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9호

땅도 공장도 없는 AI 회사에 은행이 돈을 빌려줄까요

중국 8개 부처가 작정하고 손대는 곳은 은행 창구의 담보 습관이에요.

비즈니스땅도 공장도 없는 AI 회사에 은행이 돈을 빌려줄까요

AI는 19개 조항 중 여덟 번째였어요

구독자님, 9월 28일 중국 인민은행이 금융감독총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국가발전개혁위원회·공업정보화부·재정부·상무부·문화여유부와 함께 문서 하나를 내놨어요. 제목은 「금융의 서비스업 확장·고도화 지원에 관한 지도의견」이에요.1 중국 언론도 이 문서를 전하면서 “신용대출·채권·지분 등 다양한 수단으로 AI+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는 대목을 제목으로 뽑았어요.

저는 이 소식을 중국 수뇌부가 작정을 했다는 신호로 읽었어요. 문서 첫 문장부터 당 중앙과 국무원의 결정을 관철하려고 만든 문서라고 밝히고 있고,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 산업·재정 부처가 한 문서에 도장을 찍었거든요.

그런데 전문을 열어 보면 제목에 AI라는 단어가 없어요. 문서가 내놓은 조치는 모두 19개예요.2 AI와 소프트웨어는 그중 여덟 번째 조항이에요. 바로 옆 조항은 현대 물류와 에너지 절약 서비스이고, 뒤로 가면 숙박·음식점, 양로·보육, 문화관광, 게임·애니메이션·웹소설까지 나와요. AI만 떼어 읽으면 이 문서가 정말 바꾸려는 것을 놓치게 돼요.

문서가 첫 문단에서 바꾸겠다고 한 것

총론에 이 문서의 목표가 한 문장으로 적혀 있어요. 땅과 설비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던 관념을 바꾸고, 자산이 가벼운 기업이 돈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겠다는 거예요. 중국어로는 “중자산·중담보” 관념을 전환하고 “경자산”3 기업의 융자난을 해결한다고 썼어요.

AI 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가 정확히 이 경자산 기업이에요. 공장도 토지도 없고, 가진 건 코드와 사람과 고객 계약이에요. 은행 창구에서 담보 평가표를 펼치면 적을 칸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문서는 담보를 대신할 것들을 차례로 적어요. 지식재산권 질권 제도를 손봐 무형자산을 잡고 대출할 수 있게 하고, 처음 대출받는 기업과 담보 없는 신용대출을 늘리라고 해요. 규모가 작고 자산이 가벼운 기업의 특성에 맞춰 기업 생애 전체를 보는 위험평가와 차등 금리 체계를 만들라고도 해요. 채권 발행, 창업투자, 상장과 인수합병, 오래 기다리는 자본까지 이어져요.

여덟 번째 조항에 나온 “신용대출·채권·지분”은 AI를 위해 새로 만든 메뉴가 아니었어요. 경자산 기업 전체에 열어 준 메뉴를 AI 조항에서 다시 불러낸 거예요. 이 대목을 알고 나면 AI 조항이 달리 읽혀요.

AI 조항을 한 줄씩 읽으면 두 종류의 차입자가 보여요

여덟 번째 조항의 목록은 꽤 구체적이에요. 지능형 프로그래밍 도구, 산업용 소프트웨어, 기초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스마트 시청각 시스템을 밀어 주겠다고 해요. 새 사업 형태로는 “에이전트 as a Service”와 “모델 as a Service”4를 이름까지 적었어요. 제조업의 디지털·지능화 전환을 돕는 서비스 회사, AI 연구개발, 산업별 고품질 데이터셋 구축, 응용 시나리오 확대에 필요한 자금 수요도 적극적으로 채우라고 해요.

조항의 마지막 문장은 결이 달라요. 정보 전송과 데이터 같은 디지털 인프라에 중장기 자금을 대고, 전국 컴퓨팅 파워 배치, 엣지 컴퓨팅, 지능형 컴퓨팅 클라우드에 금융 지원을 강화하라는 내용이에요.

한 조항 안에 성격이 다른 두 차입자가 들어 있는 셈이에요. 코딩 도구나 에이전트를 만드는 회사는 담보가 없어서 대출을 못 받던 쪽이에요. 문서 총론이 말한 담보 관념의 전환이 바로 이들을 향해요. 반면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는 자산이 무거운 쪽이에요. 기계가 담보가 되니 은행이 익숙하게 다루던 인프라 대출에 가까워요. 대신 돈이 묶이는 기간이 길고, 그 기계의 값이 빠르게 떨어져요.

그리고 AI는 차입자 자리에만 있지 않아요. 다섯 번째 조항은 은행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써서 경자산 기업에 맞는 위험 모형을 만들라고 해요. 담보 대신 볼 무언가를 은행이 AI로 찾으라는 거예요. 돈을 빌리는 쪽도 AI이고, 빌려줘도 되는지 판단하는 도구도 AI예요.

금액이 없는 문서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전문을 끝까지 읽어도 AI에 얼마를 푼다는 숫자는 없어요. 새로 만든 전용 재대출5 한도도 없어요. 열여덟 번째 조항에 나오는 정책 수단은 이미 운용하던 서비스소비·양로 재대출과 대출 이자 보조예요. “선언”이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 맞는 문서예요.

