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 회사도 AI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됐어요
4월에 아카마이 주가를 반토막 낸 회사가 9월에 7년 116억 달러짜리 고객이 됐어요. 그 계약서에 적힌 조건과,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여섯 종류로 늘어난 이유
비즈니스다섯 달 반 만에 뒤집힌 관계
올해 4월 10일, 앤스로픽이 Claude Managed Agents를 내놓자 아카마이 주가는 하루에 13% 빠졌어요. 패스트리는 18%, 클라우드플레어는 11% 떨어졌고요. 에이전트를 앤스로픽이 직접 호스팅해 주면 CDN1과 엣지 컴퓨팅 회사의 일감이 사라진다는 해석이었어요. 아카마이 주가는 일주일 새 반토막이 나서 4월 14일 64달러까지 내려갔어요.
그로부터 다섯 달 반 뒤인 9월 24일, 같은 두 회사가 아카마이 28년 역사에서 가장 큰 계약을 발표했어요. 앤스로픽이 7년 동안 116억 달러를 아카마이 클라우드에 쓰기로 약속했고, 사용량을 늘리면 최대 90억 달러가 더 붙어 전체 약 200억 달러까지 커질 수 있어요. 에이전트가 CDN 회사를 밀어낼 거라던 시장의 첫 해석과 정반대로, 에이전트를 돌리는 데 필요한 CPU를 CDN 회사가 공급하게 된 거예요.
계약서는 CPU라고 못 박았어요. 아카마이 보도자료는 앤스로픽의 늘어나는 CPU 워크로드를 지원한다고 썼고, GPU는 언급하지 않았어요. 아카마이가 올해 엔비디아 GPU를 들여오며 추론 인프라를 키운 건 맞지만, 이번 계약의 물건은 그쪽이 아니에요.
저는 이 계약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 목록에 한 줄이 더 붙었다고 봐요. 하이퍼스케일러, 네오클라우드, 코로케이션,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에 이어 CDN 사업자와 이동통신 사업자까지, 이제 여섯 종류예요. 그런데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 그 사업으로 돈을 버는 건 다른 문제예요. 아카마이가 받아 든 조건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여섯 종류를 나눠 볼게요.
계약서에 적힌 것
아카마이가 SEC에 낸 8-K 공시 기준으로 계약은 이렇게 생겼어요.
돈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여요. 앤스로픽은 여러 개의 프로젝트 플랜에 걸쳐 합계 약 116억 달러를 내기로 했고, 각 플랜은 서비스가 시작되는 날부터 7년씩 돌아가요. 계약 발표일이 아니라 인프라가 실제로 켜지는 날이 시계의 출발점이에요. 아카마이는 첫 서비스 시작을 2027년 2분기 후반으로 잡고 있어요.
지급에는 조건이 붙어요. 아카마이가 약속한 인프라를 제때 인도하고 서비스 가용성 요건을 지켜야 해요. 큰 장애가 나면 앤스로픽이 해당 플랜을 끝낼 수 있고, 마스터 계약에는 치유되지 않은 위반 등 특정 사유로 양측이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요. 전체 조항은 3분기 10-Q에 첨부될 예정이라 지금은 공시에 요약된 범위만 알 수 있어요.
대신 인도가 끝나면 앤스로픽은 쓰든 안 쓰든 돈을 내요. 테이크 오어 페이2 구조예요. 아카마이 CFO 에드 맥고언은 매출이 한번 궤도에 오르면 계약 기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고, 계약 기간 중 하드웨어를 교체할 의무도 없다고 했어요. 감가상각도 매출 인식에 맞춰 잡는다고 했고요. 그러니까 아카마이 입장에서는 한 번 지으면 7년 동안 값이 정해진 임대 자산에 가까워요.
공간은 직접 짓지 않아요. 아카마이는 이번 계약을 포함한 대형 클라우드 계약 물량을 코로케이션3 사업자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채워요. 일부는 이미 확보했다고 했고요. 지금까지 계약된 클라우드 인프라 물량 전체가 연간 약 22억 달러 매출에 전력 95~105MW(메가와트)이고, 이 포트폴리오에서 1MW당 연 매출은 약 2,200만 달러예요. 아카마이는 앤스로픽 건의 전력 규모를 따로 밝히지 않았는데, 오펜하이머는 연 매출 17억 달러를 이 단가로 나눠 약 77MW로 추정했어요.
이 대목이 CDN이라는 이름에서 떠올리기 쉬운 그림과 다른 지점이에요. 전 세계 4,300곳에 흩어진 CDN 거점에 서버를 조금씩 얹는 그림이 아니라, 코로케이션 사업자에게 빌린 수십 MW짜리 공간에 CPU 서버를 집중해서 넣는 그림이에요. 앤스로픽이 그 CPU를 정확히 어떤 작업에 쓸지는 두 회사 모두 밝히지 않았어요.
누가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가? - 해봄의 아카이브 - 안광섭 ex)haebom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스트리밍 플랫폼, 온라인 쇼핑몰 등 모든 디지털 서비스의 근간에는 데이터 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하고 복잡한 시설이 어떻게 구성되고, 누가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클라우드 인프라 혹은 데이터센터라고 불리고 있으나 이 산업은 생각보다 무척 넓고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어 만들어데이터 센터 관련해선, 제가 약 2년 전에 쓴 글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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