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호

무협지의 명교, 페르시아의 종교와 석유 이야기

무협지를 즐겨 읽다가 명교의 모티프인 마니교에 관심이 생겼어요. 페르시아의 종교와 불에 얽힌 역사, 이란의 석유 개발을 차례로 살펴봐요.

비즈니스무협지의 명교, 페르시아의 종교와 석유 이야기

무협지에서 만난 명교

저는 정통 무협부터 회귀물, 퓨전 무협, 무협 웹툰까지 가리지 않고 챙겨 보는 편이에요. 읽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세력이 마교(魔教)예요. 작품에 따라 사악한 집단으로 나오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죠. 김용의 《의천도룡기》에는 스스로를 명교(明教)라 부르지만 다른 문파에서는 마교로 취급하는 집단이 등장해요.

이 명교가 실제 종교인 마니교를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마니교의 배경을 읽다 보면 페르시아의 종교를 만나게 되고, 그 지역의 역사에는 불을 신성하게 여기는 전통과 석유 개발 이야기도 등장해요. 오늘은 이 주제들을 차례로 살펴보려 해요. 서로 접점은 있지만, 하나가 곧바로 다음 사건을 낳은 것으로 연결해서 읽지는 않으려고요.

소설의 명교와 역사 속 마니교

《의천도룡기》의 명교는 광명정(光明頂)을 본거지로 삼고, 페르시아에서 전해진 종교로 묘사돼요. 성화령무공과 건곤대나이 같은 무공도 등장하죠. 이런 무공과 문파의 조직은 소설 속 설정이에요. 실제 종교의 수행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은 아니에요.

그 설정의 모티프가 된 마니교(摩尼教, Manichaeism)1는 3세기 마니가 창시한 종교예요. 당시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다스리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출발해 동서로 퍼졌어요. 흔히 배화교라고 부르는 조로아스터교와는 구분되는 종교예요.

마니교는 빛과 어둠을 대립하는 두 원리로 설명하는 이원론2을 강조했어요. 조로아스터교와 접점이 있었고, 기독교·불교 등 여러 종교 전통의 영향도 받았죠. 다만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를 그대로 가져와 이름만 바꾼 종교로 이해하면 두 종교의 차이를 놓치게 돼요.

마니교는 실크로드3를 통해 중국에 전해졌고 당나라 시기의 활동 기록이 남아 있어요. 이후 중국 남부에서는 불교·도교와 접촉하며 명교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어요. 탄압을 받으며 비밀리에 신앙을 이어 간 시기도 있었고요. 김용은 이런 역사에서 소재를 얻어 무협 소설 속 명교를 만들었어요. 다른 무협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마교가 똑같은 종교적 배경을 갖는 것은 아니에요.

명나라의 국호가 명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어요. 역사학자 우한은 주원장이 가담했던 홍건군과 명교 사이의 관계를 제시했어요. 홍건군은 백련교4 계통의 신앙과 관련이 있었죠. 하지만 마니교 신도와 홍건군의 관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도 있어요. 명나라와 명교가 같은 글자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국호의 유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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