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C를 그리는데 자산은 K를 그려요
미국 하위 50%가 가진 주식은 0.6%예요
비즈니스미국 재무장관은 K자가 지겹다고 했어요
8월 초,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CNBC 인터뷰에서 K자형 경제1라는 말은 이제 듣기도 지겹다며 그 국면은 끝났다고 선언했어요. 미국은 C자형 경제로 가고 있다고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위쪽을 따라잡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쓴 말이에요.
9월 26일 자 대만 공상시보(工商時報)가 이 발언을 출발점 삼아 사설을 하나 실었어요. 제목은 “AI 시대는 K형, C형, I형 중 어느 사회로 가는가”예요. 요지는 이래요. AI가 저숙련 일자리만이 아니라 고임금 화이트칼라 일도 대신하게 되면 임금 격차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요. 그런데 모델, 컴퓨팅, 데이터센터, 칩, 플랫폼, AI 기업 지분 같은 AI 자산은 소수 대기업과 자본에 몰려 있어요. 그래서 임금은 평평해져도 자산은 벌어지는 ‘자산 K형’이 올 수 있고, 이 흐름이 깊어지면 극소수가 꼭대기의 점을 차지하고 중간층이 얇아지는 ‘I형’까지 갈 수 있다는 거예요. 반대로 보통 사람이 AI를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AI 자산과 기업 이익의 몫을 나눠 갖게 되면 격차가 좁혀지는 ‘C형’도 가능하다고 봤고요.
K형·C형·I형, 세 갈래를 한눈에 비교해 보세요
모양을 비교하기 위한 개념도예요. 실제 통계 수치를 그린 그림은 아니에요.
K형
같은 출발점에서 위아래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벌어져요.
C형
아래쪽이 더 빠르게 올라와 위아래 간격이 좁혀져요.
I형
극소수만 치솟고, 중간층은 아래로 흡수돼 두꺼운 바닥만 남아요.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소득이나 자산의 몫이에요. 선이 굵을수록 그 층에 속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에요.
알파벳 세 개로 정리한 깔끔한 틀이에요. 그런데 이 틀을 실제 숫자에 대보면 한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와요. 임금 그래프는 어떤 자료를 고르느냐에 따라 C로도 K로도 읽혀요. 자산 그래프는 어떤 자료를 골라도 K예요.
같은 임금, 다른 알파벳
베선트가 든 근거는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였어요. 정규직 임금 하위 25%의 임금이 1년 새 5.5% 올랐고, 이게 상위 25%의 세 배라는 거예요. 이 숫자 자체는 틀리지 않아요. 정규직 임금노동자만 따로 보는 BLS 통계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나와요.
그런데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임금 추적 지표로 바꾸면 그림이 달라져요. 이 지표는 시간제 노동자까지 포함해 시간당 임금의 12개월 이동평균을 봐요. 6월 기준 하위 25%는 3.6%, 상위 25%는 3.9% 올랐어요. 포춘은 이 지표로 보면 2026년 들어 하위 분위의 임금 상승률이 상위 분위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짚었어요.
같은 나라, 같은 노동시장인데 알파벳이 바뀌는 건 분모가 달라서예요. 정규직만 세면 아래쪽이 따라잡는 C가 보이고, 시간제까지 넣으면 여전히 K예요. C자 주장에 회의적이던 NPR도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주급 기준으로는 아래는 오르고 위는 떨어진 지표가 하나 있다며, 그 기준에선 C라고 부를 만하다고 인정했어요. 임금은 원래 이렇게 누구를 세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숫자예요. 베선트의 숫자가 틀린 건 아니에요. 여러 분모 가운데 C가 보이는 쪽을 골랐을 뿐이에요.
자산 그래프는 헷갈리지 않아요
자산으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요. 미국 연준의 분배금융계정(DFA)2은 가계 자산을 부의 순위에 따라 나눠 분기마다 보여줘요. 2026년 2분기 숫자는 이래요.
| 부의 순위 | 주식·뮤추얼펀드 보유 비중 | 순자산 비중 |
|---|---|---|
| 상위 1% | 50.9% | 32.5% |
| 상위 1~10% | 37.2% | 36.4% |
| 상위 10~50% | 11.4% | 28.8% |
| 하위 50% | 0.6% | 2.3% |
상위 10%가 미국 가계가 직접 가진 주식의 88%를 들고 있고, 하위 절반의 몫은 0.6%예요. 상위 1%의 순자산 비중은 1989년 3분기 22.8%에서 지금 32.5%까지 올라왔어요.
