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준 의장은 왜 스타트업처럼 말할까
AI 사용의 깊이는 1년 넘게 정체됐고 산업별 생산성 차이도 확인되지 않았는데, 워시 연준 의장은 AI 생산성을 금리 인하 근거로 쓰고 있어요.
비즈니스데이터보다 낙관이 먼저 나온 첫 청문회 발언
지난 7월 14일,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AI는 아마 제가 성인이 된 이후 우리 경제에 일어난 가장 중대한 변화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을 끝내겠다는 약속과 함께요.
구독자님께는 익숙한 이야기일 거예요. 투자는 1,000조 원 단위인데 경제 지표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이 뉴스레터에서 이미 두 번 다뤘어요. 2,500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왜 경제 지표에는 안 보일까에서 범용 기술의 시차를, 47년 전 사무자동화 시대에서 ‘체감은 3배, 측정은 1.8%‘라는 괴리의 정체를요. 이번에 인용한 FT 보도에서는 AI 관련 투자 규모를 7,250억 달러로 제시하고 있어요. 앞선 호의 2,500억 달러와는 집계 범위와 시점을 확인해 구분해서 읽어야 해요.
오늘은 “생산성은 어디 있나”를 다시 묻는 대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생산성이 지금 어떤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보려고 해요. AI 생산성은 경제 지표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는 이미 쓰이고 있어요. 그 첫 사례가 미국의 통화정책이에요.
‘기다리면 온다’에 불리한 증거 셋
지난 두 글의 결론은 좀 더 기다려보자는 쪽이었어요. 범용 기술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 그런데 최근 한 달 사이, 그 ‘기다리면 온다’ 가설에 불리한 증거가 세 방향에서 나왔어요.
첫째, 확산의 깊이가 멈췄어요. 세인트루이스 연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운영하는 실시간 인구 조사(RPS)를 보면, 2026년 2분기 기준 미국 생산가능인구의 45%가 업무에서 생성형 AI를 주 1회 이상 써요. 그런데 ‘매일’ 쓰는 사람은 열에 한 명 수준에서 1년 넘게 늘지 않고 있어요. 사용 시간도 쓰는 사람 기준 하루 30분 남짓이고, 여기서 계산되는 시간 절약은 하루 10분 정도예요. 시차 가설은 사용이 계속 잦아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써 본 사람 수는 늘어도 매일 쓰는 사람 비율은 제자리인 거예요. 사용 경험이 넓어지는 것과 일상 업무에 깊이 쓰이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해요.
둘째, 이미 나타난 생산성 개선조차 AI의 몫이 아닐 수 있어요. 워시 의장은 최근 4개 분기 구조적 생산성1 증가율이 2%대 후반이라는 점을 낙관의 근거로 삼는데요.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들이 경기에 따른 가동률을 조정해보니, 이 수치는 1%대 초반까지 내려와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수요가 식어도 사람을 껴안고 있던 노동 비축2 시기(2022~24년)에는 생산성이 실력보다 낮게 찍혔고, 최근 그 인력이 정리되면서 통계가 기계적으로 반등하고 있다는 설명이에요. 기술의 도약이 아니라 사이클의 되돌림이라는 거죠.
셋째, ‘아직 안 보인다’는 수준을 넘어 ‘빨리 도입한 산업도 생산성 개선이 다르지 않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AI가 정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금융, IT, 컨설팅처럼 채택이 빨랐던 산업에서 먼저 보여야 하는데, 바클레이즈가 산업별 채택률과 생산성 개선의 상관관계를 여러 방식으로 돌려본 결과는 “통계적으로 0과 구분되지 않는다”였어요. 지난 17일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낸 분석 노트도 같은 그림이에요. 산업을 AI 채택 상·중·하 그룹으로 묶어 봤더니, 세 그룹의 생산성 추세가 시간이 지나도 나란했어요.
시차 가설이 틀렸다는 뜻은 아직 아니에요. 다만 이 자료들은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을 다시 검토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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