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의 결과로 공교육 교사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어요
선전중학 신규 교사 21명 중 5명이 박사예요. 이 선택이 왜 합리적인지, 그 합리성에 어떤 유효기간이 붙어 있는지 따라가 봐요.
비즈니스선전중학 신규 교사 21명, 전원이 석사 이상이에요
구독자님,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가장 이름난 공립 고등학교인 선전중학이 올해 채용 예정 교사 명단을 공시1했어요. 21명 전원이 석사 이상이고, 그중 5명이 박사예요. 경제매체 차이신이 9월 17일 이 명단을 소개하면서 사례 몇 개를 짚었는데, 칭화대 전기공학 박사가 수학을, 케임브리지 전기공학 박사가 물리를, 푸단대 재료물리 박사가 화학을 가르치고, 중국과학원대 박사는 수학 올림피아드 코치로 들어가요.
중국 온라인에서는 이런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재능 낭비”라는 반응이 먼저 붙어요. 연구하라고 키운 사람이 왜 고등학생 문제집 앞에 서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 이 장면은 새롭지 않아요. 2019년 명단에는 칭화대·베이징대 출신 20명과 하버드 출신 1명이 있었고, 지금 재직 교사 중 박사가 100명이 넘어요. 2021년에도 선전의 한 명문고 생물 교사 최종 후보 7명 중 4명이 박사였다는 지원자의 글이 화제가 됐어요.
그래서 이번 명단을 “박사가 넘친다”는 한 줄로 읽기보다, 중국에서 박사급 인력을 받아줄 자리가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로 읽어보려고 해요. 그 지도에는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 대학이 받아줄 수 있는 자리의 크기, 그리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순서가 함께 그려져 있어요.
대학 교수 자리는 한 해 3만 5천 개 남짓이에요
먼저 공급이에요. 중국 교육부가 7월에 낸 2025년 교육통계공보를 보면, 지난해 박사 졸업생이 11만 2,900명으로 처음 10만 명을 넘었어요. 재학 중인 박사생은 75만 3,600명이에요. 2014년 박사 졸업생이 5만 3,700명이었으니 11년 만에 두 배가 조금 넘게 늘었어요.
더 눈여겨볼 숫자는 입학생이에요. 2025년 박사 입학생은 20만 1,600명으로, 전년보다 17.8% 늘었어요. 2015년 7만 4,400명과 비교하면 약 2.7배예요. 올해 졸업생 11만 명은 대략 4~6년 전 입학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2020년 이후 늘린 입학 정원이 졸업 시장에 다 도착하려면 아직 몇 년이 남았어요. 지금 보이는 “박사 과잉”은 파도의 앞부분일 가능성이 높아요.
받아줄 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았어요. 2023년 중국 매체 추산으로는 전국 대학의 신규 교원·연구직이 한 해 3만 5천 개 안팎이에요. 졸업생 수와 단순 비교하면 대학 자리 하나에 박사 세 명꼴이에요. 대학에 들어가도 끝이 아니에요. 중국 대학 상당수는 3~6년 안에 논문과 연구비 실적을 내지 못하면 계약을 끝내는 비승즉주2 제도를 운영해요. 기업도 중요한 출구예요. 교육부는 2023년에 신규 박사 졸업생의 5분의 1 이상이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어요. 다만 기술 기업 일자리는 산업 경기에 따라 크게 흔들려요.
명문고가 내미는 건 연봉과 안정, 그리고 역할이에요
이 틈에서 대도시 명문고가 꽤 좋은 조건을 내밀었어요. 2019년 선전 룽화구는 신규 교사 연봉으로 26만~28만 위안을 제시하고, 전일제 박사에게는 20만 위안의 별도 보너스와 인재주택 우선 배정을 얹었어요. 광저우는 박사 교사에게 10만~20만 위안의 정착 보조금을, 저장성 성저우는 칭화대·베이징대 박사에게 최대 105만 위안의 주택 보조금을 내걸었어요.
