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호

넉 달 쉬고 오니 모델이 바뀌어 있었어요

AI 일자리의 여성 비중은 연봉이 오를수록 줄어들어요

비즈니스넉 달 쉬고 오니 모델이 바뀌어 있었어요

경력이 짧은 업계라 공평할 줄 알았어요

AI 업계에는 오래된 기대가 하나 있어요. 1년 전에 나온 모델을 10년 동안 다뤄 본 사람은 없으니, 모두가 비슷한 출발선에 서 있다는 거예요. 경력의 길이가 무기가 되지 않는 분야라면 다른 업계에서 굳어진 격차도 여기서는 줄어들 거라는 이야기죠.

IT 서비스 기업용 AI 플랫폼 Prioriwis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Urvashi Batra는 이 기대에 동의하지 않아요. 최근 해외 기사에서 그는 AI가 문턱을 낮춰 여성에게 공평한 운동장을 만든다는 말에 오히려 반대라고 본다고 답했어요. AI 회사 창업자로서 남성 공동창업자보다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느꼈고, 투자자 앞에서는 공동창업자가 피칭할 때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둘이 겪으며 알게 됐다고 해요.

같은 기사에 나온 Turing의 AI 엔지니어링 리드 Jayeeta Putatunda의 경험은 더 구체적이에요. 넉 달 동안 출산휴가를 다녀왔더니 프레임워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고 모델 수준도 바뀌어 있었다고 해요. 따라잡는 일이 버거웠고, 도와준 동료들과 육아를 공평하게 나눈 남편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어요.

오늘은 이 두 장면을 링크드인이 최근 낸 숫자 옆에 놓아 볼게요. 경력이 짧아 공평할 거라던 업계에서, 그 짧은 주기가 오히려 자리를 비운 사람에게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연봉이 오를수록 비중이 줄어요

근거가 되는 숫자는 링크드인 이코노믹 그래프 연구소가 2026년 7월과 8월에 낸 보고서 두 편이에요. 「The Triple Penalty」는 27개국 중대형 기업 재직자 수천만 명을, 「The AI Talent Divide」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미국의 채용공고와 채용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미국에서 2025년 AI 직무1에 새로 채용된 사람 가운데 여성은 26%였어요. AI와 무관한 직무에서는 50%였고요. 같은 기간 AI 채용공고는 2023년보다 두 배로 늘었고, 보통의 AI 공고가 제시한 보수는 약 17만 7천 달러로 비AI 공고(약 8만 달러)의 두 배를 넘었어요. 가장 빨리 늘고 가장 많이 주는 자리에서 여성 비중이 절반 수준이라는 뜻이에요.

직무별로 나눠 보면 이 차이가 한 지점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게 보여요.

직무신규 채용 중 여성 비중공개된 보수 수준
데이터 어노테이터2약 절반중위 약 5만 1천 달러
Director of AI26%확인 못 함
Head of AI20%통상 약 23만 6천 달러
Member of Technical Staff318%확인 못 함

링크드인은 학력 문턱이 낮고 시급제·프로젝트형·원격 근무가 많은 AI 직무에서는 여성이 신규 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어요. 반대로 Head of AI, Director of AI, Member of Technical Staff처럼 학사 이상 비율이 95%를 넘는 최고 보수 직무에서는 여성 비중이 20% 안팎으로 내려와요. 입구에서 한 번 막히는 벽보다는, 보수가 오를수록 조금씩 기울어지는 경사에 가까워요.

이번 글의 출발점이 된 기사는 AI 일을 하는 여성이 데이터 어노테이터 같은 저임금 직무에 몰려 있다고 썼어요. Axios가 전한 링크드인 수치로는 어노테이터 직무의 성비가 거의 반반이에요. 두 문장은 분모가 달라서 함께 성립할 수 있어요. 앞의 것은 AI 일을 하는 여성 가운데 어떤 직무가 많은지를, 뒤의 것은 한 직무 안의 성비를 말해요. 같은 기사는 AI 직무 전체에서 남성의 중위 연봉이 여성보다 4만 5천 달러 높다고 전했는데, 이 수치는 링크드인 원문에서 직접 확인하지 못했어요.

전 세계 숫자도 같은 방향이에요. 27개국 AI 기업에서 AI를 맡은 C레벨 임원 가운데 여성은 13%예요. 디렉터급 이상 전체로 보면 여성이 38.5%인데, AI 리더십 자리로 좁히면 31.2%로 떨어져요. 링크드인은 국가와 직무 차이를 통제한 뒤에도 여성 비중이 임원급에서 약 15%포인트, AI 직무에서 약 10%포인트, AI 기업에서 약 5%포인트 낮다고 보고, 이를 ‘삼중 페널티’라고 불렀어요.

읽을 때 감안할 점도 있어요. 링크드인 플랫폼에 등록된 프로필과 공고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이고, Axios가 짚었듯 AI 일자리는 전체 노동시장에서 아직 작은 조각이에요. 다만 보수가 가장 빨리 오르는 조각이라, 여기서 생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평균 임금 격차에도 반영될 수 있어요.

