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차단 스티커가 소용없다는 발표, 12년째예요
정부 안내문에는 '안전해요'와 '줄이세요'가 한 페이지에 같이 적혀 있어요
비즈니스같은 실험을 네 번 했어요
2013년, 국립전파연구원이 시중 업체 네 곳의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휴대전화에 붙여 봤어요. 스티커가 없을 때 잰 전자파흡수율1은 kg당 0.6362W였고, 붙였을 때는 0.6327~0.6411W였어요. 거의 그대로였고, 어떤 제품은 붙인 뒤에 오히려 조금 높게 나왔어요.
2016년 12월에는 한국소비자원과 국립전파연구원이 함께 더 넓게 시험했어요. 휴대폰용 11종, 침구·앞치마 같은 생활용품 8종, 모두 19종이었고 결론은 전 제품 차단 효과 없음이었어요. 2020년 8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파 차폐효과 99.99%’ 같은 문구를 쓴 업체 9곳에 경고를 줬어요. 그리고 2025년 2월, 소비자원과 전파연구원이 다시 4개 제품을 시험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발표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광고 문구 수정과 게시물 삭제를 권고했어요.
같은 결론이 12년 동안 적어도 네 번 나왔어요. 그 사이에 제품이 사라졌다면 네 번째 시험은 필요 없었을 거예요.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수차례 발표를 해도… 아직도 여기저기서 팔리고 있는 전자파 방지 스티커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는 조금 민망한 대목도 있어요. 같은 시기에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두 곳이 홍보용 기념품으로 이 스티커를 대량 구매했어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2013년에 160만 원을 들여 5천 장을, 한국전기연구원이 2014년에 220만 원으로 1천 장을 샀어요.
그래서 이번 글의 질문은 이거예요. 반박 자료는 충분한데 스티커는 왜 계속 팔릴까요. “사람들이 아직 몰라서”라고 답하기엔 이 반박이 너무 오래, 너무 여러 번 나왔어요.
정부가 한 말은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안전하다는 말이에요. 국내에서는 휴대폰이 2002년부터 전자파흡수율 측정을 거쳐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해야 유통될 수 있어요. 2025년 시험에서 국민 요청으로 잰 전기·전자 제품 19개도 모두 기준 대비 20% 이내였어요. 국제적으로는 2024년 WHO가 의뢰한 체계적 문헌고찰이 1994~2022년에 나온 관찰연구 63편을 검토해,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 사이의 연관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어요. 10년 이상 쓴 사람에게서도 결과는 같았어요.
다만 이 문제가 완전히 닫혔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1년에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2으로 분류했고, 2024년 IARC 자문그룹은 이 분류를 2025~2029년 기간 후반부에 다시 평가하라고 높은 우선순위로 권고했어요. WHO 검토의 방법론을 비판하는 연구자 단체도 있고, 같은 해 누적 통화 시간이 아주 긴 사용자에게서 위험 증가를 보고한 메타분석도 나왔어요. 지금 과학의 무게는 “위험하다는 근거가 없다” 쪽에 실려 있지만, 반대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두 번째는 줄이라는 말이에요. 국립전파연구원 ‘생활 속 전자파’ 사이트의 자주 묻는 질문을 보면, 시중 차단 제품은 효과가 없다는 설명과 같은 목록 안에 이런 수칙이 들어 있어요. 성장기 어린이는 가급적 휴대폰을 자제하고, 수신이 약한 지하실이나 승강기에서는 통화를 줄이고, 잘 때는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지 말라는 내용이에요. 다른 안내 페이지에는 통화할 때 얼굴에서 5mm만 떼도 흡수가 절반 넘게 줄어든다, 좌우를 번갈아 쓰라, 통화보다 문자를 쓰라, 이어폰 마이크를 쓰라는 설명도 있어요. 2016년 차단 제품 시험 발표 역시 마지막에 어린이의 휴대폰 사용 자제와 가전제품과의 거리 유지를 당부했어요.
두 말은 서로 모순되지 않아요. 기준 안이면 안전하고, 그래도 노출을 더 낮추고 싶다면 이런 방법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걸리는 건 읽는 사람이 한 페이지에서 받아 드는 인상이에요. “기준을 만족하면 안전합니다” 다음에 “어린이는 자제하세요”가 오면, 뒤 문장을 더 무겁게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예요.
