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망한다던 피그마는 왜 AI의 작업대가 됐을까
Canva도 Webflow도 ChatGPT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코딩 에이전트가 디자인을 찾으러 가는 곳은 피그마예요
비즈니스“피그마부터 망한다”던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구독자님, 생성형 AI가 화면 시안을 몇 초 만에 그려내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질 소프트웨어로 피그마를 꼽는 사람이 많았어요. 말로 설명하면 AI가 화면을 만들어 주는데, 사람이 사각형을 하나씩 그리는 도구가 왜 필요하냐는 논리였어요.
시장도 그 이야기에 반응했어요. 2025년 7월 31일 상장 첫날 장중 142.92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그 뒤로 계속 내려왔고, 2026년 4월 17일 Anthropic이 프롬프트로 프로토타입과 슬라이드를 만드는 Claude Design을 내놓은 날에는 하루에 7% 빠졌어요. 2026년 상반기에만 주가가 51.6% 떨어졌어요.
그런데 제품 쪽에서 벌어진 일은 정반대에 가까워요. OpenAI가 2025년 10월 ChatGPT 안에서 외부 앱을 부르는 기능을 처음 열 때 피그마는 일곱 곳뿐인 파일럿 파트너 중 하나였어요. Claude Code, Codex, Cursor 같은 코딩 에이전트는 피그마 MCP1 서버로 디자인 파일을 읽고, 2026년 3월부터는 파일에 직접 쓰기까지 해요. 깃허브에는 피그마와 에이전트를 잇는 서버와 스킬이 계속 쌓이고 있어요. 2026년 2분기 매출은 3억 7,01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8% 늘었고, 세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이번 호의 질문은 이거예요. 망할 거라던 피그마는 어떻게 AI가 일하러 찾아오는 자리가 됐을까요. 같은 시기에 Canva와 Webflow도 AI와 손을 잡았는데, 왜 유독 피그마가 그 자리에 섰을까요.
10월 29일, 피그마가 공개한 ‘피그마 파일을 아는 모델’
이 질문을 풀 단서가 사흘 전에 나왔어요. 피그마의 조시 클렘(Josh Clemm)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10월 29일 회사 블로그에 「How we’re training a Figma-fluent editing model」을 올렸어요. 피그마 에이전트 안에서 디자인 수정을 맡는 자체 모델을 어떻게 학습시키고 있는지 설명한 글이에요.
출발점이 솔직해요.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프런티어 모델은 피그마 문법을 이해하지 못했고, 시스템 프롬프트로 가르치려 하면 토큰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썼다고 해요. 그래서 피그마는 방향을 바꿨어요. 원래 디자인, 합성한 수정 요청, 제대로 된 수정 결과를 한 묶음으로 만든 예시를 25만 개 넘게 준비했고, 이 예시를 모두 피그마 고유의 파일 형식으로 표현했어요. 그 데이터로 이전 세대 Llama 3.3 70B 모델을 지도 미세조정2했더니, 당시 최상위 모델들과 겨룰 만한 수정 성능이 나왔다고 해요.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도 볼 만해요. 더 큰 교사 모델이 먼저 수정을 시도하고, 그 결과가 유효한 출력인지, 요청을 실제로 들어줬는지를 규칙 기반 검사기와 시각 판정 모델이 걸러냈어요. 다만 모범 답안을 따라 하게 하는 방식은 학습 때 본 것과 비슷한 디자인만 잘 만들고 일반화가 약해진다는 한계가 있어서, 지금은 강화학습3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기반 모델도 Qwen 계열처럼 더 새로운 오픈 모델로 옮겨 가는 중이에요.
제가 가장 눈여겨본 대목은 역할 분담이에요. 이미지 생성, 벡터 작업,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탐색에는 외부의 가장 좋은 모델을 쓰고, 이미 캔버스에 있는 디자인을 정밀하게 고치고 다듬는 일에는 자체 모델을 써요. 모델을 고르는 기준도 두 가지예요. 피그마 안에서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 그리고 그 일을 얼마나 빠르고 싸게 하는지요.
