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이익이 늘어난 절반은 빅테크가 쓴 돈이었어요
1조 2천억 달러를 더 써도, 이익을 밀어 올리는 힘은 내년부터 약해져요
비즈니스1조 2천억 달러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9월 25일, 골드만삭스가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1의 내년 설비투자2 전망을 1조 2,000억 달러로 내놨어요. 올해 약 8,000억 달러에서 50% 가까이 더 쓴다는 전망이고, 월가 컨센서스 1조 1,000억 달러보다도 높아요. 2028년은 1조 4,000억 달러까지 봤고요. 기사 제목은 대부분 이 숫자로 뽑혔어요.
그런데 이틀 앞서 골드만의 미국 주식 전략팀이 낸 보고서를 같이 놓고 보면, 더 걸리는 숫자가 따로 있어요. 올해 S&P500 주당순이익(EPS)3 증가분의 거의 절반이 AI 투자에서 나왔다는 추정이에요. 그리고 내년 하이퍼스케일러 투자가 전망보다 2,500억 달러 많거나 적으면 S&P500 이익 증가율이 같은 방향으로 약 6%p 움직인다는 분석이요.
올해 미국 기업 이익이 얼마나 이례적인지도 같이 봐야 해요. S&P500 EPS는 2분기에 전년 대비 51%, 최근 4개 분기로는 26% 늘었어요. 지난 30년 평균은 7%였어요. 그 이례적인 성장의 절반 가까이를 몇 개 회사의 지출 계획이 받치고 있는 거예요. 내년 투자액이 컨센서스와 골드만 전망 사이 어디에 떨어지느냐만으로도 미국 기업 이익 증가율이 몇 %p씩 달라지는 구조가 됐어요.
오늘은 이 연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골드만이 왜 이익 기여는 줄어든다고 보는지 따라가 볼게요.
같은 1달러가 두 장부에 다른 속도로 적혀요
하이퍼스케일러가 데이터센터에 1달러를 쓰면, 그 돈은 곧바로 누군가의 매출이 돼요. GPU를 만드는 칩 회사,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회사, 전력 설비를 파는 산업재 회사, 전기를 대는 유틸리티 회사요. 골드만이 AI 투자가 이 업종들의 이익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짚은 경로가 이거예요. 파는 쪽에서는 물건을 넘긴 해에 매출과 이익이 잡혀요.
사는 쪽 장부는 다르게 움직여요. 하이퍼스케일러에게 그 1달러는 올해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에요. 서버와 장비를 몇 년에 걸쳐 감가상각4하면서 조금씩 비용으로 털어내요. 내용연수를 몇 년으로 잡느냐가 왜 중요한지는 철도왕의 배당금은 어디서 나왔을까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시간차만 볼게요.
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안에는 경제 전체의 장부에서 이익이 크게 잡히는 구간이 생겨요. 파는 쪽 매출은 한 번에 잡히는데 사는 쪽 비용은 일부만 잡히니까요. 반대로 지출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지난 몇 년 동안 사들인 설비의 감가상각비가 계속 따라붙어요. 새로 늘어나는 매출은 줄어드는데 과거에 산 설비의 비용은 해마다 쌓여요.
골드만 전망이 바로 이 모양이에요. 투자액은 올해 약 8,000억 달러, 내년 1조 2,000억 달러, 2028년 1조 4,000억 달러로 계속 늘어요. 그런데 증가율은 올해 94%에서 내년 50% 안팎으로 내려오고, 2028년에는 더 낮아져요. 보고서 내용을 옮긴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은 내년 설비투자가 S&P500 이익 증가율에 약 11%p를 보태는 동안 하이퍼스케일러의 감가상각비가 약 5%p를 깎아 그 효과의 절반 가까이를 상쇄한다고 봤어요. 그리고 2028년에는 AI 투자가 이익에 오히려 소폭 부담이 되는 쪽으로 넘어간다고 전망했어요.
이익을 밀어 올리는 건 투자의 크기만큼이나 투자가 늘어나는 속도예요. 1조 2,000억 달러를 쓰는 해에 AI 투자의 이익 기여가 줄어드는 건 그래서 모순이 아니에요.
이익 안에 섞인 또 하나의 AI
이익을 부풀리는 경로가 지출만 있는 건 아니에요. 골드만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올해 2분기에만 비상장 회사 지분에서 약 1,500억 달러의 미실현 평가이익5을 기록했다고 봤어요. S&P500 EPS의 12%에 해당하는 크기예요. 하반기에도 이런 이익이 더 잡히겠지만 내년에는 훨씬 작아질 거라는 게 골드만의 예상이에요. 보고서도 이 평가이익이 이익을 일시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적었어요.
