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영업전화 사전 동의제와 한국의 음성 스팸
프랑스는 영업전화에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제도로 바뀌었어요. 한국에서는 2025년 하반기 음성 스팸이 늘었어요. 두 제도의 차이와 연락처 관리에 필요한 일을 살펴봤어요.
비즈니스프랑스가 영업전화 거부 명단을 없앤 날
8월 11일 프랑스에서 무단 영업전화가 금지됐어요. 여기까지는 아마 뉴스로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금지와 함께 폐지된 제도에 더 눈이 갔어요. Bloctel1이라는 거부 등록 명단이에요. 2016년에 만들어져 10년을 버틴 이 목록도 같은 날 폐지됐어요.
구독자님, 이번 조치는 두 가지가 함께 이뤄졌어요. 무단 영업전화를 금지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번호를 등록해야 했던 거부 명단을 폐지했어요. 전화를 받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먼저 등록해야 했던 구조가, 사업자가 먼저 동의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뀐 거죠.
그래서 달라지는 건 과징금 액수보다 아웃바운드 영업의 원가와 데이터 관리 방식이에요. 동의는 한 번 받아두고 계속 쓰는 것이 아니라 1년이면 만료돼서, 매년 다시 받아야 하는 항목이 됐어요. 그리고 같은 시기 한국의 음성 스팸은 반대로 늘고 있어요.
무단 영업전화 금지와 Bloctel 폐지가 같은 날 시행됐어요
근거는 2025년 6월 30일 제정된 법률 제2025-594호 제13조예요. 시행일은 2026년 8월 11일이고요. 흥미로운 건 이 조항이 실린 자리예요. 소비자보호법 개정이 아니라 공공보조금 사기 방지법에 얹혀서 통과됐어요. 프랑스 정부가 이 문제를 소비자 불편이 아니라 사기 인프라로 봤다는 뜻이에요.
배경에는 오랫동안 쌓인 소비자 불만이 있어요. 프랑스 당국은 자국민의 약 4분의 3이 주 1회 이상 무단 영업전화를 받는다고 추산했어요. 2024년에는 11개 소비자 단체가 공동으로 전면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고요. 거부 명단이 10년 동안 존재했는데도 상황이 이랬다는 게 이 법의 출발점이에요.
내용은 단순해요. 이제 사업자는 소비자의 사전 동의 없이 영업 목적으로 전화를 걸 수 없어요. 예외는 두 가지뿐이에요. 진행 중인 계약과 관련된 연락이거나, 미리 명확한 동의를 받은 경우예요. 신문·잡지 구독 권유는 별도로 예외를 뒀고요. 반대로 에너지 리모델링, 노후 주거 개조, 직업훈련계좌(CPF) 이 세 분야는 동의를 받았더라도 전화 영업이 전면 금지예요. 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영역이거든요.
제재는 통화 한 건 기준으로 자연인 7만 5,000유로, 법인 37만 5,000유로가 상한이에요. 2026년 8월 11일 환율(1유로 약 1,637원)로 환산하면 각각 약 1억 2,000만 원, 약 6억 1,000만 원이에요. 상한이지 자동으로 부과되는 금액은 아니고, 프랑스 경쟁·소비·사기방지총국(DGCCRF)2이 조사 후 부과하며 제재 사실을 공표할 수 있어요. 취약자를 노린 경우에는 징역 5년에 50만 유로 또는 매출의 10%까지 올라가요.
그런데 실무자 입장에서 진짜 무거운 건 과징금이 아니에요. 동의 없이 건 전화로 체결된 계약은 무효예요. 팔았는데 매출로 남지 않는다는 뜻이죠. 과징금은 확률의 문제지만 계약 무효는 거래 자체의 문제라, 이쪽이 훨씬 빠르게 영업 조직의 행동을 바꿔요.
그리고 소비자가 따로 할 일은 없어요. Bloctel에 등록할 필요도, 해지할 필요도 없어요. 동의하지 않았다면 전화를 걸 수 없는 것이 기본이 됐거든요.
프랑스는 사전 동의제로, 한국은 음성 스팸이 두 배로
같은 시기 한국 숫자를 보면 방향이 반대예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26년 5월 14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스팸 유통 현황」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월평균 스팸 수신량은 10.35통으로 직전 반기보다 약 30.8% 늘었어요. 이 중 음성 스팸이 4.26통으로 직전 반기의 두 배,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광고 유형 1위는 통신 가입 권유였어요. 위원회는 2025년 7월 단말기유통법 폐지 이후 유통점의 음성 영업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문자와 음성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에요. 같은 기간 문자 스팸 신고·탐지 건수는 1억 5,020만 건에서 1,288만 건으로 약 91% 줄었어요. 반면 음성 스팸 신고·탐지는 504만 건에서 873만 건으로 약 73% 늘었고요.