같은 날 Canva도 디자인 수정용 자체 비전-언어 모델 Brush를 발표했어요. 오픈 웨이트 모델에서 출발해 디자인·편집 작업으로 사후 학습했고, 이전 디자인 에이전트보다 일반 편집 작업이 최대 69% 빠르고 작업당 비용은 46% 낮다고 밝혔어요. 두 회사가 서로를 언급하지 않은 채 같은 결론에 도착한 셈이에요. 새로 그리는 일보다 이미 있는 디자인을 고치는 일이 훨씬 자주 일어나고, 그 일은 자기 파일을 가장 잘 아는 모델에게 맡기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요.
Canva와 Webflow, Gamma도 들어갔어요. 맡은 자리가 달라요
여기서 질문을 한 번 정확하게 다듬어야 해요. 사실관계만 보면 Canva와 Webflow가 AI 생태계에 못 들어간 건 아니에요.
Canva는 ChatGPT 앱 파일럿 일곱 곳에 피그마와 나란히 이름을 올렸어요. 2026년 2월에는 Canva MCP 서버를 통해 ChatGPT, Claude, Microsoft Copilot 안에서 만들어진 디자인이 1,200만 개를 넘었다고 발표했고, 2025년 말 연간 반복 매출은 40억 달러였어요. Webflow도 2026년 7월 1일 ChatGPT 앱을 냈고, 같은 달 21일에는 MCP 2.0을 공개했어요. Webflow는 기업 고객의 30% 이상이 MCP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고, 그 사용자의 90% 가까이가 Claude로 연결한다고 밝혔어요.
그러니 차이는 들어갔느냐에 있지 않아요. 세 회사의 파일이 AI 작업 흐름에서 맡는 자리가 달라요.
| 구분 | Canva | Webflow | Figma |
|---|---|---|---|
| 주로 남기는 것 | 완성된 포스터·슬라이드·SNS 이미지 | 실제로 돌아가는 웹사이트 | 무엇을 만들지 합의한 화면과 규칙 |
| 그다음에 그걸 쓰는 쪽 | 보는 사람 | 사이트 방문자 | 개발자, 그리고 코딩 에이전트 |
| AI 대화 속 역할 | 완성품을 뽑아 주는 출구 | 사이트를 고치고 운영하는 창구 | 코드를 짜기 전에 읽는 기준 |
Canva의 결과물은 대부분 거기서 끝나요. 슬라이드든 포스터든 사람이 보면 일이 끝나요. 그래서 ChatGPT 안에서 Canva는 “이 개요로 발표 자료 만들어 줘”를 받아 완성품을 돌려주는 출구 역할을 잘해요. 다만 출구가 되면 생성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아요. Canva는 2026년 8월 투자자 서신에서 그해 매출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0%로 낮췄는데, AI 기능을 제공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었어요. 2분기 매출은 9억 2,190만 달러로 25.2% 늘었으니 성장이 멈춘 건 아니에요. 속도를 스스로 늦춘 거예요.
Webflow의 결과물은 웹사이트 그 자체예요. 그런데 웹사이트를 코드로 짜는 일은 지금 코딩 에이전트가 가장 빨리 잘하게 된 일 가운데 하나예요. Webflow가 MCP 2.0에서 브랜드 규칙, 권한 설계, 테스트, 작업 기록 같은 통제 장치를 앞세운 건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여요. 사이트를 만드는 도구에서 사이트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기반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거예요.
피그마의 파일은 성격이 달라요. 피그마 화면은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중간 산출물이에요. 팀이 어떤 버튼을 쓰고, 색과 간격을 어떤 변수로 정하고, 화면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합의해 둔 기록이에요. 사람이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그걸 보고 다시 코드를 만들어요. AI가 코드를 짜기 시작하자 그 ‘누군가’에 에이전트가 더해졌어요.
피그마 파일이 에이전트의 작업 지시서가 된 과정
피그마가 지난 1년 동안 한 일을 따라가 보면, 이 중간 산출물을 에이전트가 읽고 쓸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먼저 읽기예요. 피그마 MCP 서버는 선택한 프레임의 디자인 맥락, 변수 정의, 스크린샷 같은 정보를 에이전트에게 넘겨요. Code Connect를 연결해 두면 디자인 속 컴포넌트가 실제 코드베이스의 어떤 컴포넌트인지까지 알려 줘요.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파란 버튼”이 아니라 “우리 팀의 Primary 버튼 컴포넌트”를 건네받는 거예요. 지원 클라이언트 목록에는 Claude Code, OpenAI Codex, Cursor, VS Code, Gemini CLI 등이 올라 있어요.
