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호

브렉시트 10년, 영국은 얼마나 무너졌을까

"6% 손실"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왔고, 그 안에 코로나와 에너지 위기와 총리 일곱 명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따로 세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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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일곱 번째 총리

2016년 6월 23일에 국민투표가 있었고, 올해 6월에 꼭 10년이 지났어요. 그 10주년 주간에 키어 스타머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고, 7월 20일에 앤디 버넘이 국민투표 이후 일곱 번째 총리로 취임했어요. 이 장면만 보면 “영국은 무너졌다”는 말이 나올 만해요.

그런데 그 말을 쓰려면 질문을 둘로 나눠야 해요. 하나는 얼마나 나빠졌는가, 다른 하나는 그게 브렉시트 때문인가예요. 첫 번째 질문에는 이제 10년 치 데이터가 쌓여서 꽤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어요. 두 번째 질문은 데이터가 아무리 쌓여도 깔끔하게 답이 안 나오는 종류의 질문이에요. 왜 그런지까지 같이 보려고 해요.

A benchmark map of the US economy | MercorThe US Benchmark Map places AI benchmarks across the American economy, measuring which parts of the labor force are covered by unsaturated, public, agentic benchmarks.mercor.com

얼마나: 숫자 네 묶음

성장. 가장 많이 인용되는 숫자는 2025년 11월 NBER 워킹페이퍼에서 나왔어요. 스탠퍼드의 닉 블룸과 영란은행 연구진이 쓴 이 논문은 2025년 기준 영국의 1인당 GDP가 브렉시트가 없었을 경우보다 6~8% 낮다고 추정해요.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2026년 3월 연설에서 이 8%를 인용했고, 그 뒤로 “8%“가 기정사실처럼 돌아다녀요. 골드만삭스는 2026년 6월에 자체 모형으로 약 6%를 냈고, 2년 전 추정 5%보다 커졌다고 밝혔어요. 이 방식을 처음 만든 CER(Centre for European Reform)의 존 스프링포드는 2025년에 약 5%로 봤어요. 영국 예산책임청(OBR)1은 2020년부터 쭉 “장기 생산성 4% 하락”을 공식 전망에 넣고 있어요.

범위를 정리하면 4~8%예요. 중요한 건 이 숫자들이 영국이 실제로 줄어든 크기가 아니라, 브렉시트가 없었다면 있었을 영국과의 차이라는 점이에요. 실제 영국 경제는 2016년 이후 약 12% 성장했고, 이건 일본·독일·이탈리아·프랑스보다 높아요. 다만 인구가 빠르게 늘어서 1인당으로 보면 10년 동안 4% 남짓 성장에 그쳤어요. “무너졌다”기보다 “제자리걸음에 가깝다”가 1인당 숫자에 맞는 표현이에요.

무역. 여기는 추정이 아니라 실측에 가까워요. 2021년 발효된 무역협력협정(TCA)2이 관세는 대부분 없앴지만, 단일시장을 나오면서 통관·인증·규제 차이 같은 비관세장벽3이 새로 생겼어요. CER이 2026년 6월에 낸 중력모형 분석에서는 EU 대상 상품 수출이 잔류했을 경우보다 16%, 상품 수입이 14% 낮아요. 서비스는 수출 7%, 수입 19% 낮고요. ONS 실적으로 봐도 2025년 EU 상품 수출은 2018년보다 340억 파운드(15%) 줄었어요. 그래도 EU는 여전히 영국 교역의 40% 이상이고, 영국은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 서비스 수출국이에요. 서비스가 버텨 준 게 영국이 완전히 주저앉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예요.

투자. 가장 뚜렷한 상처가 여기 있어요. ONS 기준 2026년 1분기 기업투자는 2016년 1분기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같은 기간 미국은 52% 늘었어요. 경제 전체 투자율은 GDP의 18.9%로 G7 꼴찌예요. 블룸 논문은 기업투자가 반사실 경로보다 12~18% 낮다고 봐요. 국민투표 직후 기업들이 투자를 멈춘 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나타난 효과였어요.

