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화웨이의 미국 특허를 사요
보도자료에 없는 금액과 돈의 방향을 따로 읽어 봤어요
비즈니스2001년에 특허료를 내던 회사가 이번엔 특허를 팔아요
구독자님, 10월 5일 화웨이와 퀄컴이 공동 보도자료를 냈어요. 두 회사가 여러 해에 걸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1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에요. 대상 분야는 5G, 컴퓨팅, AI, 네트워킹이에요.
여기까지만 보면 업계에서 드물지 않은 소식이에요. 통신 특허를 많이 가진 회사들은 서로의 특허를 쓰고, 몇 년마다 계약을 다시 맺거든요. 그런데 같은 문장 뒤쪽에 한 구절이 더 붙어 있어요. 퀄컴이 컴퓨팅·AI·네트워킹 분야의 화웨이 미국 특허 일부를 사들인다는 대목이에요.
화웨이가 퀄컴에 처음 특허료를 낸 해는 2001년이에요. 화웨이가 처음으로 특허료를 받은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1년이고, 상대는 모토로라였어요. 오랫동안 화웨이는 주로 내는 쪽이었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미국 회사가 화웨이의 미국 특허를 사는 쪽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이번 호에서는 이 소식을 세 갈래로 나눠 읽어요. 두 회사가 직접 발표한 내용, 언론이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 그리고 아직 아무도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에요. 이 셋이 섞이면서 발표 당일부터 엉뚱한 숫자가 돌고 있거든요.
공동 보도자료에 적힌 것
발표문은 짧아요. 계약 내용은 화웨이 발표문의 Q&A에 두 가지로 정리돼 있어요.
- 5G·컴퓨팅·AI·네트워킹 등 여러 기술 분야에 걸친 두 회사 특허 포트폴리오의 크로스 라이선스
- 퀄컴의 화웨이 미국 특허 일부 매입(컴퓨팅·AI·네트워킹과 기타 기술 분야)
거래는 필요한 규제 승인을 받은 뒤에 마무리된다고 적혀 있어요. 두 회사가 FRAND2 원칙에 맞는 라이선스 관행을 지킨다는 문장도 들어 있어요.
인용문은 대칭에 가까워요. 화웨이의 앨런 판 최고지식재산책임자는 5G 표준에 들어간 폴라 코드3 같은 자사 기술을 꺼내면서, 이번 계약이 화웨이 기술의 가치를 보여 주는 동시에 퀄컴의 기초 기여도 인정한다고 했어요. 퀄컴 기술라이선싱 부문을 이끄는 존 한 부사장은 이번 계약이 퀄컴의 5G 기술 리더십과 5G 표준필수특허(SEP)4 라이선스 프로그램의 성과를 다시 확인해 준다고 하면서, 화웨이의 지식재산도 인정한다고 덧붙였어요.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인정한다’는 말을 주고받아요. 각자 자기 주주와 정부에 ‘우리 기술이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 있게 쓴 문서예요. 대신 이 문서에는 금액도, 계약 기간도, 어떤 특허를 몇 건 넘기는지도, 결과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돈을 더 내는지도 없어요.
21개월 동안 끊겨 있던 계약
두 회사 사이에 특허 계약이 처음 생긴 건 아니에요. 2020년 7월 퀄컴은 화웨이와 분쟁을 정리하는 합의를 하고 장기 글로벌 특허 라이선스를 맺었어요. 2020년 1월 1일 이후 판매분부터 적용되는 계약이었어요. 이 계약은 2024년 12월 31일에 끝났어요. 만료 날짜는 두 회사 발표가 아니라 화웨이와 넷기어 사이의 유럽 통합특허법원 판결문을 통해 알려졌어요.
퀄컴 공시에도 흔적이 남아 있어요. 퀄컴은 2025 회계연도 2분기(2025년 1~3월)부터 특허 라이선스 부문 매출에 화웨이 로열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어요.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이에요. 번스타인 리서치는 2024년에 화웨이가 내는 로열티가 퀄컴 주당순이익에서 10~15센트를 차지한다고 추정했어요.
칩 판매는 그보다 먼저 끊겼어요. 2024년 미국 상무부가 퀄컴의 화웨이 대상 4G 칩 수출 허가를 취소했고, 퀄컴은 그해 이후 화웨이에서 제품 매출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봤어요. 화웨이는 이미 자체 설계한 기린 칩으로 5G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었어요.
정리하면 2025년 초부터 퀄컴은 화웨이에게서 칩 매출도, 특허료도 받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번 계약이 그 공백까지 메우는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새 계약이 2025년 이후 판매분까지 소급 적용되는지는 발표되지 않았어요.
화웨이가 따로 강조한 사실도 있어요.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번 계약이 퀄컴과 맺은 특허 계약 가운데 처음으로 5G 기술을 포함한다고 했어요.
69억 달러는 이번 계약 금액이 아니에요
발표 당일 중국 SNS에는 ‘퀄컴이 69억 달러를 내고 화웨이 특허를 샀다’는 글이 빠르게 퍼졌어요. 숫자는 화웨이에서 나온 게 맞지만 뜻이 달라요.
화웨이는 이번 거래가 끝나면 자사 특허 라이선스 계약 전체의 누적 총액이 69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본다고 했어요. 퀄컴과의 계약 하나가 아니라 화웨이가 그동안 맺은 모든 라이선스 계약을 더한 값이에요. 블룸버그도 화웨이 대변인의 말을 같은 뜻으로 전했어요. 이번 계약 자체의 금액은 어느 쪽도 공개하지 않았어요.