다음은 쓰기예요. 2026년 2월에는 Claude Code에서 만든 실제 화면을 수정 가능한 피그마 디자인으로 가져오는 흐름과, Codex에서 피그마 디자인 파일을 만드는 흐름을 연달아 발표했어요. 3월 24일에는 코딩 에이전트가 디자인 파일에 직접 쓰는 use_figma 도구를 베타로 열었어요. 여기에 스킬을 붙이면 어떤 도구를 어떤 순서로 불러 팀의 규칙대로 작업할지 에이전트에게 알려 줄 수 있어요. 피그마는 2026년 1분기에만 피그마 디자인의 MCP 주간 활성 사용자가 5배 늘었다고 밝혔어요.
마지막은 캔버스 안의 에이전트예요. 5월 20일 베타로 시작한 피그마 에이전트는 팀이 실제로 쓰는 컴포넌트, 스타일, 변수,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써서 화면을 만들고 고쳐요. 10월 들어 모든 사용자에게 열렸고, 10월 29일 공개한 자체 수정 모델이 바로 이 에이전트 안에 들어가 있어요.
숫자도 같은 방향을 가리켜요. 2026년 6월 말 기준 연간 반복 매출 1만 달러 이상 고객의 80% 이상이 매주 AI 크레딧을 썼고, 7월 31일 기준으로는 그 고객의 절반 이상이 매주 피그마 에이전트를 썼어요. 같은 고객군의 순매출유지율4은 136%였어요. 딜런 필드(Dylan Field) CEO는 2분기 실적 보도자료에서, 코드가 흔해질수록 가치는 그 위 단계로 옮겨 간다고 말했어요.
정리하면 피그마는 AI와 싸워서 살아남은 게 아니에요. AI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열어 봐야 하는 파일을 갖고 있었고, 그 파일을 에이전트에게 먼저 열어 줬어요. 프롬프트 한 줄로 화면을 그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화면이 우리 팀의 컴포넌트와 규칙을 따르는지는 팀의 기록을 봐야 알 수 있어요. 그 기록이 피그마 파일 안에 있었어요.
시장은 아직 판정을 미뤘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피그마가 이겼다”로 끝내고 싶어지는데, 그렇게 쓰면 반만 맞아요. 제품과 생태계에서 피그마의 자리는 단단해졌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의심하고 있어요. 주가는 2026년 들어 사상 최저인 16.80달러까지 내려갔고, 10월 초에도 21달러대에서 거래됐어요. 공모가 33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에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에요. 피그마의 잉여현금흐름 마진은 1분기 27%에서 2분기 14%로 줄었고, 회사는 AI 추론 비용5 증가를 잉여현금흐름이 전년보다 달라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어요. 베타 중인 제품은 고객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추론 비용을 회사가 떠안고 있다고도 했어요. 3분기 매출 전망은 성장률 36% 수준으로, 2분기의 48%보다 낮아요.
Canva가 성장률 전망을 낮춘 이유와 피그마의 마진이 줄어든 이유는 같은 곳을 가리켜요. AI 기능은 쓰면 쓸수록 돈이 드는 기능이에요. 그래서 10월 29일 두 회사가 같은 날 자체 수정 모델을 꺼낸 게 우연처럼 보이지 않아요. 디자이너가 가장 자주 반복하는 수정을 더 작고 싼 모델로 처리하지 못하면, 사용량이 늘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가 되거든요.
피그마의 3분기 실적은 11월 4일(미국 시각) 발표될 예정이에요. 에이전트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크레딧 매출이 따라왔는지, 자체 모델이 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가 그때 처음 숫자로 드러날 거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평소에 모든 사람, 모든 일에 초지능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해요. 일과 환경에 맞는 모델이 따로 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저도 전체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나누는 일은 Claude나 GPT-6에 맡기고, 오래 걸리고 반복이 많은 작업은 DeepSeek이나 GLM에 넘겨요.
피그마 블로그의 역할 분담 대목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먼저 떠올랐어요. 새로운 탐색은 외부의 가장 좋은 모델에, 매일 반복되는 정밀 수정은 자기 파일을 아는 작은 모델에 맡기는 구성은, 제가 작업마다 모델을 고르는 것과 같은 문제를 회사의 생존 조건으로 푼 거예요. 모든 수정을 프런티어 모델에 맡겼다면 피그마는 사용량이 늘수록 더 가난해졌을 거예요.