짧은 경력이 왜 더 좁은 문이 됐을까

경력이 짧은 분야에서는 이력서로 사람을 가를 기준이 약해져요. 10년 경력이 없으니 다른 신호를 찾게 되는데,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게 대개 추천과 지인, 늘 쓰던 필터예요. 여성 기술인 지원 단체 AnitaB.org의 회장 Brenda Darden Wilkerson은 기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사람을 뽑으면서도 예전과 같은 네트워크와 추천 경로로 찾고 있고, 그 경로가 여성에게 같은 노출을 주지 않았다고 말해요. Batra가 피칭에서 겪은 일도 같은 맥락에서 읽혀요. 판단할 근거가 약할수록 누가 말하느냐가 근거처럼 쓰이기 쉬워요.

다른 하나는 속도예요. Putatunda는 이 분야에서 큰 목표를 가졌다면 정규 시간을 넘겨 일하는 시기가 오고,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문화가 드물지 않다고 했어요. 그 시간을 건너뛸 지름길이 늘 있는 건 아니라고도 했고요. 그리고 여성이 AI에서 밀려나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어요. 관심이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따라잡는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반이 없을 수 있다는 거예요.

한국어에는 이 장면을 부르는 말이 이미 있어요. 경력단절이에요. 다른 업계에서 경력단절이 몇 년에 걸쳐 쌓이는 손실이었다면, 도구와 모델이 몇 달마다 바뀌는 곳에서는 훨씬 짧은 공백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어요. Putatunda의 경우 그 기간이 넉 달이었어요.

두 설명 가운데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어요. 판단 근거가 약하니 아는 사람을 뽑게 되고, 변화가 빠르니 자리를 비운 사람이 뒤처지기 쉬워요. 출산과 돌봄으로 자리를 비울 일이 더 많은 쪽에 두 힘이 함께 작용해요.

받쳐 주던 장치가 줄었어요

그동안 기술 업계의 성별 격차에 대한 답은 주로 멘토링과 다양성 목표였어요. 결과는 엇갈렸어요. 출발 기사에 따르면 미국 기술 일자리에서 여성 비중은 약 3분의 1까지 올라왔지만, 여성이 업계를 떠나는 비율은 남성보다 훨씬 높아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기업이 DEI4 프로그램을 줄였어요.

AI 분야 여성의 참여를 넓히는 단체 AI Powered Women의 창립자 Felicia Newhouse는 미 법무부가 DEI 프로그램을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문제 삼는 흐름을 짚었어요. 이름에 ‘여성’이 들어간 단체로 기업에 들어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기업 안의 지지자들도 여성 대상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힘들어한다는 거예요.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참여의 격차가 권력의 격차로 바뀌는 일이에요.

women ai jobs pay slope앞의 13%가 무게를 갖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AI를 회사의 어느 업무에 넣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누구의 일을 바꿀지 정하는 자리가 C레벨이에요. 링크드인 조사에서 여성은 고객 서비스처럼 AI로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큰 직무에 더 많이 있었어요. 바뀔 일을 하는 사람과 바꿀 일을 정하는 사람의 성비가 이렇게 다르다는 점은 따로 볼 만해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기업 납품이나 컨설팅을 설계할 때 ‘모델은 항상 상향된다’는 전제로 준비해요. 이 전제가 맞을수록, 이 업계에서 일한다는 건 계속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 돼요. 몇 달 비운 사이 바뀐 것을 각자 혼자 메워야 하는 구조라면, 그 비용은 자리를 비워야 할 사정이 많은 사람에게 먼저 청구돼요.

그래서 이 숫자에서 제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은, 구조가 만든 차이가 능력의 차이처럼 읽히는 순간이에요. 따라잡는 속도가 채용과 승진의 신호가 되면, 넉 달을 비운 사람은 실력보다 공백이 먼저 보이게 돼요. Putatunda가 의지나 열정 대신 기반이라는 말을 고른 것도 그래서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며

경력이 짧은 업계라서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말은 아직 기대에 가까워요. 경력이 짧다는 사실만으로 문이 열리지는 않았고, 숫자는 그 문이 보수가 높은 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는 걸 보여 줘요.


💬 구독자님이 일하는 분야에서는 몇 달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따라잡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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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AI 직무: 링크드인이 AI 기술을 핵심으로 요구한다고 분류한 직무예요. AI 엔지니어, 머신러닝 엔지니어, Head of AI 등이 포함돼요. ↩

  2. 데이터 어노테이터: AI 학습용 데이터에 정답 표시(라벨)를 붙이거나 모델 출력을 검수하는 일을 해요. 시급제·프로젝트형 계약이 많아요. ↩

  3. Member of Technical Staff: AI 연구소에서 흔히 쓰는 직함으로, 첨단 연구와 실제 제품 개발 사이를 오가는 기술 직무예요. ↩

  4. DEI: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의 약자로, 채용과 승진에서 소수 집단의 참여를 늘리려는 기업 프로그램을 가리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