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호

팬 번역 112화에 9,637만 원 배상, 법원의 손해액 계산

취미로 올린 만화 번역 112화에 법원이 매긴 손해배상액은 9,637만 원이었어요

사회팬 번역 112화에 9,637만 원 배상, 법원의 손해액 계산

불법 사이트 세 곳 폐쇄와 팬 번역자 9,637만 원 배상 판결

지난 4월 27일 밤, 한국에서 가장 큰 불법 콘텐츠 사이트 세 곳이 같은 날 문을 닫았어요. 웹툰의 뉴토끼, 일본 만화의 마나토끼, 웹소설의 북토끼. 세 사이트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데이터를 일괄 삭제하며,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은 전혀 없다”는 공지를 남기고 사라졌어요.

그리고 7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 하나가 조용히 선고됐어요. 불법 만화 사이트에 올라갈 번역을 만들어 넘긴 개인에게 9,637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판결이에요. 돈을 받고 한 일도 아니었어요. 본인 표현으로는 “개인적인 취미이자 팬 활동”이었죠. 이 글을 쓰는 8월 4일, 언론에 “재미로 번역만 올려도 1억 배상, 첫 사례”라는 제목으로 보도되면서 막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전혀 다른 동네의 사건이 하나 터졌어요. 맛집 평가 서비스 블루리본 서베이의 데이터를 AI 에이전트로 끌어다 쓰던 오픈소스 개발자가 고소장을 받은 일이에요.

만화 팬 번역, 불법 웹툰 사이트, 오픈소스 크롤링. 따로 벌어진 세 사건이지만 다투는 쟁점은 같아요. “돈 받고 한 게 아니니까”, “어차피 공개된 거니까”, “좋은 뜻으로 한 거니까”라는 해명이 2026년 여름 한국에서 법원과 커뮤니티 양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요.


재미로 한 번역의 값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6년 7월 28일 공개한 이번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5가합9142)의 사실관계는 이래요.

한 출판사가 2024년 초 일본 만화의 한국어 번역출판에 대한 배타적발행권1을 취득했어요. 그런데 이 만화에는 이미 팬 번역자가 있었어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이 사람들은 출판사가 정식 발행권을 취득하기 전부터 만화를 직접 번역해 올리고 있었죠.

출판사는 정식 출간 소식을 알리고 기존 번역물의 삭제를 요청했어요. 여기서 멈췄다면 아마 이 판결은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번역자는 멈추지 않았어요.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 텔레그램으로 불법 만화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해, 총 112화 분량의 번역을 만들어 넘겼어요. 사이트에 게시된 번역물의 누적 조회수는 357만 회를 넘겼고요.

형사 사건은 먼저 끝나 있었어요. 2025년 1월, 춘천지방법원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2을 내렸어요. 형사 벌금은 100만 원이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판단됐어요.

민사는 달랐어요. 재판에서 피고는 두 가지를 주장했어요. 하나는 “번역만 했을 뿐 사이트 게시에 공모하지 않았다”, 또 하나는 “영리 목적 없는 개인 취미이자 팬 활동이니 공정이용3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죠.

법원은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공모 부분은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력한 증거가 됐고요. 공정이용 주장에 대한 판단이 이 판결의 핵심인데, 법원이 든 근거는 세 가지예요. 이 만화는 유료로 판매되고 있고, 피고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그대로 번역했으며, 그 행위가 유료 이용 고객의 감소와 시장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 법원은 취미라는 동기만으로 공정이용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유료 이용을 대체하고 시장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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