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호

옳아도 청산당한다

SK하이닉스 프리마켓 급락과 코스피 17.91% 급등의 배경이 된 AI 헤지펀드 강제청산 30시간을 정리하고, 전망이 맞는 것과 살아남는 것이 왜 다른지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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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프리마켓, SK하이닉스 127만 2,000원 체결

7월 28일 오전 8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이 열리자마자 SK하이닉스 1주가 전일 종가보다 29.99% 낮은 127만 2,000원에 체결됐어요. 주가는 곧 170만 원대로 돌아왔지만, 그 체결가 하나가 해외 파생상품 청산까지 불렀죠. 같은 주 금요일엔 코스피가 1,001.89포인트, 17.91% 올라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한꺼번에 새로 썼어요. SK하이닉스는 상한가인 29.95%로 마감했고요.

같은 종목이 같은 주에 마이너스 30%로 찍혔다가 플러스 30%로 닫혔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는 이 급등락을 이해하려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헤지펀드의 강제 매각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25살 운용자가 빌린 돈으로 키워 한때 450억 달러로 불린 포지션이 무너지고 정리되는 30시간이 국내 투자자들의 계좌 손익까지 흔들었죠. 전망이 맞는 것과 청산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별개라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이에요.


165쪽 에세이에서 450억 달러 펀드까지

주인공부터 볼게요. 레오폴드 아셴브레너. 베를린에서 태어나 15살에 컬럼비아대에 들어갔고 19살에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예일 로스쿨 자리를 마다하고 FTX의 자선 부문에서 일했는데, 그 FTX가 무너졌죠. 다음 직장이 OpenAI였어요. 2024년 4월 회사는 기밀 유출을 이유로 그를 해고했고, 본인은 공유한 문서에 기밀이 없었으며 진짜 이유는 이사회에 보안 우려 메모를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어요.

두 달 뒤 그는 165쪽짜리 에세이 ‘Situational Awareness’를 올려요. 2027년경 초지능이 등장한다는 예측과 함께, 이 흐름에 베팅할 투자 펀드를 만들자는 제안까지 담겨 있었어요. 에세이는 실리콘밸리의 필독서가 됐고, 낯선 사람들이 돈을 들고 연락해오자 그는 정말로 에세이와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를 세웠어요. 그해 11월 테크 업계 거물들에게서 1억 달러를 모았는데, 스트라이프 창업자 콜리슨 형제와 냇 프리드먼 같은 이름이 초기 투자자로 거론돼요.

뉴욕타임스가 확인한 투자자 문서에는 흥미로운 문구가 있어요. 투자 유형에도, 종목 집중도에도, 레버리지1 사용량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 뉴욕의 큰손들은 갈렸어요. 세계 최대 헤지펀드 투자자인 블랙스톤은 투자하지 않았고, 한 투자자는 AI가 기대만큼 풀리지 않으면 대비책이 뭐냐고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해요. 그는 그냥 다 잘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도 성과가 좋아서 이런 우려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어요. 2025년 한 해 수수료 차감 후 200%가 넘는 수익을 냈다는 투자자 전언이 있고, 올해 상반기에만 439%, 월스트리트저널 기준 설정 후 누적 1,000% 이상이라는 집계도 있어요. 자산은 이달 초 최대 450억 달러까지 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요. 뉴욕타임스는 7월 초 기준 약 300억 달러로 집계하는데, 이 차이가 왜 생기는지는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게요.

image포트폴리오는 AI가 잘될 것이라는 전망에 그대로 쏠려 있었어요. 5월 말 공시 기준 상장주 롱 포지션은 네비우스 35.1%, 샌디스크 14.9%, 블룸에너지 12.7%, 코어위브 9.4%, 마이크론 5.7% 순. 공시에 잡히지 않는 쪽으로는, 이달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R의 코너스톤 투자자2였어요. FT에 따르면 베일리 기포드, 코투와 함께 최대 70억 달러 투자 의사를 밝혔을 정도예요. 반대편에서는 어도비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AI에 대체될 거라며 숏 포지션을 걸었고요. 그러니까 이 펀드는 AI 세계관을 롱과 숏 양방향으로, 그것도 보도 기준 최대 400%의 레버리지로 증폭한 구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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