와 실행 책임을 생각해 봤어요.
사회실리콘밸리의 새 키워드가 된 ‘취향’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취향(taste)’이라는 말을 자주 보게 돼요. 저도 작년에 쓴 책과 2년 전 블로그 글에서 다뤘던 주제예요.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지자 ‘역시 내가 맞았어’보다 ‘이게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널리 알려진 주장을 반복하기보다, 그다음에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궁금해졌고요.
폴 그레이엄은 2026년 2월 X 게시물에서 AI로 누구나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취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썼어요. 그렉 브록만과 Framer 공동창업자 코엔 복도 취향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제작 도구가 쉬워질수록 선택이 중요해진다는 주장이에요.
뉴요커의 기술문화 칼럼니스트 카일 차이카는 이 흐름을 비판했어요. 그가 쓴 ‘taste-washing’, 이른바 ‘취향 세탁’은 AI 기업이 사람의 감성과 창작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자동화 기술을 친근하게 포장한다는 뜻이에요.
같은 ‘취향’이라는 말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 좋은 제품을 고르는 판단, 잘 팔릴 것을 알아보는 능력까지 설명하고 있어요. 저는 이 차이부터 짚어보고 싶어요.
만들기 쉬워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일이 중요해져요
AI 도구는 글과 이미지의 초안을 만들고 간단한 앱을 시험해 보는 데 필요한 수고를 줄여줘요.
Claude Code 같은 코딩 도구를 쓰면 프로그래밍 경험이 적어도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1은 문장을 작성하거나 고치는 일을 도와줘요. 그래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결과물의 품질을 검토하는 능력은 필요해요. 기술적 실행이 모두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어요.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느 정도면 충분히 좋은가’를 정할 일이 많아진 셈이에요.
그레이엄은 2002년 에세이 「Taste for Makers」에서 좋은 결과물을 알아보는 엄격한 기준과 그것을 실제로 만드는 능력을 함께 강조했어요. 수학, 회화, 건축, 프로그래밍 등을 오가며 좋은 설계의 공통점을 설명했고요. 2026년에 다시 읽어도 고르는 능력과 구현하는 능력을 함께 본다는 점이 중요해요.
차이카는 마크 앤드리슨이 AI 시대에도 유망한 투자를 고르는 벤처투자가의 역할이 남을 수 있다고 말한 사례를 소개해요. 이 대목에서는 취향이 시장에서 가치 있는 대상을 고르는 판단과 가까워져요.
저는 이런 논의에서 ‘좋다’의 기준이 생략되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보기 좋은 것, 사용하기 편한 것, 수익을 내는 것은 겹칠 때도 있지만 서로 다른 기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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