왜 이렇게 갈렸을까요. 제도를 보면 답이 나와요. 정보통신망법 제50조는 전자적 전송매체로 영리 목적 광고를 보낼 때 수신자의 명시적 사전 동의를 요구해요. 한국은 문자·이메일·자동 발신에 관해서는 이미 옵트인3 국가예요. 그런데 여기에 예외가 하나 있어요.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자4가 육성으로,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고지하면서 거는 전화는 이 동의 의무의 예외에 해당해요.
이 글에서 주목한 예외는 방문판매법상 전화권유판매자가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고지하면서 육성으로 거는 전화예요. 모든 육성 전화가 동의 의무에서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런 예외가 있는 가운데 문자 스팸은 줄고 음성 스팸은 늘었어요. 다만 두 지표만으로 그 변화가 전부 규제 차이 때문에 생겼다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거부 장치는 있어요. 다만 프랑스가 8월 11일 폐기한 거부 등록 방식이에요. 공정거래위원회가 방문판매법 제42조에 근거해 2014년 구축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위탁 운영하는 두낫콜이 있고, 은행·보험·카드 등 12개 금융업권이 따로 운영하는 금융권 두낫콜이 별도로 있어요. 금융상품 권유는 공정위 두낫콜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요. 소비자는 두 군데에 각각 등록해야 하는 거죠.
속도는 더 아쉬워요. 사업자의 수신거부 대조 의무는 월 1회 이상이에요. 등록하고도 최대 30일은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금융권 두낫콜은 반영까지 최대 2주가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고요. 등록 절차를 직접 밟아야 하고, 반영까지 기다려야 하고, 시스템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어요. 전화를 거부하려는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수고가 이만큼이에요.
동의 유효기간 1년이 영업 원가를 바꿔요
프랑스 규제의 진짜 무게는 2026년 7월 23일 나온 시행령에 있어요. 여기서 동의의 사양이 정해졌거든요.
동의는 자유롭고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며 언제든 철회할 수 있어야 해요. 미리 체크된 박스는 무효이고, 약관 동의로 갈음할 수도 없어요.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수준이에요. 문제는 나머지 세 줄이에요.
- 동의의 유효기간은 최대 1년이고 자동 갱신이 안 돼요
- 소비자는 통화 도중 구두로도 동의를 철회할 수 있어요
- 사업자는 동의 증빙을 최소 3년 보관하고, 요청 시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입증책임은 사업자에게 있어요
이 조건에 따르면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계속 영업에 사용할 수 없어요. 1년이 지나 동의가 만료되면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 비용이 들어요. 연락처 목록이 회계상 매년 100% 감가상각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동의를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원가표에서 바뀌는 항목은 이래요. 리스트 구매 단가가 있던 자리에 동의 획득 단가가 들어와요. 고객획득비용(CAC) 앞단에 항목이 하나 새로 생기는 셈이에요. 그리고 매년 돌아오는 재동의 캠페인이 일회성 지출이 아니라 고정비로 자리 잡아요. 통화 중 구두 철회가 가능하다는 조항은 부담이 더 커요. 통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소비자가 그 자리에서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그 연락처는 더 이상 영업에 쓸 수 없게 되니까요.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이 계산을 시작할 준비조차 안 돼 있다는 점이에요. 연락처 데이터는 여러 캠페인에서 흘러든 기록이 한 테이블에 섞여 있고, 취득 시점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언제 받았는지 모르면 언제 만료되는지도 알 수 없어요.
파장은 국경을 넘어요. 모로코 고용부 장관은 자국 콜센터에서 최대 5만 개 일자리가 위험하다고 의회에 보고했어요. 이 산업은 약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연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요. 모로코 아웃소싱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시장이 업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해왔다고 밝혔고요. 물론 같은 관계자는 순수 텔레마케팅이 이제 전체 활동의 15~20% 수준이라며 다각화를 강조했어요. 다만 저는 이 숫자를 안심 신호로 읽지 않아요. 프랑스 소비자에게 프랑스어로 응대하는 인력과 운영 체계가 다른 업무에도 쓰이기 때문에, 텔레마케팅 비중 15~20%의 감소가 다른 업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규제를 만든 나라와 그 통화 업무를 실제로 수행하는 나라가 다르면, 일자리 감소 같은 부담은 규제를 만든 나라 밖에서 먼저 나타나요. 프랑스 의회가 통과시킨 조항 하나가 카사블랑카의 고용 계획을 다시 쓰게 만드는 셈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GTM 전략을 짜면서 가장 자주 마주친 장면이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우리 DB 30만 건”을 자산처럼 이야기하는 순간이에요. 저는 그때 늘 같은 질문을 해요. 이 번호들은 어디서 왔고, 언제 동의를 받았고, 그 증빙이 어디 있나요. 명확한 답이 돌아온 경우는 드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동의를 CRM의 체크박스 필드가 아니라 원장(ledger)으로 관리하라고 권해요. 출처, 취득 시점, 만료일, 철회 이력이 건별로 남아야 해요. 입증책임이 사업자에게 넘어오는 순간, 동의 근거를 확인할 수 없는 연락처는 영업에 쓰기 어렵고 법적 분쟁의 부담도 생길 수 있거든요. 이 작업은 규제가 오기 전에 해두는 편이 훨씬 싸요. 소급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요.