“피그마부터 망한다”는 예측이 빗나간 지점도 여기서 보여요. 그 예측은 피그마를 ‘화면을 그리는 도구’로 봤어요. 그림 그리는 속도만 보면 AI가 빨라요. 하지만 피그마 파일에 오래 쌓인 건 그림보다 팀이 합의한 이름과 규칙이었고, 에이전트는 그 규칙 없이는 팀이 바로 쓸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지 못해요. 다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도 있어요. 그 자리를 지키는 비용을 피그마가 매출로 감당할 수 있는지는 이번 분기부터 지켜봐야 해요.
마치며
피그마는 AI를 피해서 살아남지 않았어요. 에이전트가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파일을 가졌고, 그 파일을 에이전트가 읽고 쓰기 쉽게 열었고, 가장 자주 일어나는 수정은 자기 모델로 싸게 처리하려 하고 있어요. 남은 질문은 이 자리가 돈이 되는 자리인지예요.
💬 AI가 만든 화면이나 코드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무엇과 맞춰 보시나요? 디자인 시스템, 기획서, 아니면 그냥 눈으로 확인하시는지 댓글로 짧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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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 Josh Clemm, “How we’re training a Figma-fluent editing model”, Figma Blog, 2026년 10월 29일. : 이번 호의 출발점이에요. 25만 개 예시로 시작한 지도 미세조정과 강화학습 계획, 외부 모델과의 역할 분담이 담겨 있어요.
- FourWeekMBA, “Figma Trained Llama on 250,000 Examples as Canva Ships Brush”, 2026년 10월. : 같은 날 나온 피그마와 Canva의 자체 수정 모델 발표를 나란히 비교한 글이에요.
- OpenAI, “Introducing apps in ChatGPT and the new Apps SDK”, 2025년 10월 6일. : 피그마와 Canva를 포함한 일곱 곳의 파일럿 파트너가 처음 공개된 발표예요.
- Figma, “Figma Announces Second Quarter 2026 Financial Results”, SEC 8-K, 2026년 8월 5일. : 매출 성장률, 순매출유지율, AI 크레딧 사용 비중의 원자료예요.
- Figma Help Center, “Guide to the Figma MCP server”. : 지원 클라이언트와 스킬 연결 방식을 확인할 수 있어요.
- Fortune, “Canva was the rare startup that grew fast and made money, then AI costs slashed its growth forecast by a third”, 2026년 8월 12일. : Canva의 성장률 전망 하향과 피그마의 마진 축소를 추론 비용이라는 같은 문제로 묶어 본 기사예요.
- The Motley Fool, “Why Figma Stock Lost 52% in the First Half of 2026”, 2026년 7월 10일. : 실적과 주가가 엇갈린 상반기를 정리했어요.
- Webflow Community, “Webflow MCP 2.0 is here”, 2026년 7월. : Webflow가 에이전트 시대에 무엇을 앞세우는지 볼 수 있어요.
📝 용어 설명
각주
-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에 연결하는 방식을 표준화한 개방형 규약이에요. OpenAI의 ChatGPT 앱 SDK도 이 규약 위에 만들어졌어요. ↩
-
지도 미세조정(SFT, Supervised Fine-Tuning): 이미 학습된 모델에 “이 입력에는 이 출력”이라는 모범 예시를 대량으로 보여 주며 추가로 학습시키는 방법이에요. 사후 학습(post-training)의 대표적인 방식이에요. ↩
-
강화학습(RL, Reinforcement Learning): 정답을 따라 하게 하는 대신, 모델이 낸 결과에 점수를 매겨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쪽으로 스스로 조정하게 하는 학습 방법이에요. ↩
-
순매출유지율(NDR, Net Dollar Retention): 기존 고객이 1년 전보다 얼마나 더 많이 쓰는지 보여 주는 지표예요. 100%를 넘으면 기존 고객의 지출이 늘었다는 뜻이에요. ↩
-
추론 비용(Inference Cost): 학습이 끝난 모델이 사용자 요청을 처리할 때마다 드는 계산 비용이에요. 기능을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함께 늘어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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