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호

모두가 소프트웨어에 돈을 더 쓰는데 시총은 1조 달러가 빠졌어요

기업이 올해 소프트웨어에 내는 돈은 데이터센터 장비의 1.8배예요. 그런데 시장은 그 매출이 몇 년짜리인지를 다시 계산했어요.

비즈니스모두가 소프트웨어에 돈을 더 쓰는데 시총은 1조 달러가 빠졌어요

지난 호의 100달러는 IT 지출 100달러 중 12.9달러였어요

지난 호에서 AI 설비투자 100달러가 칩 50달러, 전력 20달러, 네트워킹 15달러, 냉각 7.5달러, 시설 7.5달러로 갈린다는 BNP 파리바 추정을 봤어요. 그 100달러를 더 큰 지갑 안에 놓으면 크기가 다시 보여요. 가트너가 2026년 7월 27일에 낸 전망에서 올해 전 세계 IT 지출은 6조 3,690억 달러이고, 그중 데이터센터 시스템은 8,220억 달러예요. 100달러로 환산하면 12.9달러고요. 같은 100달러에서 소프트웨어는 23.1달러, IT 서비스는 24.7달러예요.

AI 데이터센터에 드는 비용과 장비별 교체 주기 · 제236호 · INLEVEL9BNP 파리바의 투자 배분 도표를 바탕으로 반도체·네트워크·전력·냉각·시설 비용과 사업의 차이를 살펴봤어요.inlevel9.com

두 100달러는 겹치지만 같지 않아요. BNP 맵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짓는 물리 자산이라 건물과 전력 설비까지 들어가고, 가트너의 데이터센터 시스템은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장비 중심이에요. 겹치는 건 칩과 서버, 네트워크 장비 정도예요.

이번 호는 그 위층을 봐요. 설비는 한 번 사서 몇 년을 쓰지만, 소프트웨어는 매년 사용료로 나가요. 기업이 내는 돈은 늘었는데, 그 돈을 받는 회사들의 값은 깎였어요.


소프트웨어 지출은 올해만 1,970억 달러가 늘었어요

가트너 표를 그대로 보면 이래요. 소프트웨어 지출은 2025년 1조 2,710억 달러에서 2026년 1조 4,680억 달러로 15.5% 늘어요. 새로 늘어난 금액만 1,970억 달러예요. 같은 표에서 데이터센터 시스템은 5,060억 달러에서 8,220억 달러로 62.5% 늘고, 증가분은 3,160억 달러고요.

증가 속도는 데이터센터 쪽이 네 배쯤 빨라요. 그런데 절대 금액은 아직 소프트웨어가 1.8배 커요. 올해 기업이 서버와 스토리지를 사는 데 쓰는 돈보다 소프트웨어에 내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에요.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와는 다른 그림이죠.

숫자를 인용할 때 조심할 게 하나 있어요. 가트너는 같은 해 전망을 반년 사이 세 번 고쳤어요. 2월에는 총액 6조 1,500억 달러에 소프트웨어 증가율 14.7%였고, 4월에는 6조 3,100억 달러에 소프트웨어 1조 4,400억 달러와 15.1%, 7월에는 6조 3,690억 달러에 1조 4,680억 달러와 15.5%였어요. 그러니 “2026년 소프트웨어 시장 1.44조 달러”라고 쓰려면 4월 전망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해요. 181호에서 시장 규모 8,000억 달러가 정의에 따라 흔들린다고 썼는데, 여기서는 같은 기관의 같은 항목이 분기마다 흔들려요.