그렇다고 힘이 없는 문서는 아니에요. 첫 번째 조항에서 전국 단위 은행은 서비스업 가운데 중점 방향 3~5개를, 지방 은행은 1~2개 업종을 스스로 골라 공급을 늘리라고 해요. 마지막 조항은 금융당국 지방 조직이 산업 주무부처와 함께 중점 서비스업 산업과 기업 명단을 계속 갱신하라고 하고요. 금액 대신 은행에 숙제를 내주는 방식이에요.

은행이 고를 3~5개 방향에 AI가 빠지기는 어려워 보여요. 중앙이 이름을 적어 준 분야를 고르면 설명할 필요가 줄어드니까요. 다만 이건 문서가 정한 결과가 아니라 제가 예상하는 은행의 행동이에요.

작정과 산수가 만나는 곳

인프라 쪽 차입자의 사정은 이 뉴스레터에서 한 번 계산해 본 적이 있어요. 9월 14일 호에서 모건스탠리 분석을 따라가 보니, 중국 AI 서버는 한 대 기준으로는 높은 마진이 나오지만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전사 이익률은 11~12%에 머물렀어요. 중국의 서버 설비투자는 미국 동급 구성의 약 3배로 추산됐고요. 같은 기계로 토큰을 파는 MaaS가 셋 중 가장 수익성이 높았지만, 추론 비중과 처리량이 받쳐 줄 때의 이야기였어요.

지도의견은 바로 이 영역에 중장기 자금을 대라고 해요.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가 되는 기계는 있어요. 그런데 그 기계의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대출 만기보다 빠를 수 있어요. 작정은 문서로 할 수 있지만, 상환은 클라우드의 이익률로 해야 해요.

china bank collateral ai경자산 쪽은 반대 문제가 있어요. 에이전트나 코딩 도구를 만드는 회사의 현금흐름을 은행이 읽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문서가 그 방법으로 내놓은 것은 지식재산권 질권과 신용정보 공유, AI 위험 모형이에요. 셋 다 방향은 맞지만 은행 심사역이 당장 쓸 수 있는 잣대는 아직 아니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요즘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자문과 심사를 맡아 여러 지역을 다니고 있어요. 검토 요청이 오면 저는 부지 면적이나 GPU 수량보다 확정된 테넌트가 있는지부터 봐요. 그다음이 그 테넌트의 신용으로 대주단이 움직이는지예요. 이 이야기는 9월 19일 지디넷 칼럼에도 정리했어요.6 데이터센터 대출에서 은행이 실제로 믿는 건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올 임차인의 신용이에요.

그 눈으로 이번 지도의견을 읽으면, 중국은 테넌트 신용이 들어갈 자리에 국가의 의지를 넣으려는 것처럼 보여요. 명단에 오르고 중점 방향으로 선정되면 은행이 움직일 명분이 생기니까요. 명분이 상환 능력을 대신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이 문서가 성공했는지는 대출 잔액이 아니라 몇 년 뒤 연체율로 판단해야 한다고 봐요.

제가 더 눈여겨보는 쪽은 경자산 절반이에요. 에이전트와 코딩 도구를 만드는 작은 회사가 지분을 팔지 않고 은행 돈을 쓸 수 있게 되면, 그건 GPU 몇만 장보다 오래 남는 변화예요. 은행이 AI 회사의 무엇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지, 그 잣대가 생기는 과정이니까요.


마치며

중국이 작정한 건 맞아요. 다만 작정의 대상은 AI 예산보다 은행 창구의 습관에 가까워요. 담보 없이 빌려주는 법을 배운 은행은 AI가 아닌 다음 산업에도 같은 방식으로 돈을 빌려줄 거예요.


💬 회사나 주변 AI 스타트업이 은행 대출을 알아본 적이 있다면, 창구에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게 무엇이었나요?

📨 AI 스타트업을 하거나 투자하는 동료에게 이 글을 전해 주세요. 중국 은행이 담보 대신 무엇을 보려 하는지, 같이 이야기해 볼 거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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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 지도의견(指导意见): 법률은 아니지만 부처가 금융기관에 방향과 과제를 내리는 정책 문서예요. 구체적 금액보다 업무 방향과 추진 체계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 경자산(轻资产): 유형자산이 적은 기업이에요. 담보 중심 대출에서 가장 불리한 쪽이에요.
  • 재대출(再贷款):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특정 목적의 저리 자금을 공급하는 수단이에요.

각주

  1. 중국인민은행 등 8개 부처, 「关于金融支持服务业扩能提质的指导意见」 전문(2026년 9월 25일자, 9월 28일 공개). 신랑재경 게재본, https://finance.sina.com.cn/china/2026-09-28/doc-initkpex8571863.shtml ↩

  2. 21세기경제보도, 「八部门推出19项金融举措 支持服务业扩能提质」, 2026년 9월 29일. https://m.21jingji.com/article/20260929/herald/381087064846ed775f83377d47d351a6.html ↩

  3. 공장·토지·설비 같은 유형자산 비중이 낮고 기술·인력·브랜드 같은 무형자산으로 사업하는 기업을 가리키는 중국 정책 용어예요. ↩

  4. 모델을 직접 배포하지 않고 API로 호출한 만큼 값을 받는 사업 방식이에요. 에이전트 as a Service는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를 파는 형태예요. ↩

  5. 중앙은행이 특정 분야 대출을 늘린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정책 수단이에요. ↩

  6. 안광섭, 「AI 데이터센터 본질…복잡한 4각 함수」, 지디넷코리아, 2026년 9월 19일. https://zdnet.co.kr/view/?no=202609191406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