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작은 방을 찾는 동안, 한국은 세입자를 찾아요
미국은 쓸 사람이 먼저, 한국은 건물이 먼저예요
비즈니스기가와트를 계약한 회사들이 20메가와트를 찾아요
구독자님, 데이터센터 이야기는 요즘 정말 자주 나와요. 이 뉴스레터에서도 변압기를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전력 병목, 390억 원을 거절한 켄터키 농장주 이야기를 다뤘고요. 그런데 9월 18일 CNBC 보도는 같은 소재에서 조금 다른 장면을 보여줘요.
앤트로픽과 오픈AI가 20~30MW(메가와트)짜리 작은 데이터센터 계약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에요. 두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수백 MW에서 GW(기가와트) 단위 계약을 연달아 맺은 곳들이에요.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넷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영국과 북유럽에서 이 규모의 계약을 타진했어요. 오픈AI도 북유럽에서 비슷한 기회를 살펴왔다고 소식통 둘이 전했고요. 한 소식통은 두 회사가 미국 안에서 같은 규모의 배치를 논의한 일도 안다고 했어요.
제가 이 기사에서 눈여겨본 건 크기보다 순서예요. 여기서는 쓸 사람이 먼저 있어요. 그 사람이 당장 들어갈 방을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구조예요. 한국은 이 순서가 반대로 가고 있어요. 먼저 짓고, 들어올 사람은 그다음에 찾아요.
큰 계약 옆에 작은 계약이 붙는 이유
두 회사는 보통 데이터센터 운영사나 네오클라우드1에서 연산 용량을 빌려 써요. 지금까지는 크고 긴 계약이 기본이었어요. CNBC는 8월에 앤트로픽이 Nscale과 약 45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고 웨스트버지니아의 개발 부지에서 약 460MW를 빌리기로 했다고 전했어요. 오픈AI는 스타게이트의 원래 목표였던 10GW를 4월에 넘겼고, 이후 조지아 3GW와 오하이오 8GW를 추가로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런 큰 블록은 시간이 오래 걸려요. 리서치 회사 Structure Research의 자베즈 탄은 작은 계약의 매력을 ‘쓸 수 있는 용량까지의 속도’로 설명했어요. 한곳에 큰 덩어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이미 전기가 들어와 있는 부지에서 몇 MW를 먼저 잡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여러 곳에 나눠 돌려도 되는 작업이라면 작은 배치를 모아 꽤 큰 용량을 만들 수 있고요.
여기서 ‘나눠 돌려도 되는 작업’이 중요해요. 모델을 학습시키려면 수많은 칩이 한곳에 촘촘히 붙어서 같이 일해야 해요. 반면 이미 만든 모델로 사용자의 요청에 답하는 추론2은 요청을 여러 개의 작은 클러스터로 나눠 처리할 수 있어요. 그만큼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죠.
회사 쪽 설명은 조금 더 넓어요. 오픈AI 대변인은 전 세계에서 늘어나는 AI 수요에 맞춰 컴퓨트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리고 있다고 했어요. 작업마다 필요한 인프라가 달라서 여러 파트너와 이야기하고, 요구 조건과 성능, 신뢰성, 시기, 비용을 따져 기회를 고른다는 거예요. 개별 협상에는 답하지 않았고, 앤트로픽은 논평하지 않았어요.
비중도 바뀌고 있어요. CNBC가 인용한 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의 보고서를 보면,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작업량에서 추론은 9%, 학습은 14%였어요. 2027년에 추론이 학습을 앞서고, 2030년에는 추론 37%, 학습 13%가 될 거라는 전망이에요. 오픈AI가 쓰는 텍사스 대형 단지를 지은 크루소도 이제 작은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어요. 크루소는 같은 날 39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투자 후 기업가치 309억 달러를 인정받았다고 발표했고요.
정리하면, 쓰는 쪽이 자기 수요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지금 전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먼저 들어가려 하고 있어요. 방이 세입자를 기다리는 시장이 아니라, 세입자가 방을 찾아다니는 시장이에요.