이 표가 AI 관련 주식만 따로 떼어낸 건 아니에요. 그래도 AI 기업의 가치가 오를 때 그 평가이익이 가계의 어느 층에 먼저 쌓이는지는 이 분포를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짚어둘 게 하나 있어요. 퇴직연금 계좌 안의 주식은 이 표에서 ‘연금 수급권’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잡혀요. 그러니 0.6%에는 들어 있지 않죠. 간접 보유까지 합치면 달라질까요? 그 항목에서 하위 50%의 몫은 마지막으로 공표된 2022년 1분기 기준 3.2%였어요. 경로를 하나 더 열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공상시보 사설의 핵심 주장이 여기서 힘을 얻어요. AI의 가장 큰 수혜자는 AI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가진 사람일 수 있다는 거요. 사설은 그 이유로 규모의 경제를 들어요. 데이터센터에 수백억 달러를 쓸 수 있는 회사만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고,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더 모아 모델을 더 좋게 만드는 순환이 돌면 몇 개의 거대 기업이 판을 쥐기 쉬워요. 임금은 AI가 화이트칼라 일을 대신하면서 오히려 평평해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생산성 향상은 임금보다 주주의 평가이익으로 먼저 잡혀요. 두 그래프가 서로 다른 알파벳을 그리는 게 모순이 아닌 이유예요.
C형은 기술이 주는 선물이 아니었어요
그럼 C형은 희망 사항일까요. 사설은 산업혁명에서 먼저 벌어지고 나중에 수렴한 전례가 있었다고 말해요. 이 대목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요.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은 1780년부터 1840년까지 영국에서 노동자 1인당 산출은 46% 늘었는데 실질임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고 정리했어요. 엥겔스가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에서 묘사한 바로 그 시기라서, 앨런은 이 구간에 ‘엥겔스의 정지’3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다음 60년은 달랐어요. 1840년부터 1900년까지 1인당 산출이 90% 늘 때 실질임금은 123% 올랐어요.
눈여겨볼 건 기간이에요. 벌어지는 구간만 60년이었어요. 한 사람의 직업 생애를 통째로 덮는 시간이죠. 그리고 무엇이 수렴을 불러왔는지는 지금도 경제사학자들 사이에서 논쟁 중이에요. 자본 축적, 인구 변화, 제도 변화가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 합의된 답은 없어요.
그러니 “결국 수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안이 되지 않아요. 사설의 표현을 빌리면 C형은 기술이 사회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제도를 고른 결과예요. [편집 제안·저자 확인 필요] 그리고 그 선택을 미루는 동안의 비용은 대개 한 세대가 통째로 치러요.
한국에는 이미 배관이 하나 있어요
사설은 C형의 조건으로 보통 사람이 AI 자산과 기업 이익을 나눠 갖는 사람이 되는 걸 꼽아요. 그럼 보통 사람이 AI 자산에 닿는 경로는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는 올해 두 경로가 거의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어요.
하나는 직접 투자예요. 지난 8월 209호에서 다뤘듯, 5월 말 허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6월 22일까지 순매수한 돈의 92%가 개인이었어요. 씨티증권은 7월 말 보고서에서 개인이 이 상품으로 본 손실을 약 56조 원으로 추정했어요. 실현 손실이 아니라 고점 대비 평가손 기준이에요. 보통 사람이 AI 자산을 직접 가지려 할 때 가장 많이 쓴 문은 빚을 얹은 문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이에요. 국민연금 기금은 6월 말 기준 1,866조 원이고, 상반기 운용수익률은 27.22%였어요. 국내주식만 보면 107.37%예요. 국내주식이 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이니, 단순 계산하면 540조 원 넘는 돈이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식에 들어 있어요. 국민연금은 1분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지분 7.50%를 가진 주주이기도 해요. 가입자 개개인이 종목을 고르지 않아도, 빚을 내지 않아도, AI 호황의 몫이 가입자 전체의 공동 바구니로 들어온 셈이에요.
공상시보 사설이 C형으로 가는 길로 제시한 교육, 사회보장, 제도 개혁은 새로 지어야 할 배관처럼 들려요. 그런데 한국에는 소득이 있는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배관이 이미 하나 깔려 있어요. 문제는 그 배관의 출구예요. 연금 급여액은 운용수익률과 연동되지 않고 법정 산식으로 정해져요. 수익은 기금에 쌓여 적립금이 바닥나는 시점을 늦추는 쪽으로 작동하죠. 지금 가입자의 통장에서 느껴지는 몫과는 거리가 멀어요. 게다가 이 배관은 국내 증시의 등락을 그대로 타요. 상반기 성적표가 나온 뒤 7월부터 국내 증시가 크게 조정받았다는 점도 같은 바구니에 반영돼요.