돈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칭화대 광학공학 박사로 톈진 1중에 부임하는 치이판은 소셜미디어에서, 학생 수백 명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는 일이 고립된 연구직보다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자기 선택을 설명했어요. 계약 연장을 걱정하며 논문 수를 세는 삶과, 매년 같은 교실에서 성과가 눈에 보이는 삶 중 후자를 고른 거예요.
학교 쪽 계산도 있어요. 명문고에 박사 교사 수는 학부모에게 보여주는 간판이 돼요. 올림피아드 코치처럼 박사급 전문성이 실제로 쓰이는 자리도 있어요. 21세기교육연구원의 슝빙치 원장은 이 선택을 서로의 선택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좋은 학위가 좋은 수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짚었어요. 학교가 박사 비율을 자랑거리로 쓰기보다 가르치는 능력을 보고 뽑아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까지만 보면 개인도 학교도 합리적으로 움직였어요. 문제는 이 합리성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예요.
교실 수요는 아래 학년부터 줄고 있어요
차이신은 박사 기사 하루 전인 9월 16일에 광저우 이야기를 실었어요. 황푸구의 한 초등학교 계약제 교사3가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새 학기 출근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에요. 학교가 든 이유는 입학생 감소였어요.
광저우의 출생아는 2017년 20만 1천 명으로 정점을 찍었어요.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구청들은 교사를 대거 뽑았고, 황푸구 한 곳에서만 2021~2023년 계약제 교사 2,482명을 채용했어요. 1학년 학급 수는 2023년 521개로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어요. 올여름 황푸·하이주·판위·화두구에서 계약 해지나 재계약 불발을 알리는 교사들의 글이 이어졌어요.
전국 숫자도 같은 방향이에요. 2025년 중국의 학교 수는 전년보다 약 2만 9,300곳, 전임 교사는 약 15만 명 줄었어요. 유치원 원아는 2021년 4,805만 명에서 2025년 3,225만 명으로, 4년 사이 1,500만 명 넘게 빠졌어요. 반대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 재학생은 아직 늘고 있어요. 광저우 교육국도 중학교 입학생이 2029년까지 늘 것으로 봐요.
슝빙치 원장은 인구 압력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순으로 차례차례 밀려올 거라고 했어요. 광저우의 2017년생은 대략 2032년 전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요. 올해 30대 초반에 부임한 박사 교사가 30년 가까이 교단에 선다고 하면, 가장 큰 학년이 고등학교를 지나가는 시점은 경력의 앞쪽 3분의 1 안에 들어와요. 그 뒤로는 학생이 매년 줄어드는 교실에서 일하게 돼요.
지금 박사들이 몰리는 곳은 교육 시스템 안에서 수요가 아직 줄지 않은 마지막 칸이에요. 초등학교의 계약제 교사가 먼저 밀려나는 동안, 고등학교는 박사를 뽑고 있어요. 같은 시스템의 양 끝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물론 모든 고등학교가 같은 속도로 줄지는 않을 거예요. 선전은 중국 대도시 중 드물게 인구가 아직 늘고 있고, 학생 수가 줄어들 때 먼저 문을 닫거나 교사를 줄이는 쪽은 대개 평범한 학교예요. 명문고는 오히려 줄어든 학생 중 더 많은 몫을 가져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번 명단의 박사들은 “고등학교 교사”라는 직업 전체가 아니라 “대도시 최상위 고등학교”라는 가장 늦게 흔들릴 자리에 베팅한 셈이에요. 개인의 선택으로는 꽤 정교한 판단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제가 이 명단에서 걸린 건 박사의 숫자보다 두 개의 시계가 서로 다른 속도로 돈다는 점이에요. 박사를 만드는 시계는 입학 정원을 늘린 지 5~6년 뒤에 결과가 나와요. 박사를 받아줄 자리의 시계는 15년 전 출생아 수가 정해요. 중국은 박사 정원을 늘리던 시기에 출생아가 이미 줄고 있었고, 그 두 흐름이 지금 명문고 채용 명단에서 잠깐 겹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이 현상을 “학력 인플레이션”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요한 걸 놓쳐요. 