한국은 건물이 먼저예요
한국은 다르게 흘러가요. 제가 보기에 한국 데이터센터는 짓는 쪽이 먼저 움직이고, 테넌트3는 그다음에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이 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서 봐야 정확해요.
수도권은 오히려 쓸 사람이 줄을 서 있어요.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전력계통영향평가4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건수는 522건, 신청 용량은 3만 3,592MW였어요. 최종 공급 승인을 받은 건 10건, 1,010MW였어요. 반면 전력을 받아 새로 공급된 수도권 물량은 선임차5 비중이 2024년 99.7%, 2025년 99.4%였고요. 수도권에서는 테넌트가 전기를 기다리는 셈이에요.
순서가 뒤집히는 건 비수도권이에요.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1차 기술검토 214건 가운데 187건이 ‘공급 가능’ 통보를 받았어요. 올해 6월 공포돼 내년 3월 시행되는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특례와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더했어요. 짓기는 점점 쉬워지는데, 누가 쓸지는 아직 흐릿해요.
블록미디어 리서치팀 비트플래닛이 오늘 낸 분석이 이 차이를 잘 보여줘요. 파주·울산·해남·구미의 대형 프로젝트 네 곳 가운데 전력 공급 확정과 준공 전 임대 계약을 모두 마친 곳은 LG유플러스 파주 AIDC 하나였어요. 파주는 경기도, 그러니까 수도권이에요. 나머지 세 곳의 사정은 이래요.
- 울산은 SK와 AWS가 함께 추진하지만, AWS와의 관계가 단순 임대인지 수익 배분인지 공개되지 않았어요.
- 해남 국가AI컴퓨팅센터(40MW)는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에 이용권과 요금 할인을 주는 공공 인프라예요.
- 삼성SDS 구미(60MW)는 9월 15일 기준으로 실제 착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수도권은 테넌트가 전기를 기다리고, 비수도권은 전기가 테넌트를 기다려요. 지금 정책은 주로 비수도권에서 짓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고 있어요. 그 건물에 들어올 사람을 데려오는 일은 여전히 사업자와 지자체의 몫으로 남아 있고요.
다 채워져도 일하는 사람은 적어요
지자체가 데이터센터 유치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넓은 땅을 쓰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 적어요.
정의당 강원도당은 이번 주 도의 AI 데이터센터 유치 계획을 비판하면서 몇 가지 숫자를 들었어요. 세종시가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때 취업유발 효과를 3,064명으로 제시했지만, 가동 후 실제 근무 인원은 120명이었다는 거예요. 네이버가 계획 당시 밝힌 이 데이터센터 부지는 약 13만 2천㎡예요. 정의당 강원도당은 메타가 밝힌 메가와트당 0.2명 기준을 적용하면 동해 2.4GW가 480명이라는 계산도 내놨어요. 텍사스 애빌린의 스타게이트 역시 건설 단계에는 약 1,500명이 투입되지만 완공 뒤 상주 인력은 100명 안팎으로 예상됐어요.
여기에 CNBC 기사를 겹쳐 보면 숫자가 더 얇아져요. 수요가 20~30MW짜리 추론용 조각으로 쪼개지면, 같은 0.2명 기준으로 한 곳에 4~6명이에요. 공사 기간의 일자리와 전력·통신 설비 투자는 남겠지만, 운영 단계의 고용으로 지역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져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 걱정보다 앞선 질문이 있어요. 고용이 적다는 건 건물이 다 채워졌을 때 이야기예요. 테넌트가 없으면 고용이 적은 게 문제가 아니에요. 전기를 끌어온 커다란 건물 하나가 남을 뿐이에요.
💡 오스왈드의 시선
미국과 중국의 프론티어 기업들은 쓸 곳을 먼저 정하고 방을 구해요. 이번 기사처럼 계약 단위를 줄여서라도 당장 쓸 수 있는 전기를 찾아다니죠. 한국은 그런 수요자가 정해지기 전에 부지와 전력, 인허가부터 준비하고 있어요. 일단 짓고, 테넌트는 그다음에 찾는 순서예요.
