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그럴듯한 말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오웰을 읽으며

오웰의 글을 읽으며 제가 쓰는 AI 용어와 컨설팅 문서를 돌아봤어요. GTM 현장에서 느낀 구체적인 말과 실행 계획의 관계, AI가 다듬은 문장을 검토하는 기준을 이야기해요.

사회그럴듯한 말로 설명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오웰을 읽으며

“국민정서”라는 말이 불편한 이유

“국민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해요. 어떤 사람들의 어떤 반응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무엇에 반대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 한마디로 논의를 끝낼 수 있으니까요.

조지 오웰의 1946년 에세이 「정치와 영어」를 읽으며 비슷한 문제를 생각했어요. 오웰은 모호한 말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 자신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봤어요. 에세이 원문

이 지적은 정치인의 말만을 향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쓰는 컨설팅 문서와 AI 관련 설명도 떠올렸어요. 익숙한 용어를 썼다는 이유로 설명을 다 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오웰의 네 가지 지적을 업무 문장에 적용해 봤어요

오웰은 낡은 비유, 단순한 동사를 대신하는 장황한 표현, 허세를 부리는 어휘, 의미가 불분명한 단어를 문제 삼았어요. 아래는 그 구분을 한국어 업무 문장에 적용해 본 예예요.

익숙한 비유가 설명을 대신하는 경우

“성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습니다”라는 말을 읽으면 긍정적인 느낌은 들어요. 하지만 고객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새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워요. 무엇을 하려는지 직접 적으면 독자가 짐작할 부담이 줄어요.

짧게 쓸 수 있는 말을 늘이는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많아요. 누가 무엇을 검토할지 적는 편이 나아요. 문장을 줄이는 것만큼 행동의 주체와 대상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전문용어가 설명 없이 등장하는 경우

“AX”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을 쓴다고 계획이 구체적으로 전달되지는 않아요. 고객 상담에 AI를 도입하는 것인지, 재고 예측을 바꾸는 것인지까지 설명해야 해요. 업계 안에서 익숙한 말이라도 독자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좋은 뜻처럼 들리지만 기준이 없는 경우

“고객 중심”이라는 표현은 누구나 동의하기 쉬워요. 하지만 환불 절차를 줄이겠다는 팀과 상품 추천을 늘리겠다는 팀이 같은 말을 쓸 수 있어요. 그 말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뜻하는지 적지 않으면, 같은 목표에 합의했다고 착각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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