생산성. OBR 4%, 블룸 논문 3~4%예요. 투자가 안 되면 노동자 한 명이 쓸 장비와 시스템이 늘지 않으니 생산성도 따라 멈춰요. 블룸 연구진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얹어요. 경영진이 브렉시트 대응에 시간을 쓰느라 다른 일을 못 했다는 것, 그리고 EU와 거래하던 생산성 높은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아서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이 나빠졌다는 거예요.

정말 브렉시트 때문일까: 반론이 걸고넘어지는 지점

위 추정치는 대부분 도플갱어 모형4으로 만들어요. 2016년 이전에 영국과 비슷하게 움직이던 나라들을 섞어서 “브렉시트 없는 가상의 영국”을 만들고, 실제 영국과의 차이를 브렉시트 효과로 읽는 거예요. 이 방법은 2016년 이후 영국과 다른 나라를 갈라놓은 것이 브렉시트뿐이라고 가정해요. 반론은 정확히 이 가정을 공격해요.

전 IEA 수석이코노미스트 줄리언 제솝은 2026년 5월에 비교군 구성부터 문제 삼았어요. 비교군에서 가중치가 가장 큰 미국은 셰일 덕에 에너지가 싸고 대규모 재정부양과 AI 붐까지 겹친 예외 사례예요.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는 2010년대 초 유로 위기에서 회복하는 중이라 따라잡기 성장이 섞여 있고, 아일랜드 GDP는 다국적기업 회계 때문에 쓸 수 없는 숫자고요. 그래서 평균 대신 개별 국가와 나란히 놓아 보면, 영국의 1인당 GDP는 프랑스와 비슷하고 독일보다 조금 나아요. G7 꼴찌는 영국이 아니라 캐나다였고요. 블룸 연구진도 논문에서 “영국이 다른 나라 평균만큼 성장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틀릴 수 있고, 코로나와 에너지 충격이 나라마다 다르게 왔다고 스스로 적었어요.

실제로 2016년 이후 영국에는 브렉시트 말고도 일이 많았어요. 2020년 GDP가 10.3% 줄었고, 2022년 10월 물가상승률이 11.1%로 41년 만에 최고였어요. OECD는 그해 에너지 위기 타격이 G7 중 영국에 가장 크다고 봤고요. 같은 해 9월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이 국채시장을 흔들어 총리가 49일 만에 물러났어요. 10년 동안 총리 일곱 명이 거쳐 갔다는 건 그 자체로 정책이 계속 바뀌었다는 뜻이에요.

더 뒤로 가면 더 큰 그림이 있어요. 영국 생산성 증가율은 1974~2008년에 연평균 2.3%였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20년까지 0.5% 안팎으로 떨어졌어요. 이건 국민투표보다 8년 앞선 일이에요. 투자율은 2000년 이후 매년 G7 바닥권이었고,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영국이 G7 평균만큼 투자했다면 25년 누적으로 1조 9,000억 파운드가 더 있었을 거라고 계산했어요. 2010년부터 이어진 긴축이 공공투자를 깎은 영향도 연구에서 계속 확인돼요. 즉 “투자를 안 하는 체질”은 브렉시트가 만든 게 아니라 브렉시트가 그 위에 얹힌 거예요.

브렉시트 지지 측의 Briefings for Britain은 한발 더 나가요. 2015년 이후 영국 생산성이 누적 11% 늘었고 이건 유로존의 두 배라서 “브렉시트 생산성 피해”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요. 이 사이트는 처음부터 탈퇴 지지 입장이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2016년 이후 생산성 증가율이 2007~2015년 추세 아래로 꺾였다는 증거가 약하다”는 지적 자체는 OBR 4%를 지지하는 쪽도 아직 깔끔하게 반박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반대편은 어떻게 답하나

