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호

고령화가 연금 재정에 주는 부담, 유럽과 한국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연금 보험료를 낼 인구와 연금을 받을 인구의 비율이 달라지고 있어요. 유럽과 한국의 제도 차이도 함께 봅니다.

비즈니스고령화가 연금 재정에 주는 부담, 유럽과 한국

현재의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

유럽 여러 나라의 공적연금은 현재 일하는 세대가 낸 보험료로 현재 은퇴 세대의 연금을 지급해요. 이를 부과방식1이라고 해요.

한국의 국민연금은 적립기금도 운용하는 부분적립방식이에요. 내가 낸 보험료가 개인 계좌에 그대로 쌓이는 제도는 아니지만, 보험료 전액을 당장 은퇴자에게 지급하는 순수 부과방식과도 달라요. 유럽과 비교할 때 이 차이를 먼저 구분해야 해요.

보험료를 내는 인구와 소득이 늘면 부과방식의 재정을 유지하기 수월해요. 반대로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면 보험료와 급여, 세금 지원 등을 조정해야 해요. 최근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이 부담을 비판하며 “복지국가가 피라미드 사기처럼 보인다”고 썼어요. 연금 제도를 사기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다음 세대의 부담을 지적한 표현이에요.

🇪🇺 유럽, 주택과 연금에서 벌어진 세대 격차

유럽의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잘 드러나는 분야는 주택이에요.

주택을 일찍 마련한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었어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지만, 대출을 다 갚은 뒤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어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유럽 주택 가격은 지난 10년간 25% 상승했고, 임대료 역시 소득보다 빠르게 올랐어요. 그 결과 1980년대에 태어난 유럽인 중 거의 4분의 1이 30세에도 부모 집에 살고 있어요. 20년 전 같은 연령대보다 1.5배 많은 숫자예요. 뒤에서 볼 한국의 주거 상황과도 겹치는 대목이에요.

베이비붐 세대가 운이 좋았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결과가 다음 세대의 조건을 바꿔놓았기 때문이에요. 집값이 오른 데는 개인의 투자 실력보다 집을 산 시점이 크게 작용했고, 오른 집값은 다음 세대가 집을 구할 때 그대로 부담으로 돌아왔어요.

주택과 함께 살펴볼 문제가 연금이에요. 부동산을 둘러싼 세대 갈등과 정책 논쟁이 이어지는 동안, 연금 부담은 눈에 덜 띈 채로 계속 커졌어요. 이 역시 한국에서 반복되는 모습이에요.

노후소득에서 공적연금, 사적연금,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라마다 달라요.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부과방식 공적연금의 역할이 커요. 인구 고령화로 일할 연령대의 인구에 비해 고령 인구가 늘면, 현재 일하는 세대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도 커져요. EU의 2024 고령화 보고서가 제시한 고령화 관련 비용은 GDP의 24.4%, 연금 지출은 12.2%예요. 연금 지출 비중은 이탈리아 15.5%, 프랑스 14.6%로 국가별 차이도 있어요.

고령 유권자의 비중이 커지면 연금과 돌봄 예산을 줄이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기사에 제시된 프랑스 최근 대선 투표자의 중위 연령은 52세예요. 유권자의 고령화를 보여주는 수치지만, 은퇴자가 과반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정된 예산에서 노후 보장과 교육·연구개발 투자를 함께 유지할 방법이 필요해요. 프랑스 인구통계 싱크탱크 Club Landoy의 경제학자 막심 스바이히는 세대 대표성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강하게 표현했어요.

“민주주의의 미래를 미래가 없는 유권자들이 결정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주거와 육아, 교육에서 어떤 지원을 받는지도 함께 따져야 해요. 프랑스 사상가 레이몽 아롱은 “고령화 사회는 포기의 정신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어요. 이 경고를 인용하는 이유는 고령층을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후 보장과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가 함께 가능한지 묻기 위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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