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의 첫 투자 유치 조건과 창업자의 지배권
약 11조 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는 창업자 본인의 출자도 포함됐어요. 보도된 회의 내용으로 지배권과 인력 영입 제한 조건을 살펴봤어요.
비즈니스118개의 질문에 답한 4시간, 그리고 “더 가질 생각이 없다”는 말
지난 5월 중순 어느 날, 중국에서 가장 바쁜 투자자들이 텐센트 회의(중국판 줌이라고 보시면 돼요) 접속 링크 하나를 받았어요. 기관당 참석 인원은 두 명. 화면 건너편에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있었어요. 회의는 4시간 동안 이어졌고, 량원펑은 118개의 질문에 답했어요. 한 투자자가 자기소개에만 한참을 쓰고 긴 질문 세 개를 연달아 묻자, 두 번째 답을 마친 뒤 “세 번째 질문이 뭐였죠?”라고 되물어가면서까지 끝까지 다 답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져요.
이 회의 내용이 이번 주 중국 매체들을 통해 보도됐어요. 이후 마무리된 투자 라운드의 규모는 500억 위안대, 원화로 약 11조 원. 중국 AI 스타트업 사상 최대급의 ‘첫’ 외부 펀딩이에요.
그런데 실록을 읽다 보면 묘한 점이 하나 있어요. 돈을 모으는 자리에서 량원펑이 4시간 내내 반복한 이야기는 “우리는 더 가질 생각이 없다”였거든요. 저는 이 태도가 수사에 그친 게 아니라 딜이 성사된 방식 자체였다고 봐요. 사업 확장에 절제하겠다는 말이 투자자들과의 관계와 조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볼게요.
첫 외부 투자 라운드에서 알려진 조건
먼저 확인된 사실을 정리할게요. 딥시크는 지난 6월,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어요. 조달 규모는 500억 위안(약 74억 달러, 원화 약 11조 원)을 넘고, 투자 후 기업가치는 약 4,000억 위안, 달러로 59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어요. 그동안 외부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헤지펀드 환팡퀀트의 자금으로만 버텨온 회사가, 첫 라운드 만에 받은 몸값이에요. 이전 평가 대비 몸값이 7배 가까이 뛰었다는 분석도 나와요.
명단도 화려해요. 보도를 종합하면 텐센트가 약 100억 위안, CATL이 약 50억 위안, 징둥·넷이즈·IDG캐피털이 각각 30억 위안 안팎, 국가AI산업투자기금이 약 10억 위안을 넣었어요. VC 중에는 IDG 외에 모노리스(전 세쿼이아차이나 파트너 차오시가 세운 신생 펀드)와 정심곡(로열밸리캐피털) 같은 이름이 올랐고요. 중국 벤처 매체들의 분석으로는, 표면상 참여 기관은 10곳 남짓이지만, 각 펀드에 돈을 댄 출자자까지 따라가 보면 지방정부 국유자본, 보험사, 상장사를 포함해 100곳 가까운 기관과 개인이 이 라운드에 참여한 셈이라고 해요. 사실상 ‘국가대표 라운드’인 셈이에요.
그런데 이 명단에서 정말 흥미로운 건 두 가지예요.
첫째, 최대 출자자가 량원펑 본인이에요. 약 200억 위안, 라운드 전체의 40% 안팎을 창업자가 직접 넣었어요. 그것도 자신이 운용하는 유한파트너십1을 통해서요. 외부 투자에 따른 지분 희석을 창업자 자신의 추가 출자로 줄이는 구조인데, 포브스는 이걸 두고 “이번 딜의 함정(catch)“이라고 표현했어요. 남의 돈을 받는 자리에서 자기 돈을 가장 많이 낸 창업자라니, 협상의 주도권이 어디 있었는지를 이만큼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어요.
둘째, 있어야 할 이름이 없어요. 세쿼이아차이나(훙산)와 힐하우스. 중국 벤처 판에서 ‘이 정도 딜에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한’ 두 이름이 최종 명단에 보이지 않아요. 불참 배경을 두고 해외 출자자 구조 등 여러 이야기가 중국 매체발로 돌지만, 확인된 건 없어요. 분명한 건 결과뿐이에요. 중국 벤처캐피털의 상징 같은 두 회사가, 어쩌면 중국 벤처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딜의 바깥에 서 있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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