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호

폭락한 날, 중국은 엔비디아 칩을 더 원했다

AI 수요가 꺾인다는 공포와 중국이 메모리·노광장비를 직접 만든다는 공포가 겹친 낙폭이에요. 수요 감소와 점유율 하락이 각각 어느 사업에 영향을 주는지 구분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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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중국은 엔비디아 칩을 더 사려 했다

어제 아침 9시 코스피는 5% 넘게 빠진 6,400선에서 문을 열었고, 장중 한때 6,000선이 무너졌어요. 삼성전자는 13%, SK하이닉스는 14% 내리며 하루를 마쳤어요. 하루 낙폭으로는 둘 다 손에 꼽히고, 석 달의 상승분이 하루에 지워졌어요.

그런데 같은 날 중국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어요. 베이징의 문샷AI가 차세대 모델 ‘키미 K4’를 만들기 위해 엔비디아 블랙웰 GPU를 추가로 확보하려 한다는 보도예요. 시장은 “중국이 반도체를 자립했다”는 공포에 한국 반도체를 던졌는데, 정작 중국 최전선의 AI 기업은 같은 시각에 미국 칩을 더 사려고 움직이고 있었던 거예요.

이번 낙폭에는 결이 다른 두 개의 공포가 겹쳐 있어요. 하나는 “AI가 싸지면 칩이 덜 필요하다”는 수요 공포, 다른 하나는 “중국이 메모리와 장비를 직접 만든다”는 대체 공포예요. 이미 생산·판매로 확인되는 변화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전망이 섞여 있어요.


사상 최고가에서 40%대 하락, 한 달의 기록

먼저 시간순으로 정리할게요.

출발점은 6월 25일이에요.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찍었어요. SK하이닉스는 장중 298만 7,000원까지 올랐고, 그 직전에는 이틀 동안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어요. 증권가에서는 2000년 닷컴 버블 때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나스닥 시총 1위에 올랐던 장면과 비교하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기대가 정점에 있었다는 뜻이에요.

7월 초부터 1차 조정이 왔어요. 특별한 악재라기보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수급의 문제였어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가 시행됐고,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청산이 하락을 증폭시켰어요. 7월 13일 하루에만 SK하이닉스가 15% 넘게 빠졌고, 이 시점에 이미 고점 대비 38% 하락이었어요.

2차는 7월 16일이에요. 문샷AI가 2조 8,000억 개 매개변수의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공개하면서, 작년 초 딥시크 때의 질문이 되살아났어요. “AI를 이렇게 싸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비싼 인프라 투자가 계속 정당화될까?” 글로벌 반도체주가 함께 흔들렸고, 이 국면은 지난 특집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그리고 3차, 이번 주예요. 그저께(27일) 중국 최대 D램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해 첫날 466% 폭등했고, 같은 날 밤에는 “중국이 액침 DUV 노광장비1의 양산을 시작했다”는 디인포메이션 보도가 나왔어요. 어제 한국 시장이 이 둘을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했어요. 코스피는 장중 낙폭이 9%에 달하며 6,000선을 내줬다가 6,100선 안팎에서 거래를 마쳤고, 외국인은 하루에 4조 8,000억 원을 순매도했어요. 삼전과 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29% 무너졌는데, 개인은 이 상품을 7,300억 원어치 사들였어요.

누적으로 보면 사상 최고가 대비 삼성전자는 약 38%, SK하이닉스는 장중 고점 기준 약 48% 내려온 가격이에요. 코스피도 고점에서 30% 넘게 밀렸어요. 어제 하루에만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370조 원 넘게 줄었는데,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절반이 넘는 규모예요.

같은 하락처럼 보이지만 국면마다 시장이 겁낸 내용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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