그러니 올해 S&P500 이익 안의 AI는 두 갈래예요. 하이퍼스케일러가 쓴 돈이 공급망의 매출로 넘어온 몫, 그리고 비상장 지분의 값이 오르면서 잡힌 몫이요. 둘 다 회계상 정당한 이익이에요. 다만 어느 쪽도 AI를 쓰는 기업과 개인이 AI에 낸 돈은 아니에요.
반도체 쪽에는 가격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붙어 있어요. 수요는 강하고 공급은 빠듯해서 메모리 업체들의 매출총이익률6이 약 80%까지 올라왔어요. 과거 평균의 두 배가 넘어요. 골드만은 최근 반도체 이익 증가의 큰 몫이 이 마진 확대에서 나왔고, 그 효과는 앞으로 약해질 거라고 봤어요. 생산능력이 늘어 공급 부족이 풀리면 가격과 마진도 평소 수준 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예요.
이 변수는 한국 메모리 업체에도 그대로 걸려 있어요. 샌디스크가 받아낸 4년짜리 각서에서 본 것처럼, 메모리 업체들은 수요가 넘쳐도 공장 증설에는 신중했고 고객은 장기 계약으로 물량을 묶고 있었어요. 80%짜리 마진이 얼마나 갈지는 수요만큼이나 공급 쪽이 언제, 얼마나 설비를 늘리느냐에 달려 있어요.
3,000억 달러와 700억 달러 사이
그러면 AI 투자 사이클은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골드만 전략팀의 9월 25일 노트가 여기에 숫자를 붙였어요. 하이퍼스케일러가 이 투자에서 손익분기를 맞추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연간 약 3,000억 달러의 AI 매출이 필요하다는 계산이에요.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볼게요. 골드만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은 올해 가파르게 늘어서, 2분기 기준으로 생성형 AI 붐 이전 추세보다 연율 약 700억 달러 높은 수준이에요. 발표된 수주잔고는 1조 5,000억 달러를 넘고요. 수요가 있다는 증거로는 충분해요. 다만 700억 달러는 AI 매출을 직접 잰 값이 아니라 추세에서 벗어난 클라우드 매출이라 3,000억 달러와 정확히 같은 자로 잰 숫자는 아니에요. 그 점을 감안해도 격차는 네 배 가까이 되고, 수주잔고는 앞으로 매출이 될 약속이지 아직 회수된 돈이 아니에요.
손익분기를 넘어 제대로 된 수익을 보려면 기준은 훨씬 높아져요. 골드만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충분한 투자수익을 내고, 그 위의 AI 애플리케이션 회사들도 컴퓨팅 비용을 치르고 괜찮은 마진을 남기려면, AI 사용자들이 AI 애플리케이션에 연간 약 1조 달러를 써야 한다고 봤어요. 올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지출이 약 1조 5,000억 달러예요. 지금 세계가 모든 소프트웨어에 쓰는 돈의 3분의 2 정도를 AI 애플리케이션에 써야 한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봐야 할 숫자가 바뀌어요. 지금까지 AI 투자 논쟁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얼마나 쓰느냐를 중심으로 돌았어요. 공급망의 이익은 그 지출에서 나오지만, 그 지출은 결국 AI를 쓰는 쪽이 내는 돈으로 회수돼야 해요. 기업이 AI 예산을 어디서 떼어 오는지, 그 예산이 기존 소프트웨어 지출을 대체하는지 아니면 새로 얹히는지가 앞으로 더 중요한 숫자가 돼요.
골드만의 기본 전망이 이익 붕괴가 아니라 둔화라는 점도 같이 적어 둘게요. 골드만은 S&P500 EPS가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약 11%씩 늘고, AI 투자의 순풍이 약해지는 자리를 AI 생산성 효과가 점점 채울 거라고 봤어요. 주가는 올해 이익 증가를 다 따라가지 못해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년 전 23배에서 지금 19배로 내려와 있어요. 이익 거품 우려에 대한 골드만의 답은, 지금 밸류에이션에서 거품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 이익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평균 수준의 배수도 비쌀 수 있다는 쪽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공공기관 폐쇄망(에어갭) 환경에 AI를 들이는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6~12개월 뒤에 나올 오픈소스·오픈웨이트 모델이 어느 수준일지를 먼저 가늠하고 거기에 맞춰 계획을 세워요. 그리고 모든 사람, 모든 일에 가장 앞선 프런티어 모델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해요. 일과 환경에 맞는 모델이 따로 있다고 보거든요.