규모를 가늠할 단서는 있어요. 화웨이가 밝힌 2024년 특허 라이선스 수입은 약 6억 3천만 달러예요. 같은 자리에서 화웨이 최고법무책임자는 화웨이가 그동안 낸 특허료가 받은 금액의 세 배 가까이 된다고 말했어요. 한 해 특허 수입이 6억 달러대인 회사가 계약 하나로 69억 달러를 받는다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아요.
‘퀄컴이 처음으로 화웨이에 돈을 더 내는 쪽이 됐다’는 해석도 나와요. 닛케이아시아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그렇게 보도했어요. 다만 두 회사의 발표문에는 지급 방향이나 순지급액이 없어요. 특허 매입은 퀄컴이 값을 치르는 거래이지만, 크로스 라이선스까지 합쳐 누가 얼마를 더 내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요.
퀄컴이 사는 쪽이라는 것
라이선스와 매입은 다른 거래예요. 라이선스는 남의 특허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것이고, 매입은 특허의 주인이 바뀌는 거예요. 주인이 되면 그 특허로 다른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침해를 주장할 수도 있어요. 발표문은 퀄컴이 어떤 특허를 몇 건 사는지 밝히지 않았어요.
블룸버그는 화웨이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퀄컴이 화웨이의 로직폴딩(LogicFolding) 기술을 뒷받침하는 특허도 라이선스한다고 전했어요. 로직폴딩은 화웨이가 올해 공개한 칩 설계·제조 방식으로, 회로를 수직으로 겹쳐 신호가 오가는 거리를 줄여 성능을 끌어올린다고 소개돼 왔어요. 미국 수출 통제로 최첨단 노광 장비를 들이지 못하는 화웨이가 내놓은 우회로로 읽히는 기술이에요. 이 대목은 공동 발표문이 아니라 화웨이 측 설명이라는 점을 구분해 둘게요.
블룸버그는 이 거래가 하트-스콧-로디노법(HSR)5에 따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심사를 받는다고도 보도했어요. 발표문의 ‘필요한 규제 승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가리키는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았어요. 미국은 2019년부터 기술이 화웨이로 가는 길을 막아 왔는데, 이번에는 반대 방향, 즉 화웨이가 가진 권리가 미국 회사로 넘어오는 거래를 미국 당국이 들여다보게 돼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번 발표에서 ‘누가 이겼나’보다 먼저 볼 것은 권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였느냐예요. 수출 통제는 칩과 장비, 소프트웨어가 화웨이로 가는 길을 막았어요. 특허는 그와 다른 경로로 움직여요. 퀄컴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칩 수출이 제한된 화웨이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했고, 이번에는 규제 승인을 전제로 특허 자체를 사고파는 데까지 왔어요. 그 경로를 따라 화웨이 쪽 권리가 미국 회사로 넘어가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이 계약은 제재의 빈틈보다는 제재가 다루지 않는 영역을 보여 준다고 봐요.
양쪽이 서로를 치켜세우는 공동 보도자료에서는 인용문보다 한쪽 방향으로만 적힌 단어가 더 많은 걸 알려 줄 때가 있어요. 이번에는 ‘매입’이 그 단어였어요. 반대로 금액처럼 비어 있는 자리가 숫자로 채워져 돌고 있다면, 그 숫자가 원래 무엇을 가리켰는지부터 확인해 볼 만해요.
마치며
이 계약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는 두 가지가 정해져야 보여요. 미국 당국이 특허 매입을 승인하는지, 그리고 퀄컴이 이후 공시에서 화웨이 관련 문구를 어떻게 바꾸는지예요. 지금은 ‘25년 만의 역전’이라는 말보다 발표된 것, 보도된 것, 비어 있는 것을 나눠 두는 편이 정확해요.
💬 회사 보도자료를 볼 때 인용문과 숫자 중 어디에 먼저 눈이 가세요? 댓글로 짧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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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 Huawei agrees to a multi-year patent licensing deal with Qualcomm (Reuters, The Standard 전재, 2026-10-05)
- 华为与高通宣布达成广泛专利许可协议 (IT之家, 2026-10-05)
- Qualcomm Licenses Patents on Huawei’s LogicFolding Chip Tech (Bloomberg, 2026-10-05)
- Qualcomm Form 10-K, 2025 회계연도 (SEC)
- Advancing Innovation with Openness: 6th Innovation and IP Forum (Huawei, 2025-11-11)
- Qualcomm settles with Transsion, Huawei 계약 만료 언급 (ip fray, 2025-01)
- Qualcomm 실적 발표와 화웨이 계약 만료 (Times of San Diego, Reuters 기반, 2025-02)
📝 용어 설명
각주
-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두 회사가 각자 가진 특허를 서로 쓸 수 있게 허락하는 계약이에요. 보유 특허의 가치가 다르면 한쪽이 차액을 지급하기도 해요. ↩
-
FRAND: 공정하고(Fair), 합리적이며(Reasonable), 차별 없는(Non-Discriminatory) 조건이라는 뜻이에요. 표준에 꼭 필요한 특허는 이 조건으로 누구에게나 라이선스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관행이에요. ↩
-
폴라 코드(polar code): 데이터를 보낼 때 생기는 오류를 바로잡는 부호화 방식의 하나예요. 5G 표준에서 제어 정보를 보내는 채널에 채택됐어요. ↩
-
표준필수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 5G 같은 통신 표준을 구현하려면 피할 수 없이 쓰게 되는 특허예요. ↩
-
하트-스콧-로디노법(HSR Act): 일정 규모 이상의 인수나 자산 취득을 하기 전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에 신고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심사를 받게 하는 미국 법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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