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호

회의와 결재가 일을 늦출 때, 1944년 문서에서 떠오른 생각

OSS의 사보타주 매뉴얼을 읽으며, 컨설팅 현장에서 봤던 불필요한 회의와 승인 절차를 돌아봐요.

비즈니스회의와 결재가 일을 늦출 때, 1944년 문서에서 떠오른 생각

컨설팅을 하면서 세 명이면 될 회의에 열 명이 앉아 있는 모습, 이미 결정한 사안을 다시 확인하느라 일이 늦어지는 모습을 봤어요. 이메일 하나를 보내는 데도 세 단계의 승인이 필요한 조직이 있었고요.

그래서 1944년 미국 정보기관 OSS가 만든 《Simple Sabotage Field Manual》을 읽었을 때 익숙한 대목이 많았습니다. 결정을 미루고, 불필요한 회의를 열고, 승인 절차를 늘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거든요. 저는 2022년에도 이 문서를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어요.

전쟁 중 상대국의 활동을 방해하려고 만든 문서와 평범한 회사의 업무 방식이 닮았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제가 이 문서에서 다시 살펴보고 싶은 것은 업무에 도움이 되려고 만든 절차가 언제부터 일을 지연시키는지예요.

전시 공작 문서에 적힌 회의와 결재 방식

OSS는 CIA의 전신인 미국 정보기관이에요. 1944년 1월 17일 발행된 이 매뉴얼은 적국이나 점령지의 시민들이 일상에서 전쟁 수행을 방해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문서였습니다. CIA의 설명에 따르면 OSS 국장 윌리엄 도노반은 일부 내용을 공개해 전단이나 방송 등을 통해 전달하도록 했어요.

문서에는 여러 분야가 나오지만, 여기서는 5장 안의 ‘조직과 생산에 대한 일반적 방해’ 항목을 보겠습니다. 그중 조직·회의와 관리자에 관한 지침을 묶으면 다음과 같아요. 아래 내용은 원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 결정을 늦추기. 모든 일을 정해진 경로로 처리하게 하고, 안건을 가능한 한 큰 위원회에 넘기며, 지난 회의에서 결정한 사안을 다시 논의하도록 해요.
  • 성과와 보상을 어긋나게 하기. 일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 부당한 승진을 주고,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차별하거나 근거 없이 비판하라고 해요.
  • 불필요한 절차를 늘리기. 더 중요한 일이 있는데 회의를 열고, 중복 서류를 만들며, 한 명이 승인해도 될 일에 세 명의 승인을 요구하도록 해요.

원문은 일상적으로 생기는 판단 착오나 비협조적 행동이 지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런 행동을 의도적으로 늘려 상대의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 하려는 것이죠.

지금의 회의 문화와 비교할 때 주의할 점

Asana Work Innovation Lab이 발표한 2024년 조사에서는 실무자가 비생산적인 회의에 썼다고 답한 시간이 주당 3.7시간이었어요. 2019년의 1.7시간보다 118% 늘어난 수치예요. 관리자는 주당 5.8시간으로, 2019년보다 87% 증가했고요.

이 수치는 조사 응답자들이 느낀 회의 부담을 보여줘요. 모든 회사에서 회의 시간이 같은 비율로 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비생산적인 회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이 왜 그렇게 됐는지까지 설명할 수는 없어요.

게리 하멜과 미셸 자니니는 2016년 HBR 기고에서 미국의 과잉 관료주의 비용을 연간 3조 달러 이상, 당시 GDP의 약 17%로 추정했어요. 이 역시 저자들의 추정치로 읽어야 합니다.

이런 자료와 매뉴얼을 나란히 보면, 절차가 업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다만 현대 조직의 비효율이 모두 같은 원인으로 생겼다거나, 모든 회사가 자연스럽게 매뉴얼의 지침을 따르게 된다는 결론까지 나아갈 근거는 부족해요.

회의에는 서로 다른 정보를 맞추고 책임을 정하는 기능이 있어요. 결재에는 오류나 부정행위를 막는 목적도 있고요. 필요한 절차인지 판단하려면 그 절차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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