검색창의 질문은 ‘그래서 뭘 하면 되나요’예요
‘전자파 괴담’이라는 검색어를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검색어 의도는 구매·실행형이 우세하게 분류되는데 실제 검색 결과 화면에는 사실 확인형 콘텐츠가 주로 올라와요. 이 분류는 검색어에 붙인 태그라서 사람들의 속마음을 잰 값은 아니에요. 그래도 방향은 읽혀요. 괴담이라는 단어를 넣어 검색하는 사람은 이미 반쯤 의심하고 있고, 그다음에 뭘 할지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이 질문에 공식 안내와 스티커는 서로 다른 답을 내요. 공식 답은 습관이에요. 거리를 두고, 이어폰을 쓰고, 신호가 약한 곳에서는 통화를 줄이는 것. 매번 기억해야 하고, 오늘 제대로 했는지도 흐릿해요. 스티커는 한 번 붙이면 끝나요. 전자파는 그대로여도, 할 일을 했다는 감각은 분명하게 남아요.
2016년 소비자원 인식조사가 이 지점을 잘 보여줘요. 성인 500명 중 83.2%가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고 생각했고, 76.6%는 차단 제품을 써 봤거나 쓸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써 본 사람 중 78.5%는 효과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어요. 효과가 있었다는 18.2%도 절반 이상은 주관적 느낌이 근거였고요. 눈에 띄는 건 구입할 때 가장 따지는 조건으로 ‘차단 효과 검증 여부’(69.7%)가 꼽혔다는 점이에요.
검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람들이,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물건을 사고, 효과를 모르겠다고 말해요. 모순처럼 보이지만 달리 읽을 수도 있어요. 이 물건이 덜어 주는 게 측정값이 아니라 걱정이라면, 효과를 몰라도 구매는 성립해요.
광고 쪽에도 기댈 숫자가 있어요. 2016년 시험에서 스티커 4종을 포함한 일부 제품은 전자파흡수율을 최대 95.6%까지 낮췄어요. 대신 안테나 성능이 떨어졌어요. 전파를 막으면 전화가 전화 노릇을 못 하고, 신호가 약해진 휴대폰은 기지국과 연결하려고 출력을 높여 전자파가 더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전파연구원은 통신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흡수율을 낮춰야 차단 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고 설명해요. 광고 문구의 ‘99% 차단’은 이 조건을 빼고 숫자만 가져가기 쉬운 구조예요.
안심시키려던 말이 걱정을 키우기도 해요
독일 연구자 비데만과 쉬츠는 2005년에 이 문제를 실험으로 다뤘어요. 휴대폰과 기지국에 관한 정보를 주면서 예방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이자, 참가자들의 위험 인식이 오히려 올라가고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안심시키는 용도로만 예방 조치를 내놓으면 실패하기 쉽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었어요. 후속 연구에서는 이 효과가 원래 불안이 낮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등 그림이 더 복잡하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모든 예방 안내가 걱정을 키운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안내문이 쓴 사람의 의도대로 읽힌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워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비트회프트와 루빈이 2013년에 발표한 실험은 한 걸음 더 들어가요. 참가자 147명 중 일부에게는 와이파이의 건강 위험을 다룬 BBC 다큐멘터리 일부를, 나머지에게는 휴대폰 데이터 보안에 관한 영상을 보여줬어요. 그다음 머리에 안테나 장치를 씌우고 ‘새로운 방식의 와이파이 신호’라며 15분간 켠다고 알렸어요. 실제로는 아무 신호도 없었어요. 그런데 82명(54%)이 증상을 느꼈고 그 원인을 가짜 신호로 돌렸어요. 다큐를 본 쪽은 전자파 걱정이 커졌고, 원래 불안이 높던 사람은 증상도 더 많이 보고했어요. 노시보 효과3예요.
이 실험을 스티커 옆에 놓으면 하나의 순환이 그려져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몸의 불편함을 전자파 탓으로 돌리고, 스티커를 붙인 뒤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느끼는 흐름이에요. 이 순환이 한국 소비자에게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따로 확인된 적이 없어요. 다만 2016년 조사에서 효과를 느꼈다는 사람 절반 이상이 주관적 느낌을 근거로 댄 것과는 어긋나지 않아요. 측정기로는 차이가 없는데, 당사자에게는 차이가 있는 셈이에요.
그렇다고 반박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224호에서 “사람은 반박당하면 오히려 더 믿는다”는 통념의 출발점이 된 연구가 실제로는 다르게 끝났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오정보 연구를 정리한 2022년 리뷰도 비슷한 결론이에요. 정체성과 얽힌 믿음을 반박하면 오히려 굳어진다는 역효과는 재현이 잘 안 됐고, 정정은 대체로 효과가 있어요. 다만 정정한 뒤에도 원래 정보가 판단에 조금씩 남는 지속적 영향 효과4는 꾸준히 확인돼요. 반박은 믿음을 줄여 주지만, 걱정이 남긴 자리까지 치워 주지는 못해요.
