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호

회사 보고서가 챗봇 말투를 가르쳤다

ChatGPT는 이제 사람보다 줄표를 덜 써요. 이코노미스트가 120만 단어를 비교해 찾은 AI 글의 특징 네 가지와, 그 문체가 어디서 왔는지 정리했어요.

AI·테크회사 보고서가 챗봇 말투를 가르쳤다

ChatGPT는 이제 사람보다 줄표를 덜 써요

요즘은 긴 줄표 하나만 보여도 “이거 AI가 썼네”라는 댓글이 달려요. 영어권에서 em dash라고 부르는 그 부호는 어느새 기계의 지문 취급을 받고 있죠. 그런데 이코노미스트가 사람 글과 AI 글 120만 단어를 나란히 놓고 세어봤더니, 정작 ChatGPT는 이제 사람 필진보다 줄표를 덜 쓰는 것으로 나왔어요. 줄표 하나로 AI 글을 가려내는 방법은 이미 낡았다는 뜻이에요.

그럼 지금 AI 글을 가려낼 수 있는 실제 단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문체는 어디서 왔을까요. 지금 AI 문체는 사람이 쓴 글, 그중에서도 회사 보고서와 논문처럼 격식을 차려 검토받으려고 쓴 글에서 왔어요.


120만 단어를 비교해 찾은 AI 글의 특징 네 가지

실험 설계부터 볼게요. 이코노미스트는 자사 기사의 요약본만 주고, ChatGPT, Claude, Gemini, Grok 네 모델에게 웹 검색 없이 같은 주제의 기사를 다시 쓰게 했어요. 이렇게 모은 사람 글과 기계 글을 문장 5만 5,940개, 단어 120만 개 규모로 비교했고요. 단행본으로 치면 열다섯 권쯤 되는 분량이에요. 자기네 문체가 유별날 가능성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의 2018~2022년 기사 평균, 그리고 1950~2022년 베스트셀러 소설 발췌를 대조군으로 세워 걸러냈어요.

첫 번째 발견은 유행어의 세대교체예요. 한때 AI 글의 상징이던 delve(파고들다)와 tapestry(태피스트리)는 최신 모델에서 거의 사라졌어요. 대신 significant, increasingly, consequences 같은 다음절 단어가 그 자리를 채웠고요. 특정 단어 하나로 AI를 잡아내는 방식은 유통기한이 몇 달이라는 뜻이에요.

두 번째 발견이 줄표 반전이에요. 최신 업데이트 기준으로 사람보다 줄표를 많이 쓰는 모델은 Claude 하나뿐이었어요. ChatGPT는 이 연구에 등장하는 모든 필진, 그러니까 사람까지 포함해서 가장 적게 썼고요.

그럼 지금 시점에서 AI 글에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네 가지로 요약돼요.

어휘가 무거워요. 여덟 글자가 넘는 긴 단어를 네 모델 모두 사람보다 많이 써요. interdependence 같은 희귀어, parameter나 methodology 같은 과학 어휘도요. 동사를 명사로 바꾸는 명사화1도 뚜렷해요. expand라고 하면 될 걸 expansion으로 만들어 쓰는 식이죠.

문장부호가 사라져요. 쉼표와 세미콜론을 사람보다 덜 쓰고, 괄호는 거의 안 써요. 전문가를 인용하지 않으니 따옴표도 드물고요.

문장이 길고 리듬이 단조로워요. 가장 남용하는 단어가 접속사 and예요. 문장 길이의 변화 폭이 사람 글보다 좁아서, 짧은 문장으로 탁 끊어주는 순간이 좀처럼 없어요.

수사 공식에 기대요. “X가 아니라 Y다” 구문은 Claude가, 셋을 묶어 말하는 rule of three는 ChatGPT가 사람보다 눈에 띄게 많이 써요.

네 가지 특징에는 직접 인용이나 부연 설명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인용이 없으니 따옴표가 없고, 끼어드는 부연이 없으니 괄호가 없고, 호흡을 바꿀 이유가 없으니 문장 길이가 고르죠. 다른 사람의 말을 끌어오지 않고 혼자 서술하는 글에서 나타나는 통계적 특징인 셈이에요.

여기에 중요한 그래프가 하나 더 있어요. 전형적인 AI 언어의 사용률을 이코노미스트 기사 기준 1로 놓고 재면, 2024년의 ChatGPT는 6배 수준이었는데 최신 모델들은 2~3배 안팎까지 내려왔어요. 업데이트마다 사람 글 쪽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지금 적은 이 목록도 몇 달 뒤엔 낡을 수 있어요.

계속 변하는 문체를 탐지기가 쫓다가 사람이 쓴 글을 AI 글로 잘못 판정하는 문제는 지난 호에서 다뤘어요. 이번에는 이 문체가 어디서 왔는지를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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