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 못 쓰는 AI에 개발자들이 몰렸어요
Jev가 매긴 '판단'의 가격, 그리고 제가 다섯 가지 행동만 하는 모델을 만드는 이유
AI·테크하루 만에 유료 팀 13%가 붙은 모델은 글을 못 써요
구독자님, 지난 9월 15일에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 AI(TypeSafe AI)가 2년간의 비공개 개발을 끝내고 첫 모델 Jev를 공개했어요. DCVC가 주도한 4,000만 달러 시드 투자 발표도 함께였고요. 창업자 디오고 알메이다는 오픈AI 연구원 출신으로, InstructGPT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에요. 챗GPT가 사람 말을 잘 따르게 만든 바로 그 방법론 쪽이죠.
반응이 빨랐어요. 버셀(Vercel)은 자사 AI 게이트웨이에 Jev를 올린 지 24시간 만에 유료 팀의 약 13%가 이 모델을 썼다고 발표했어요. 같은 기준으로 GPT-5.6 제품군의 2배, Fable 5.1의 6배가 넘고, 게이트웨이 역사상 가장 빨리 채택된 모델이래요. 클라우드플레어와 오픈라우터 모델 목록에도 며칠 사이에 올라갔고요.
그런데 이 모델은 글을 못 써요. 코드도 못 짜고, 자기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설명도 안 해요. 타입세이프 문서가 스스로 밝힌 내용이에요. 계산과 날짜 비교에 약하고, 부정문이나 에두른 표현도 곧이곧대로 읽는다고 적어놨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ZDNet 칼럼으로 먼저 썼어요. 지면이 짧아서 덜어낸 설명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걸 다 풀어볼게요. Jev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내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제가 진행 중인 온디바이스 프로젝트 KASI가 같은 원리를 어디로 가져가려는지까지요.
제가 늘 하는 말이 하나 있어요. 모든 일에 초지능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Jev는 그 말을 가격표로 보여준 사례예요.
Jev는 답을 쓰지 않고 골라요
Jev에 보내는 건 두 가지예요. 하나는 상태(state)예요. 고객 문의, 송장 데이터, 에이전트 실행 기록처럼 판단 대상이 되는 텍스트죠. 다른 하나는 형식이 정해진 질문이에요. 질문은 세 종류뿐이에요.
| 질문 타입 | 묻는 것 | 돌려주는 것 |
|---|---|---|
| Noul | 이 진술이 참인가 | 참일 확률 (0~1) |
| Choice | 후보 중 어느 것인가 (최대 255개) | 고른 후보, 후보별 확률, 확신도 |
| Score | 정해둔 등급에서 어디쯤인가 | 점수, 등급별 확률, 확신도 |
알메이다가 해커뉴스에서 직접 한 설명이 제일 쉬워요. Choice는 코드의 match 문, Score는 정렬, Noul은 if 문에 대응한다는 거예요. Noul은 베르누이(Bernoulli)를 줄인 이름이고요. 그러니까 Jev의 답을 받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코드예요.
튜링포스트 코리아 팀이 사전 접근 권한으로 돌려본 예시가 이 구조를 잘 보여줘요. 와이파이 고장을 신고한 뒤 일주일 넘게 답을 못 받은 사용자가 “제 신고 어떻게 되고 있나요”라고 다시 물은 상황이에요. 이 메시지 하나에 질문 네 개를 한꺼번에 던졌어요.
- 우선순위(Score): medium 83%
- 담당 팀(Choice): IT 헬프데스크 100%
- 마감 언급 여부(Noul): 5%
- 써야 할 도구(Choice, 후보 약 200개): ticket-status 73%, wifi-troubleshoot 25%
마지막 답이 중요해요. 단어만 보면 와이파이 수리 도구를 고르기 쉬운데, 사용자가 묻는 건 고치는 방법이 아니라 이미 낸 신고의 처리 상태거든요. 에이전트가 일 하나를 끝내는 동안 이런 갈림길이 수십 번 나와요.
하나 더 봐둘 게 있어요. Jev는 티켓을 직접 조회하지 않았어요. 어떤 도구를 쓸지 골랐을 뿐이고, 실행은 그 값을 받은 소프트웨어가 해요. 고르는 쪽과 실행하는 쪽을 나누는 이 구분은 뒤에서 KASI를 설명할 때 다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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