오스왈드의 시선
지난 6월 삼성전자 성과급 격차를 다룬 112호에서 저는 가장 풀기 어려운 긴장이 가치가 만들어진 곳과 가치가 포착된 곳이 다를 때 생긴다고 썼어요. 국민배당, 국부펀드, 사회연대임금 가운데 하나가 정답인 게 아니라 셋을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가 설계 과제라고도 했고요.
공상시보 사설을 읽고 나니 그 질문을 한 칸 앞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몫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묻기 전에, 보통 사람이 AI 자산에 닿는 배관이 몇 개 있고 각각 어디로 새는지를 먼저 봐야 해요. 직접 투자는 문턱이 낮아 보이지만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에게 가장 비싼 문이었어요. 국민연금은 가장 넓은 배관이지만 출구가 먼 미래에 나 있어요. 국부펀드 논의도 이 배관 지도 위에 올려놓아야 서로 비교가 돼요.
하나 더 있어요. 사설이 꼽은 AI 자산 목록에는 모델도 들어 있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모든 일에 최상위 프런티어 모델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일과 환경에 맞는 모델이 따로 있어요. 오픈 웨이트 모델을 자기 서버에 올려 쓰는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이 늘어나면, 적어도 모델이라는 자산 하나는 소수 기업의 손에만 머물지 않아요. C형으로 가는 길이 분배 정책에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마치며
임금만 보면 C로 읽을 여지가 있고, 자산을 보면 K가 선명해요. 베선트의 C와 공상시보의 K는 같은 경제의 서로 다른 축을 보고 있었던 거예요. AI 시대의 분배 논쟁이 엇갈릴 때, 상대가 임금 그래프를 보고 있는지 자산 그래프를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면 대화가 훨씬 짧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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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 工商時報 社論, 「AI時代究竟將邁向K型、C型還是I型社會?」, 2026.9.26. ··· 오늘 글의 출발점이에요. 자산 K형과 I형 시나리오가 모두 여기서 나와요.
- Fortune, “Scott Bessent is ‘sick of hearing about’ the K-shaped economy and declares it’s over”, 2026.8.5. ··· 베선트 발언과 애틀랜타 연준 분위별 임금 수치예요.
- PBS NewsHour, “Bessent said the K-shaped economy ‘is over.’ Here’s what financial experts say”, 2026.8.12. ··· 베선트가 인용한 BLS 5.5% 수치와 전문가 반론이에요.
- NPR Planet Money, “Has the economy gone C-shaped?”, 2026.9.8. ··· C처럼 보이는 지표가 하나 있다는 반대쪽 근거예요.
- Federal Reserve, “Distributional Financial Accounts”, 2026년 2분기 기준. ··· 표의 원자료예요. 세부 시계열은 FRED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 Robert C. Allen, “Engels’ pause: Technical change, capital accumulation, and inequality in the British industrial revolution”, Explorations in Economic History, 2009. ··· 1780~1840년과 1840~1900년 비교 수치의 출처예요.
- SBS Biz, “국민연금 상반기 적립금 1천866조원…수익률 27.2% ‘역대 최고’”, 2026.8.28. ··· 국민연금 상반기 수익률과 자산 비중이에요.
- 인사이트코리아, “역대급으로 돈 번 국민연금…SK하이닉스 담고 ‘네카오’ 덜어냈다”, 2026.9. ··· 국민연금의 SK하이닉스 지분율 변화예요.
📝 용어 설명
- K자형 경제: 같은 경기 흐름 속에서 소득이나 자산 상위층은 위로, 하위층은 아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알파벳 K의 두 갈래에 빗댄 표현이에요. C자형은 아래쪽이 위쪽을 따라잡으며 간격이 좁혀지는 모습, I형은 극소수가 꼭대기에 몰리고 중간층이 얇아지는 모습을 가리켜요. ↩
- 분배금융계정(DFA): 미국 연준이 국가 전체의 가계 자산 통계와 3년마다 하는 소비자금융조사를 합쳐, 부의 순위별로 어떤 자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분기마다 추정하는 통계예요. 1989년부터 시계열이 있어요. ↩
- 엥겔스의 정지(Engels’ pause):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 생산성은 빠르게 올랐는데 노동자 실질임금은 수십 년간 거의 제자리였던 구간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이 붙인 이름이에요. ↩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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