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개발자는 왜 밤마다 배달을 뛸까
청두 개발자의 외주·배달 수입과 한국의 플랫폼 노동 통계를 통해, 독립해서 일하는 사람의 단가와 고정비 문제를 살펴봤어요.
비즈니스옥상 방 두 칸, 월세와 정확히 같은 배달 수입
중국 청두의 오래된 주택가 옥상에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집이 한 채 있어요. 옥상에 무허가로 올린 방 두 칸짜리 구조물인데, 월세는 1,000위안, 우리 돈으로 약 20만 원이에요. 계약서도 없이 아랫집 이웃에게 매달 송금하는 방식이죠. 여기에 28살 개발자 부부가 3년째 살고 있어요.
남편 Jared는 빅테크에서 AI를 만들던 엔지니어였어요. 9961 근무를 버티다 회사를 나왔고, 지금은 낮에 옥탑방에서 외주 프로그램을 짜요. 그리고 저녁 6시가 되면 배달 조끼를 입고 오토바이에 올라요. 밤 10시까지 4시간을 달려 버는 돈이 한 달 약 1,000위안. 월세와 정확히 같은 액수예요.
최근 그의 하루를 따라간 다큐멘터리 영상을 봤는데요. 저는 이걸 ‘별난 청년 이야기’로 넘길 수가 없었어요. 이 사례를 보며 기술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일감과 단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졌어요. 한국의 플랫폼 노동 통계에서도 함께 살펴볼 대목이 있고요.
낮에는 코드, 밤에는 배달통
영상 속 Jared의 살림은 검소하다는 말로는 부족해요. 도시 가구 에어컨 보급률이 98%라는 나라에서 에어컨 없이, 여름이면 분무기로 벽에 물을 뿌려 열을 식혀요. 끼니는 한 팩에 5위안, 약 1,000원짜리 레토르트 도시락이고요. 고장 난 가전은 직접 고치고 스피커도 부품을 사다 조립해 써요. 수입이 불안정하니 “만들 수 있는 건 사지 않는다”가 생존 원칙이 된 거예요. 병원 약국에서 일하는 아내와 둘이 버는 돈은 한 달 약 1,000달러, 우리 돈 140만 원 정도예요.
눈여겨볼 대목은 이 수입이 프리랜서를 시작한 첫 2년보다 오히려 크게 줄었다는 점이에요. 일감이 사라진 게 아니라 단가가 내려앉았어요. AI를 만들던 Jared는 단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AI를 지목해요. 그는 이렇게 말해요. “AI를 알수록 두려워져요. 뭔가를 시키는 게 너무 쉬워졌거든요. 프롬프트 하나면 돼요. 그 프롬프트를 알아낸 사람은 누구든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어요.”
코딩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안 되니 저녁마다 배달을 뛰어요. 저녁 피크 시간대 시급이 23~30위안, 우리 돈 5,000원 안팎이에요. 최고 기록은 남들이 배달을 포기한 폭우 속에서 찍은 시간당 50위안, 약 1만 원이었어요.
촬영 중에는 이런 장면도 있었어요. Jared가 병원으로 배달을 갔는데, 주문자가 배달 중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동료 라이더였어요. 영상이 촬영된 2026년 5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중국의 직업상해보장2, 그러니까 중국판 산재보험은 아직 일부 지역 시범사업이었어요. 전국 시행은 2026년 7월 1일부터였죠. 그 라이더는 제도를 두 달 앞두고 다쳤고, 몇 달간 수입이 끊긴 채 치료비의 20%가량을 스스로 부담해야 해요.
그런데도 Jared는 플랫폼을 원망하지 않아요. “라이더 공급이 넘치니까 플랫폼은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춰보는 거예요. 자본 입장에서 비용 절감은 본업이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자유를 한번 맛보면 돌아갈 수 없어요.” 영상은 여기에 한 줄을 덧붙여요. 경제적 기반이 없는 자유는 언제든 가짜 자유가 된다고요. 월세를 벌기 위해 배달에 나서야 하는 순간, 자유의 일부는 이미 반납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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