2월 3일, 같은 시장의 값이 이틀 만에 깎였어요

지출이 늘어난 해에 주가는 반대로 갔어요. 2026년 2월 3일 Anthropic이 Claude Cowork에 붙는 플러그인을 공개했어요. 계약서 검토와 비밀유지계약 분류, 컴플라이언스 절차처럼 사람이 화면을 열고 처리하던 일을 묶은 도구였어요. 그날부터 톰슨로이터와 리걸줌, 세일즈포스가 크게 밀렸고, 매도세는 타타컨설턴시서비스와 인포시스 같은 아시아 IT 기업으로 번졌어요. S&P 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2월 5일 하루에 4% 넘게 빠지며 8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그 시점에 연초 대비 약 20% 내려 있었어요. 제프리스의 트레이더가 이 장면에 SaaSpocalypse1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빠진 금액은 자료마다 달라요. 48시간 기준 2,850억 달러, 1분기 누적 약 1조 달러,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소프트웨어·서비스 ETF 기준 연초 두 달 약 1조 6,000억 달러, 최근 12개월 기준 약 2조 달러까지 나와요. 어느 구간을 재느냐와 어느 종목 묶음을 재느냐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네 숫자 중 하나를 골라 “소프트웨어 시장이 2조 달러 사라졌다”고 쓰면 시가총액 변동과 매출 감소가 섞여요. 매출은 그 사이에도 늘고 있었어요.

성장률 차이는 1.7배인데, 값의 차이는 2.9배예요

같은 소프트웨어 안에서도 결과가 갈렸어요. 벤처투자자 토마스 텅구즈가 2026년 7월 13일에 상장 소프트웨어·플랫폼 87개사를 다섯 칸으로 나눠 정리한 숫자를 보면 이래요.

칸종목 수1년 수익률매출 성장률매출 배수(EV/Sales)2
인프라·개발도구13+68.5%21.4%10.0배
보안다수+17.6%약 21%자료 미표기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48-36.2%12.5%3.4배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두 격차의 크기 차이예요. 매출 성장률은 21.4%와 12.5%로 1.7배 차이인데, 시장이 매긴 배수는 10.0배와 3.4배로 2.9배 차이예요. 성장 속도의 차이보다 값의 차이가 훨씬 크게 벌어진 거예요. 텅구즈는 승패를 가른 건 성장률이 아니라 어느 카테고리에 있느냐였다고 정리했어요. 세일즈포스와 워크데이, 서비스나우가 들어간 48개 종목이 상장 소프트웨어의 다수인데, 이 칸이 사람 수에 따라 값을 매기는 계약을 가장 많이 갖고 있어요.

반등도 좁았어요. 메리테크 집계로 시가총액 가중 소프트웨어 지수는 4월 10일 저점 이후 34거래일 만에 38% 올랐는데, 회복된 시가총액의 약 80%를 10개 회사가 가져갔어요. 상위 10개의 배수는 향후 12개월 매출3 기준 9.9배에서 14.8배로 올랐고, 중앙값 기업은 3.3배로 저점 대비 19% 오르는 데 그쳤어요. 지수가 회복됐다는 문장과 내 종목이 회복됐다는 문장이 다른 이유예요.

지수 자체도 하나가 아니에요. SaaS Capital 지수의 중앙값 배수는 2021년 8월 16.9배에서 2025년 12월 5.6배로 내려왔고, 2026년 6월 3.2배로 2011년 이후 최저를 찍은 뒤 7월 31일 3.8배로 올라왔어요. 반면 어벤티스 어드바이저스가 집계한 중앙값은 2026년 8월 4.6배예요. 두 숫자는 모순이 아니라 구성 종목과 계산 방식이 다른 별개의 지수예요. 이걸 한 줄에 이어 붙이면 존재하지 않는 반등폭이 생겨요.

지난 호의 세 질문을 소프트웨어에 옮기면

236호 끝에 AI 수혜주를 볼 때 물어볼 세 가지를 적었어요. 어느 칸인가, 얼마나 오래 쓰는가, 병목이 공급인가 수요인가. 소프트웨어에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돼요.