이번 흐름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는 있어요. 해남 40MW, 울산 1단계 41MW, 구미 60MW처럼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첫 단계 규모는 랩들이 지금 찾는 20~30MW 조각과 아주 멀지 않아요. 이미 전기가 들어와 있는 중간 크기 부지라는 조건만 보면 맞는 구석이 있어요.
그런데 작은 계약이 늘어난다는 건 부지 하나하나가 그만큼 쉽게 대체된다는 뜻이기도 해요. 오픈AI의 말처럼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쪽에게 부지 하나는 그 포트폴리오의 한 칸이에요. 성능과 신뢰성, 시기, 비용이 더 나은 칸이 있으면 언제든 그쪽으로 옮겨 갈 수 있어요. 지어 놓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협상력이 생기지 않아요. 영국이나 북유럽 대신 한국의 부지를 골라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해요. 한국 사용자와 가까워야 하는 서비스인지, 데이터를 국내에 둬야 하는 고객이 있는지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저는 지자체와 사업자가 착공식 전에 ‘몇 명을 고용하나’보다 먼저 ‘누가 이 전기를 쓰나’에 답해야 한다고 봐요. 이 질문에 답이 있으면 고용과 세수 이야기는 그다음에 따라올 수 있어요. 답이 없으면 고용 숫자를 아무리 계산해도 그 전제가 비어 있어요.
마치며
작은 데이터센터 계약은 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 가는 신호예요. 쓰는 쪽은 이미 필요한 방을 잘게 쪼개서 찾고 있어요. 한국의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가 그 목록에 오를지는 건물의 크기보다 첫 테넌트가 누구냐에 달려 있어요.
💬 사시는 지역이나 회사 근처에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이 있었다면, 그 발표에 ‘누가 쓰는지’가 적혀 있었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 지자체나 인프라 투자 일을 하는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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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CNBC, “Anthropic and OpenAI hunt for smaller data center deals, sources tell CNBC, in race to deploy AI capacity”, 2026.9.18. ··· 20~30MW 계약 타진, JLL 추론·학습 비중 전망, 크루소 투자 유치까지 이번 글의 출발점이에요.
- 비트플래닛(블록미디어 리서치), “데이터센터 성공의 조건은? 한국 AI 데이터센터 지도”, 2026.9.18. ··· 수도권·비수도권 전력 승인 통계와 파주·울산·해남·구미 네 곳의 임차·전력 현황을 한 번에 볼 수 있어요.
- 파이낸셜뉴스, “정의당 강원도당 ‘AI데이터센터 고용효과 미미…도정 설명하라’”, 2026.9.15. ··· 세종 네이버 데이터센터 고용 추정과 실제 인원, 메가와트당 0.2명 계산이 나와요.
더 읽기
- The Wall Street Journal, “The Startup That Built OpenAI’s Biggest Data Center Is Now Making Tiny Ones”, 2026.9.
- CBRE코리아,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공급 제약이 만드는 희소성 프리미엄과 Exit 가능성 진단”, 2026.7.12.
-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 2026.6.9 공포, 2027.3.10 시행.
- 비즈워치,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전 ‘세수·고용효과’ 없는데 왜…”, 2019.7.19.
- AI타임스, “전남 50조 AI 데이터센터 성사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25.3.1.
📝 용어 설명
각주
-
네오클라우드: GPU 연산 자원을 빌려주는 데 특화된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예요. 크루소, Nscale 같은 회사가 여기에 속해요. ↩
-
추론(inference): 학습을 마친 AI 모델이 실제 사용자 요청을 받아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
-
테넌트: 데이터센터의 공간과 전력을 빌려 쓰는 임차 기업이에요. ↩
-
전력계통영향평가: 대규모 전력 수요가 전력망에 미칠 영향을 미리 검토하는 절차예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해 2024년 6월부터 시행됐어요. ↩
-
선임차: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임대 계약을 먼저 맺어 두는 것을 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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