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호

구글이 한 번도 안 지어본 원자로를 고른 이유

검증된 기술과 빨리 지을 수 있는 기술은 다를 수 있다는 구글의 선택을 읽어요

비즈니스구글이 한 번도 안 지어본 원자로를 고른 이유

하이퍼스케일러가 검증된 대형 원전 대신 미검증 원자로를 고르는 이유

2026년 3월 4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들어설 원자로 한 기의 건설허가를 내줬어요.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의 소듐고속로1예요. 40여 년 만에 나온 상업용 비경수로 승인이었고, 몇 주 뒤 실제로 땅을 팠어요.

같은 시각 미국에서 착공 중인 대형 원전은 0기였어요. 설계도 끝났고, 인허가 경로도 있고, 이미 두 기를 완공해본 웨스팅하우스 AP1000이 있는데도요.

구독자님, 전력이 가장 급한 회사들, 그러니까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검증된 대형 원전 대신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노형을 고르고 있어요. 이건 그들이 모험을 좋아해서가 아니에요. 서방에서 ‘검증된 기술’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빨리 지을 수 있는 기술’을 뜻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에요.


미국엔 지금 대형 원전 공사장이 한 곳도 없어요

이 상황을 만든 건 조지아주 보글(Vogtle) 3·4호기예요. 최종 공사비 약 360억 달러, 애초 추정의 두 배가 넘었고 공기는 15년이 걸렸어요. 조지아파워 몫만 110억 달러였고, 그 부담은 주민 전기요금 25% 인상으로 넘어갔어요.

이 한 프로젝트 때문에 미국 전력회사들은 신규 대형 원전 결정을 미루게 됐어요. 공사비 초과를 막아주는 보험 상품 같은 건 없어요. 초과분은 고스란히 재무제표에 꽂히고, 규제기관 앞에서 요금 인상을 설명해야 해요. 그래서 다들 “우리가 먼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자세로 서 있어요. 관심은 있고, 검토도 하고, 의향서도 씁니다. 다만 최종투자결정을 안 해요.

BloombergNEF는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원자력 업체 사이에 오간 협력 발표를 51GW 규모로 집계했어요. 원전 50기가 넘는 양이에요. 그런데 이 중 대부분은 구속력 있는 전력구매계약2이 없고, 자금 조달 발표도 없고, NRC에 정식 신청서조차 들어가 있지 않아요. BNEF가 이 51GW를 전망치에 거의 반영하지 않은 이유예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지난 1년 사이 미국의 정책 지원은 역대급이었어요. 원자력 관련 행정명령이 한꺼번에 나왔고, NRC는 신청서 접수 후 18개월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기한을 못 박았어요. 에너지부는 대형 원전 10기 건설을 뒷받침할 대출 약정을 내놨고, 2030년까지 10기를 착공 상태로 만들겠다는 목표까지 세웠어요.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아요. 지금 부족한 건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사겠다는 수요예요. “우리가 짓겠습니다”라고 손을 드는 전력회사가 없는 거예요. 제도와 자금이 다 준비됐는데 첫 번째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 신제품을 팔아본 분이라면 익숙한 그림일 거예요. 얼리어답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도 서류로만 남거든요.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원자력 업체의 협력 발표는 51GW인데, 미국 대형 원전 착공은 0기예요. 이 간극이 지금 서방 원자력 시장의 실제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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