질문인프라(지난 호)소프트웨어(이번 호)
어느 칸인가AI 칩 25달러인가 광트랜시버 5.5달러인가인프라·보안 칸인가, 사람 수로 값을 매기는 업무 앱 칸인가
얼마나 오래 쓰는가서버 5년인가 변압기 30년인가빼면 업무가 멈추는 기록 시스템인가, 모델이 대신할 수 있는 화면 기능인가
병목은 무엇인가변압기 납기와 생산 능력데이터와 업무 절차를 옮기는 비용, 그리고 사람 수의 변화

가운데 질문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에요. 설비에서 수명은 물리적 마모와 회계 정책이 정하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수명을 정하는 건 교체 비용이에요. 기록 시스템과 보안, 아이덴티티처럼 데이터와 절차가 안에 박혀 있는 소프트웨어는 대체 도구가 나와도 한 분기에 뺄 수 없어요. 반대로 사람이 화면을 열어 처리하던 얇은 기능은 그 사람의 일이 줄어드는 만큼 계약도 줄어요. 2월에 시장이 깎은 건 앞으로 받을 매출 자체가 아니라, 그 매출이 몇 년짜리인지에 대한 가정이었어요. 다만 이 구분은 제가 자료를 보고 나눈 기준이고, 회사마다 계약 조건이 달라서 종목별로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아요.

한국 독자에게는 질문이 하나 더 붙어요. 가트너 표에서 IT 서비스는 1조 5,700억 달러로 소프트웨어보다 큰 칸이고, 증가율은 5.3%로 가장 낮아요. 2월 매도세가 인도 IT 기업까지 번진 이유도 여기 있어요. 사람의 시간을 팔아 청구하는 구조가 좌석 계약과 같은 질문을 받은 거예요. 국내 기업의 소프트웨어 예산도 완제품 구독보다 구축과 운영에 실린 비중이 큰 편이라, 우리 예산에서 좌석으로 나가는 금액과 사람의 시간으로 나가는 금액을 각각 세어 보는 게 먼저예요.

1004soft오스왈드의 시선

이 글의 초안에서 저는 SaaS Capital 지수를 인용하며 2021년 8월 16.9배, 2025년 말 5.6배, 2026년 6월 3.1배, 8월 4.6배라고 나란히 적었어요. 확인해 보니 앞의 셋은 SaaS Capital이고 마지막 4.6배는 어벤티스의 다른 지수였어요. 저점도 3.1배가 아니라 3.2배였고요. 한 지수 안에서 보면 6월 3.2배에서 7월 3.8배로 오른 것이고, 두 지수를 붙이면 3.1배에서 4.6배로 훨씬 크게 오른 것처럼 보여요. 지난 호에서 BNP와 Epoch의 분류 기준을 맞춰 봤던 것과 같은 일이 밸류에이션 자료에서도 벌어져요.

초안에서 하나 더 고친 게 있어요. 저는 기업이 소프트웨어에 쓰는 100달러 중 핵심 SaaS가 40달러라고 적어 뒀는데, 그렇게 쓰면 그 40달러가 내년에도 같은 40달러처럼 읽혀요. 올해 나가는 현금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그 안에서 계약의 수명이 갈리고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의 내용이에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출처가 있는 가트너 표로 지출을 보고, 갈라짐은 87개사 자료로 봤어요.

제가 보기에 2월에 팔린 건 소프트웨어 매출이 아니라 좌석 계약의 영구성이에요. 인프라는 돈이 먼저 나가고 소프트웨어는 그 돈을 갚는 쪽에 있는데, 갚는 방식이 사람 수에 묶여 있으면 사람이 줄 때 같이 줄어요. 물론 시장의 판단이 맞다는 뜻은 아니에요. 텅구즈 자료에서 가장 많이 맞은 48개 종목의 매출은 여전히 12.5% 늘고 있어요.