도플갱어 비판에 대한 답은 미시 데이터에서 나와요. 블룸 연구진은 거시 비교와 별도로 영란은행의 기업 패널 조사를 썼어요. 2016년 이전에 EU 수출 비중, EU 수입 의존도, EU 출신 노동자 비중, EU 규제 노출도가 높았던 기업과 낮았던 기업을 비교한 거예요. 국민투표 전에는 EU 노출이 높은 기업이 더 빨리 성장했는데, 투표 후 이 관계가 뒤집혔어요. 코로나 효과를 통제하고도 투자 12%, 고용 3~4%, 기업 내 생산성 3~4%의 격차가 나와요. 이 방식은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 브렉시트에 더 노출된 기업과 덜 노출된 기업의 비교”라서 코로나·에너지·총리 교체 같은 공통 충격이 빠져요.

제솝은 이것도 반박해요. EU 노출 기업의 부진은 브렉시트가 아니라 독일 등 유럽 경제 자체의 약세와 영국의 높은 에너지 비용을 잡아낸 걸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까지 오면 양쪽이 서로의 식별 전략을 공격하는 상태라, 독자가 할 수 있는 건 어느 쪽 가정이 덜 무리한지 판단하는 일이에요.

brexit ten years cost제가 보기에 양쪽이 동의하는 지점은 생각보다 넓어요. 제솝도 불확실성과 마찰이 노동시장·투자·무역에 초기 피해를 줬다는 건 인정해요. 다만 그 피해가 “일시적이고 사라지는 중”이라고 보고, 블룸 연구진은 “천천히 누적돼서 10년 뒤 더 커졌다”고 봐요. 블룸 연구진 자신의 표현으로는, 2016년 당시 경제학자들의 평균 예측인 “장기 4% 손실”이 5년 시점(4~6%)에서는 맞았고, 10년 시점(6~8%)에서는 오히려 낙관적이었어요. 경제학은 대체로 맞았고,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끌지에 대한 정치의 시간표는 틀렸다는 거예요.

브렉시트가 약속했던 것들은 어디 갔나

비용과 별도로, 탈퇴가 주기로 했던 것을 보면 “브렉시트 때문”이라는 말의 또 다른 면이 보여요.

이민은 줄지 않았어요. 국민투표 직전 12개월 순이민은 32만 1,000명이었는데, 2023년 6월까지 12개월은 90만 6,000명으로 사상 최대였고 2024년에도 72만 8,000명이었어요. EU 출신은 급감했지만 새 취업비자 제도로 인도·나이지리아·파키스탄 출신이 그 자리를 채웠고, 2024년 기준 이민자의 86%가 비EU 출신이에요. 2019년엔 42%였어요.

새 무역협정의 효과는 OBR이 “전망에 유의미한 영향 없음”으로 분류해요. 호주와의 협정은 15년에 걸쳐 GDP 0.1%예요. 영국이 EU 회원국이었다면 어차피 EU-일본 협정 안에 있었을 거라 일본 협정도 순증으로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되돌리기예요. 2025년 5월 EU-영국 정상회의에서 식품·동식물 검역(SPS)5 협정, 배출권거래제 연계, 청년 이동 제도를 협상하기로 했고, 12월에 에라스무스+ 복귀에 합의했어요. 2026년 9월 말 보도로는 세 가지 모두 윤곽이 잡혔고, 11월 20일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마무리할 예정이에요. SPS 협정은 2027년 중반 발효를 목표로 해요. 다만 단일시장·관세동맹 복귀는 스타머 정부가 선을 그었고, 버넘 정부가 이 선을 옮길지는 아직 확인된 게 없어요.

이 되돌리기가 얼마나 회복시킬지는 또 갈려요. CER은 2024년에 검역 협정과 공연자 이동 완화를 합쳐도 10년 뒤 GDP 0.1% 수준이라고 봤어요. 농식품은 수출이 22% 늘어도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기 때문이에요. 골드만삭스는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 수준의 정렬이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지만, 그건 지금 테이블에 없는 선택지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브렉시트 때문인가”라는 질문이 사실은 측정의 질문이라고 봐요. 4~8%라는 숫자는 측정하기 쉬운 것, 그러니까 상품 무역과 기업투자처럼 통계가 깨끗한 항목에서 먼저 잡혀요. 측정하기 어려운 것, 그러니까 10년 동안 경영진 회의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어떤 투자가 “일단 보류”된 채 영영 안 돌아왔는지는 모형이 잔차로 처리해요. 그래서 양쪽 다 자기가 잴 수 있는 것으로 상대를 반박하고, 못 재는 영역은 자기 가정으로 채워요.

