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의 알코올 섭취와 한국의 음주 지표
술의 도수와 고위험 음주 지표를 구분해 40대 여성의 변화를 살펴봐요
사회취하지 않고 매일 두 잔 마시는 침팬지 이야기
2004년 파나마 바로콜로라도 섬에서 고함원숭이 한 마리가 관찰됐어요. 야자나무 열매를 20분 동안 정신없이 먹어치웠고, 연구자들이 떨어뜨린 열매를 분석해보니 사람 기준 표준잔 열 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먹은 것으로 추정됐어요. 이 관찰에서 ‘취한 원숭이 가설’이 나왔어요. 인간이 술을 좋아하는 이유가 잘 익은 과일을 찾아내던 영장류 조상의 감각에서 왔다는 이야기예요. 구독자님도 어디선가 이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 가설, 20년 사이에 내용이 조용히 바뀌었어요. 이름만 그대로 남았고요.
한국은 지금 술을 덜 마셔요. 소주 도수는 여덟 차례 내려갔고, 출고량도 계속 줄고 있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에 고위험 음주가 오히려 늘어난 집단이 있어요. 이 변화를 개인의 절제 의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함께 마시며 서로 몇 잔을 마셨는지 알게 되던 자리가 줄어들면서, 누가 얼마나 마시는지 드러나지 않게 된 것도 함께 봐야 해요.
취한 원숭이는 사실 취하지 않았어요
먼저 가설 쪽부터 정리할게요. 2004년의 그림은 강렬했지만 관찰 한 건에 기댄 추정이었어요. 그 뒤로 실측 데이터가 쌓이면서 그림이 계속 수정됐어요.
2022년, 야생 영장류의 알코올 섭취를 직접 측정한 첫 연구가 나왔어요. 같은 바로콜로라도 섬에서 검은손거미원숭이가 먹다 버린 호보 열매의 과육을 분석했더니 에탄올 농도가 대체로 1~2%였어요. 연구팀은 원숭이 소변도 받아서 분석했는데, 여섯 개 표본 중 다섯 개에서 에틸글루쿠로나이드와 에틸설페이트1가 나왔어요. 실제로 알코올을 대사하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연구 책임자의 코멘트가 흥미로워요. 원숭이들이 취하려고 먹은 게 아니라 칼로리 때문에 먹었을 거라고 봤거든요. 발효된 과일이 열량이 더 높으니까요.
2025년 9월에는 더 정밀한 측정이 나왔어요. UC버클리 연구팀이 우간다 응고고와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의 야생 침팬지가 먹는 과일 21종을 분석했어요. 과일 과육의 에탄올 농도는 무게 기준 평균 0.31~0.32%. 아주 낮죠. 그런데 침팬지는 하루에 과일을 4.5kg씩 먹어요. 계산하면 순수 에탄올 약 14g, 국제 기준 표준잔 1.4잔이에요. 침팬지 체중이 40kg 안팎이라 사람 몸무게로 환산하면 두 잔이 넘어요.
매일 두 잔씩 마시는 셈이에요. 그런데 연구팀이 관찰한 침팬지 중에 취한 개체는 없었어요.
유전자 쪽 증거도 2004년 글에는 없던 내용이에요. 2015년 연구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42의 특정 돌연변이가 약 1천만 년 전 우리 조상 계통에 자리 잡았고, 이 변이가 알코올 대사 효율을 40배 높인 것으로 확인됐어요. 시점이 의미심장해요. 조상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무렵이거든요. 땅에 떨어진 과일은 나무에 매달린 과일보다 훨씬 많이 발효돼요.
물론 반론도 있어요. 2020년에 나온 재검토 연구는 포유류마다 에탄올 대사 능력의 편차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연 상태의 동물이 취한다’는 통념 자체가 과장된 신화에 가깝다고 봤어요. 저는 이 반론이 오히려 수정된 가설과 잘 맞물린다고 생각해요.
정리하면 이래요. 진화가 우리에게 물려준 건 취하는 성향이 아니었어요. 미량의 알코올 냄새에 끌리고, 그걸 무리 없이 처리하는 몸이었어요. 대중이 기억하는 ‘술 취한 원숭이’라는 이미지는 2004년 버전에서 멈춰 있고, 그 이미지가 종종 “술 좋아하는 건 조상 탓”이라는 면책 서사로 쓰여요. 정작 과학은 정반대 방향으로 정밀해졌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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