마치며

올해 소프트웨어 지출은 1조 4,680억 달러로 15.5% 늘고, 새로 늘어난 금액만 1,970억 달러예요. 같은 해에 시가총액은 재는 방식에 따라 2,850억 달러에서 2조 달러까지 사라졌고요. 두 문장이 동시에 사실인 이유는 지출과 값이 다른 것을 재기 때문이에요. 지출은 올해 나가는 현금을 재고, 값은 그 현금이 몇 년 더 들어올지를 재요.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볼 때도 지난 호의 세 질문이 그대로 쓸모가 있어요. 어느 칸에 있는지, 빼면 업무가 멈추는지, 줄어드는 게 수요인지 사람 수인지. 이 세 가지에 답할 수 있으면 소프트웨어가 끝났다는 문장과 소프트웨어가 여전히 크다는 문장이 왜 같은 해에 나오는지도 정리돼요.


💬 구독자님 회사가 쓰는 소프트웨어 계약 중에, 내년에 인원이 줄어도 금액이 그대로일 항목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인원과 함께 줄어들 항목도 같이 적어주시면 좋겠어요.

📨 “SaaS는 끝났다”와 “소프트웨어 시장은 커진다”를 두고 회의에서 다투는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전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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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Gartner, “Gartner Forecasts Worldwide IT Spending to Grow 14.2% in 2026, Totaling $6.37 Trillion”, 2026년 7월 27일. 링크 ··· 소프트웨어 1조 4,680억 달러와 데이터센터 시스템 8,220억 달러가 들어 있는 원표예요. 항목별 2025년 실적과 2026년 전망이 같은 표에 있어서 증가분을 직접 계산할 수 있어요.
  • Gartner, “Gartner Forecasts Worldwide IT Spending to Grow 13.5% in 2026, Totaling $6.31 Trillion”, 2026년 4월 22일. 링크 ··· 널리 인용되는 소프트웨어 1조 4,400억 달러와 15.1%가 나온 4월 전망이에요. 7월 표와 나란히 보면 전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돼요.
  • CNBC, “AI fears pummel software stocks: Is it ‘illogical’ panic or a SaaS apocalypse?”, 2026년 2월 6일. 링크 ··· 2월 매도세의 종목과 지수 낙폭, 아시아 IT 기업으로 번진 경로를 원취재로 정리했어요.
  • Tomasz Tunguz, “The CIO’s Choices are Clear in 2026”, 2026년 7월 13일. 링크 ··· 상장 87개사를 다섯 칸으로 나눠 수익률과 성장률, 매출 배수를 함께 붙인 자료예요. 이번 호 표의 출처고요.
  • Alex Clayton, Austin Wang, “2026 SaaS Rebound”, Meritech Capital, 2026년 7월. 링크 ··· 반등이 10개 종목에 몰렸다는 집계예요. 지수 회복과 개별 종목 회복의 차이를 보여줘요.

배경 지식

  • SaaS Capital Index 해설 페이지, 2026년 7월 31일 기준. 링크 ··· 2025년 12월 5.6배, 2026년 6월 3.2배, 7월 3.8배의 출처와 지수 설계(동일가중 중앙값)를 설명해요.
  • Aventis Advisors, “SaaS Valuation Multiples: 2015-2026”. 링크 ··· 2026년 8월 중앙값 4.6배가 나온 별개 지수예요. 구성 종목이 달라 SaaS Capital과 직접 비교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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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섭(오스왈드) 프로필 일러스트

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SaaSpocalypse: 2026년 초 상장 소프트웨어 주가가 연달아 빠진 국면에 제프리스의 트레이더가 붙인 말이에요. SaaS와 apocalypse를 합친 조어이고, 공식 통계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쓰는 별명이에요. ↩

  2. EV/Sales(매출 배수): 기업가치를 연 매출로 나눈 값이에요. 같은 매출을 시장이 몇 배로 쳐주는지를 보여주고, 매출이 앞으로도 유지될지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 매출이 그대로여도 이 값이 움직여요. ↩

  3. NTM(향후 12개월): 앞으로 1년 동안 예상되는 매출을 기준으로 배수를 계산하는 방식이에요. 이미 지나간 12개월 실적을 쓰는 방식과 값이 달라져서, 두 방식을 섞어 비교하면 안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