이번 주에 본 Mercor의 미국 노동 벤치마크 지도가 겹쳐 보였어요. 미국 직업 923개, 과업 18,797개에 공개 AI 벤치마크 29개를 대응시켜 봤더니, 벤치마크가 5개 이상 걸리는 직업이 208개뿐이고 미국 노동시간의 90%는 벤치마크가 거의 없는 과업에 쓰인다는 결과예요. 벤치마크는 임금 총액이 큰 직업, AI 노출이 높은 과업에 몰려 있어요. 변호사 업무는 촘촘하게 측정되는데 법률 비서와 법원 서기는 거의 안 잰다는 식이에요. 그래서 “AI가 얼마나 잘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답은 사실 “우리가 재기로 한 것에서 AI가 얼마나 잘하는가”예요. 브렉시트 논쟁도 같은 구조예요. 잘 재지는 상품 무역에서는 피해가 선명하고, 안 재지는 영역에서는 양쪽이 각자의 가정을 말해요.

그렇다고 “그러니 아무도 모른다”로 가고 싶진 않아요. 투자 통계는 가정이 아니라 실측이고, 2016년 1분기 대비 11%는 어떤 반사실을 세워도 낮은 숫자예요. 제 판단은 브렉시트가 영국을 무너뜨렸다기보다, 2008년부터 투자를 안 하던 체질 위에 10년짜리 불확실성을 한 겹 더 얹었다는 쪽이에요. 그 한 겹이 4%인지 8%인지는 모형의 가정에 달려 있고, 그 체질이 브렉시트 없이도 나빴을 거라는 건 숫자가 보여 줘요.

마치며

“얼마나”에는 답이 있어요. 1인당 GDP 기준 제자리걸음, 상품 수출 15% 안팎 감소, 기업투자 10년간 11% 증가. “때문”에는 범위가 있어요. 4%에서 8% 사이, 그리고 그 밖의 부분은 금융위기 이후 체질, 코로나, 에너지, 정치 불안정이 나눠 가져요.

11월 20일 정상회의 결과가 나오면 영국이 어디까지 되돌리기로 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때 다시 볼 만한 숫자는 GDP 추정치가 아니라 2027년 이후 기업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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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OBR(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 예산책임청): 영국 정부 예산의 전제가 되는 경제 전망을 독립적으로 만드는 기관이에요. 2020년부터 브렉시트 효과로 장기 생산성 4%, 무역 15% 감소를 공식 전망에 반영하고 있어요. ↩

  2. TCA(Trade and Cooperation Agreement, 무역협력협정): 2021년 1월 발효된 영국-EU 간 협정이에요. 상품 관세와 쿼터는 대부분 없앴지만 단일시장·관세동맹 밖이라 통관과 규제 인증은 다시 필요해졌어요. ↩

  3.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 관세는 아니지만 무역을 어렵게 하는 것들이에요. 통관 서류, 원산지 증명, 제품 인증, 검역, 규제 차이 같은 것들로, 관세가 0이어도 비용은 생겨요. ↩

  4. 도플갱어 모형(합성대조군, synthetic control): 어떤 사건 전에 대상과 비슷하게 움직이던 나라들을 가중평균해 “그 사건이 없었을 경우”를 만들어 비교하는 방법이에요. 비교군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져서, 그 선택이 논쟁의 핵심이 돼요. ↩

  5. SPS(Sanitary and Phytosanitary, 동식물 위생·검역): 식품·동물·식물 교역에 적용되는 검역과 인증 규칙이에요. 영국이 EU 규칙에 맞추기로 하면 농식품 국경 검사와 서류가 대부분 사라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