다만 이 규제가 성공하리라고 단정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독일은 2009년부터 유사한 금지를 시행했지만 무단 영업전화가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프랑스 소비자단체 UFC-Que Choisir 대표도 사기 세력이 방문판매 쪽으로 무대를 옮길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고요. 규제는 대체로 법을 지키는 쪽의 원가부터 올려요. 그래서 합법 아웃바운드가 먼저 줄고, 불법 통화는 한참 뒤에 줄어드는 순서가 나올 가능성이 커요.
저는 한국에서도 사전 동의 원칙과 전화권유판매 예외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AI 음성 에이전트가 통화당 비용을 낮추면 영업전화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가 각각 거부 명단에 등록하는 방식만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해요.
마치며
오늘 정리한 내용을 세 줄로 압축하면 이래요.
프랑스에서는 사업자가 영업전화 전에 동의를 확인해야 하고, 소비자는 별도의 거부 명단에 등록하지 않아도 보호받게 됐어요. 사업자는 동의의 유효기간 1년과 철회 이력을 관리하고 입증 자료를 보관해야 해요. 한국에서도 사전 동의가 원칙이지만 전화권유판매에는 요건을 갖춘 육성 통화 예외가 있어요. 음성 스팸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 예외와 거부 등록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아웃바운드를 운영하고 계신다면 이번 주에 세 가지만 확인해 보시길 권해요. 우리 리스트의 번호는 어디서 왔는지, 동의를 언제 받았는지, 그 증빙이 지금 꺼낼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는지예요. 셋 중 하나라도 답이 막히면, 그 리스트는 아직 자산이 아니에요.
💬 지난 한 달 동안 받은 영업전화 중에서 “내가 동의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걸려온 전화가 몇 통이었나요? 어느 업종이었는지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호에서 업종별로 모아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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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Légifrance, 「소비자법전 제L.223-1조 이하: 전화 영업 동의」(2026년 8월 11일 시행 버전). 링크 ··· 조문 원문이에요. 예외 조항이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 확인하려면 여기가 가장 정확해요.
- 프랑스 경제·재정부(DGCCRF), 「기업에 적용되는 전화 영업 규칙」. 링크 ··· 동의 유효기간 1년, 증빙 3년 보관 같은 실무 사양이 정리돼 있어요. 사업자 관점에서 읽기 좋아요.
- Service-Public.fr, 「전화 영업 금지: 새 규칙은 무엇인가」. 링크 ··· Bloctel 폐지와 예외 두 가지를 소비자 눈높이로 설명한 정부 안내예요.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 「2025년 하반기 스팸 유통 현황」, 2026년 5월 14일 발표. 링크 ··· 오늘 글의 한국 쪽 숫자는 전부 여기서 왔어요. 음성 스팸 항목만 따로 봐도 흐름이 보여요.
- France 24, 「France bans unsolicited telemarketing calls to protect consumers」, 2026년 8월. 링크 ··· 모로코 콜센터 고용 영향은 이 기사가 가장 구체적으로 다뤘어요.
배경 지식
- CNIL, 「전화를 이용한 상업적 프로스펙션 규칙」. 링크 ··· 개인정보 감독기구 관점에서 본 동의 요건이에요. GDPR과의 접점이 궁금하시면 이쪽이에요.
- 공정거래위원회,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두낫콜)」. 링크 ··· 등록해 보시면 금융상품이 왜 제외되는지, 왜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지 바로 체감돼요.
함께 읽으면 좋은 지난 호
- 봇에게 이름과 지갑을 준 클라우드플레어 ··· 접근을 허용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한 사례예요. 오늘의 동의 구조와 이어져요.
- 마나토끼가 죽어도 청구서는 날아온다 ··· 규제와 책임이 잡기 쉬운 쪽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다뤘어요.
📝 용어 설명
각주
-
Bloctel: 2016년 프랑스가 도입한 전화 영업 거부 등록 명단이에요. 소비자가 번호를 등록하면 사업자가 그 번호를 영업 대상에서 빼야 했어요. 2026년 8월 11일 자로 폐지됐어요. ↩
-
DGCCRF: 프랑스 경쟁·소비·사기방지총국이에요. 소비자 관련 법 위반을 조사하고 행정 제재를 부과하는 기관으로, 우리로 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보호 기능에 가까워요. ↩
-
옵트인 / 옵트아웃: 옵트인은 미리 동의를 받아야 연락할 수 있는 방식이고, 옵트아웃은 일단 연락하되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만 빼는 방식이에요. 거부하는 수고를 누가 부담하느냐가 갈리는 지점이에요. ↩
-
전화권유판매: 방문판매법상 개념으로, 전화로 권유하거나 전화 회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영업이에요. 사업자는 시·군·구에 신고해야 해요. ↩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