개인은 각자 가장 늦게 흔들릴 자리를 정확히 찾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사회 전체로 보면, 연구를 하라고 길러낸 인력을 인구절벽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칸에 잠시 보관해 두는 모양이 돼요. 그 칸의 시간이 끝나면 이 사람들이 다음에 갈 자리는 지금보다 더 좁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 보면 더 불편한 질문이 남아요. 올해 6월 공개된 2025년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에서, 응답자 1만 498명 중 무직 비율이 33.3%로 조사 이래 처음 30%를 넘었어요. 30세 미만은 51.1%예요. 한국은 박사학위만으로 공립 고등학교 교단에 설 수 없어요. 교원자격과 임용이라는 별도 경로가 있고, 학령인구 감소도 중국보다 먼저 진행됐어요. 중국 박사들이 찾은 그 “마지막 칸”조차 한국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결국 박사급 인력 문제는 몇 명을 뽑느냐보다, 연구 능력을 제값에 쓰는 일자리를 누가 만드느냐의 문제로 돌아와요. 슝빙치 원장도 연구개발 일자리 수요가 늘지 않으면 고학력자의 하향 취업은 피할 수 없다고 했어요. 대학 정원표만 들여다봐서는 이 문제가 안 풀려요.
마치며
선전중학의 명단은 박사 공급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와 고등학생이 가장 많은 시기가 잠깐 겹친 순간을 찍은 사진이에요. 사진 속 선택은 합리적이에요. 다만 그 합리성은 출생아 그래프가 정한 유효기간 안에서만 성립해요.
💬 박사급 인재가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자리는 어디라고 보세요? 대학, 기업 연구소, 교단, 아니면 아직 이름이 없는 어떤 자리일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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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이번 호의 출발점
- Zhang Can, “China’s PhD Glut Drives Top Graduates to High School Teaching Jobs”, Caixin Global, 2026.9.17. ··· 선전중학 명단과 박사 교사 사례, 지방정부 보조금 조건이 정리된 기사예요. 본문은 유료예요.
- Wang Hongshu, Zhang Can, “In Depth: China’s Shrinking Births Push Guangzhou Schools to Cut Contract Teachers”, Caixin Global, 2026.9.16. ··· 같은 기자가 하루 앞서 쓴 광저우 계약제 교사 기사예요. 두 기사를 나란히 읽으면 교육 시스템의 양 끝이 보여요.
숫자 확인
- 중국 교육부, “2024년 전국 교육사업 발전 통계공보”, 2025.6. ··· 박사 졸업생 9만 7,200명, 재학생 67만 6,300명, 입학생 17만 1,100명의 원 출처예요.
- 《광명일보》, “《2025년 전국 교육사업 발전 통계공보》 발표”, 2026.7.13. ··· 2025년 박사 입학생 20만 1,600명과 증가율을 해설한 기사예요.
- 국가데이터처·한국직업능력연구원, 2025년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조사 (KOSIS), 2026.6. ··· 한국 신규 박사 무직 비율 33.3%의 출처예요. 세계일보 보도에서 요약을 볼 수 있어요.
배경 지식
- China Daily, “PhD holders teaching in schools a positive trend”, 2021.10.18. ··· 5년 전에도 같은 논쟁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사설이에요.
📝 용어 설명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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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公示): 중국 공립기관이 채용·승진 결과를 확정하기 전에 명단을 일정 기간 공개해 이의를 받는 절차예요. 그래서 명문고 채용 명단의 학력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요. ↩
-
비승즉주(非升即走): 정해진 기간 안에 승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제도예요. 미국 대학의 테뉴어 트랙과 비슷한 구조로, 중국 대학의 젊은 교원들이 논문과 연구비 압박을 크게 느끼는 이유로 자주 꼽혀요. ↩
-
계약제 교사: 정규 편제 밖에서 1년 단위 등으로 계약해 일하는 교사예요. 학생이 늘 때 빠르게 채용되고, 줄어들 때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