오스왈드의 시선
괴담이 오래 사는 이유를 정보 부족에서 찾으면 해법은 늘 “더 알리자”로 모여요. 2015년 국감에서 나온 처방도 적극적인 홍보였어요. 그런데 12년치 기록을 보면 알리는 일은 계속 있었고, 스티커도 계속 있었어요.
스티커와 경쟁하는 건 반박 자료보다 “그럼 대신 뭘 하면 되나”에 대한 답이라고 봐요. 공식 안내는 스티커를 사지 말라고 하면서, 대신 할 일로 매일 신경 써야 하는 습관 목록을 건네요. 한 번에 끝나는 행동을 지우고 끝나지 않는 행동을 줬으니, 걱정이 큰 사람에게는 스티커가 여전히 더 쉬운 선택으로 남아요. 출연연이 스티커를 기념품으로 고른 것도 그렇게 읽을 수 있어요. 효과를 믿었다기보다, 받는 사람을 챙긴다는 표시로 쓰기 좋은 물건이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다면 반박하는 쪽이 손댈 수 있는 건 문서의 순서와 마지막 문장이에요. “기준 안이면 안전하다”와 “노출을 더 줄이고 싶은 분을 위한 방법”을 한 목록에 섞지 않고 나눠 적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를 하나의 선택지로 분명하게 적어 주는 것이요. 이렇게 바꾸면 실제로 불안이 줄어드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에요.
마치며
반박 자료는 12년 동안 한 번도 결론이 바뀌지 않았어요. 다만 사람들이 알고 싶었던 건 사실 여부 다음의 일이었고, 그 질문에는 스티커가 먼저, 더 간단하게 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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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 ‘전자파 차단스티커’ 실제 효과 실험했더니 (디지털타임스, 2015-09-18) ··· 2013년 전파연구원 실험 수치와 출연연 기념품 구매 내역
-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전자파 차단제품 성능시험 (2016-12-08)
- ‘전자파 차단 제품’ 효과 없다 (이투데이, 2016-12-08) ··· 19종 시험 세부 결과
- 이름만 전자파 차단제품…차단효과 없어 (메디컬월드뉴스) ··· 2016년 소비자 인식조사 수치
- ‘전자파 차단 성능 과장’ 업체 무더기 적발 (이투데이, 2020-08-11)
- 소비자원 “전자파 차단 제품 효과 미미” (세이프타임즈, 2025-02-27)
- 국립전파연구원 생활 속 전자파: 자주하는 질문
- 국립전파연구원 생활 속 전자파: 휴대전화 사용가이드
- WHO review finds no link between mobile phone use and brain cancer (ARPANSA, 2024-09)
- Advisory Group recommendations on priorities for the IARC Monographs during 2025–2029 (IARC)
- Scientific Flaws of the WHO Review on Cell Phone Radiation Cancer Risk (ICBE-EMF) ··· WHO 검토에 대한 반대 측 주장
- Wiedemann & Schütz, The Precautionary Principle and Risk Perception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2005)
- Witthöft & Rubin, Are media warnings about the adverse health effects of modern life self-fulfilling?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2013)
- Ecker et al., The psychological drivers of misinformation belief and its resistance to correction (Nature Reviews Psychology, 2022)
- UFO 예언이 빗나간 뒤, 교주는 철회했어요 (INLEVEL9 Letter 224호) ··· “반박하면 더 믿는다”는 통념의 출발점을 다시 본 편이에요.
📝 용어 설명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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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흡수율(SAR): 휴대폰처럼 몸 가까이에서 쓰는 기기의 전자파가 인체 조직 1kg에 흡수되는 에너지 양을 W/kg 단위로 나타낸 값이에요. 국내 머리 부위 기준은 1.6W/kg이에요. ↩
-
IARC 2B군: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성 분류 중 ‘인체 발암 가능성이 있음’ 단계예요. 인체 연구에서 연관이 관찰됐지만 우연·편향·교란을 충분히 배제하지 못했을 때 붙는 분류로, 위험의 크기를 뜻하지는 않아요. ↩
-
노시보 효과: 해롭다는 기대나 믿음 때문에 실제 원인이 없는데도 증상을 느끼는 현상이에요. 위약 효과(플라시보)의 반대 방향이에요. ↩
-
지속적 영향 효과(continued influence effect): 잘못된 정보가 정정된 뒤에도 사람들의 추론과 판단에 계속 영향을 남기는 현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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