이 경험을 1조 달러라는 숫자 옆에 놓아 보면, 골드만이 말한 “사용자가 내야 할 돈”이 전부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로 가지는 않을 수 있어요. 사는 쪽은 더 싸고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나올 시점까지 계산에 넣고 있으니까요. 공급망의 이익이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속도에 달려 있다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수는 구매자가 어떤 일에 어떤 모델을 얼마에 쓰기로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래서 저는 AI 투자 사이클을 볼 때 설비투자 발표만큼이나 기업 고객이 실제로 고르는 모델과 예산의 출처를 보게 돼요.
마치며
골드만의 1조 2,000억 달러 전망은 AI 인프라 투자가 아직 정점에 오지 않았다는 신호예요. 그런데 같은 주에 나온 골드만의 두 보고서는, 이 투자가 미국 기업 이익을 밀어 올리는 힘은 이미 정점 부근에 와 있다는 것도 보여 줘요. 투자는 늘어도 그 힘은 줄어들고, 줄어드는 자리를 채워야 하는 건 AI를 실제로 쓰는 쪽의 지출이에요.
다음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는 설비투자 가이던스와 클라우드·AI 매출 증가를 나란히 놓고 보시면 이 격차가 좁혀지는지 넓어지는지 보일 거예요.
이 글은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인용한 수치는 골드만삭스의 추정과 전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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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Goldman Sachs, “Can AI Investment Drive S&P 500 Earnings Even Higher?”, 2026.9.23. ··· 벤 스나이더(Ben Snider) 미국 주식 수석전략가의 보고서를 골드만이 공개 요약한 글이에요. EPS 증가율, AI 투자의 이익 기여, 2,500억 달러 민감도, 메모리 마진, 미실현 평가이익의 출처예요.
- Bloomberg, “Goldman Sees Hyperscaler AI Capex Rising 50% to $1.2 Trillion”, 2026.9.25. ··· 라이언 해먼드(Ryan Hammond) 팀의 1조 2,000억 달러 전망과 3,000억 달러 손익분기 계산을 보도한 기사예요.
- Investing.com, “Hyperscalers need $300 billion in annual AI revenue to break even: Goldman”, 2026.9.25. ··· 클라우드 매출 추세 대비 700억 달러, 수주잔고 1조 5,000억 달러, 1조 달러 수익 기준의 출처예요.
- TechFlow, “Goldman Sachs Research Breakdown: Exceptional Earnings, But Not a Bubble; AI Tailwinds to Weaken Next Year”. ··· 감가상각비가 2027년 이익 증가율을 약 5%p 깎는다는 수치를 옮긴 보도예요. 골드만 원문이 아니라 요약 보도라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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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0억 달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답 ···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집계가 무엇을 세고 무엇을 빼는지 다뤘어요. 오늘 숫자의 정의를 확인할 때 같이 보시면 좋아요.
- 철도왕의 배당금은 어디서 나왔을까 ···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둘러싼 논쟁을 1848년 철도 회계와 나란히 놓았어요.
- 샌디스크가 받아낸 4년짜리 각서 ··· 메모리 업체들이 호황에도 증설을 미루는 이유를 다뤘어요.
📝 용어 설명
각주
-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처럼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고 운영하는 클라우드 사업자예요. 골드만의 이번 전망은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를 기준으로 해요. ↩
-
설비투자(capex): 건물·장비·서버처럼 여러 해 쓰는 자산을 사는 데 들인 돈이에요. 쓴 해에 한꺼번에 비용으로 잡지 않고 자산으로 올려 둬요. ↩
-
주당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 회사의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에요. S&P500 EPS는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이익을 지수 단위로 환산한 숫자라, 미국 대형 상장사 이익 전체의 흐름을 볼 때 써요. ↩
-
감가상각(depreciation): 자산으로 올려 둔 설비의 값을 쓸 수 있는 기간(내용연수)에 나눠 해마다 비용으로 잡는 회계 처리예요. 내용연수를 길게 잡을수록 한 해에 잡히는 비용이 작아져요. ↩
-
미실현 평가이익: 가진 지분을 팔지 않았는데 그 지분의 평가 가치가 올라 장부에 잡힌 이익이에요. 가치가 내려가면 반대로 손실이 잡혀요. ↩
-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 매출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직접 든 원가를 뺀 몫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에요. 80%라면 100원어치를 팔 때 원가가 20원이라는 뜻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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