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팔로워 AI 코미디언, 농담은 전부 남의 것이었어요
미국 코미디언의 농담을 통째로 가져간 AI 계정들, 한국 스탠드업도 같은 통로 위에 있어요
비즈니스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농담을 AI가 가져갔어요
구독자님, 미국 코미디언 조지 브렛 올슨의 농담 하나가 이번 달 그대로 복제됐어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스타그램 모회사의 공동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같은 억만장자들이 거기에 한몫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농담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한 건 팔로워 30만 명 규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었어요. 무대 배경도 올슨이 공연한 곳과 같았고, 옷차림까지 비슷했어요. 다른 점은 무대에 선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AI 생성 여성이었다는 것, 그리고 계정이 성인 구독 플랫폼 온리팬스로 이어져 있었다는 거예요.
올슨은 두 영상을 나란히 붙인 영상을 올리며 “내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어요. 며칠 뒤 코미디언 줄리아 재수나스도 비슷한 영상을 올렸어요. 팔로워 25만 명 계정의 AI 코미디언이 재수나스의 농담을 그대로 했고, 재수나스가 객석의 한 관객에게 던졌던 즉흥적인 한마디까지 따라 했어요.
저는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한국 스탠드업에서도 곧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 거라고 봐요. 오늘은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고해도 왜 막히지 않았는지, 그리고 한국 스탠드업이 어떤 점에서 같은 자리에 서 있는지를 차례로 볼게요.
계정은 이렇게 굴러가요
영국 코미디 전문 매체 Chortle이 같은 유형의 계정들을 추적했어요. ‘에일런 스카이(Aylen Skye)‘라는 계정 하나가 재수나스, 차르 람틴, 올리비아 카터, 해나 버너의 농담을 가져다 썼어요. 연상의 남자와 연애하는 이야기, 개인 트레이너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이야기 같은 소재였어요. 영국 TV 콩트 프로그램 「더 스케치 쇼」의 한 장면을 다시 만든 영상은 틱톡에서 66만 회 넘게 재생됐어요. 올슨의 농담을 가져간 계정은 ‘티퍼니 슬론(Tiffany Sloane)‘이었고요.
Instagram Instagram작동 방식은 단순해요. 먼저 이미 무대와 온라인에서 반응이 검증된 농담을 골라요. 그 농담을 노출이 많은 차림의 AI 여성 공연자 입으로 다시 찍어요. 조회수와 팔로워가 모이면 프로필이나 스토리에 온리팬스나 팬뷰1 링크를 걸어둬요. 사람들이 웃으려고 들어왔다가 구독 페이지로 흘러가게 만드는 구조예요.
속도도 빨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티퍼니 슬론 계정의 첫 게시물은 9월 11일이었고, 10월 5일 기준 팔로워가 약 37만 5천 명이었어요.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이에요. 이 계정을 두고 벤처캐피털 a16z의 파트너 저스틴 무어는 10월 4일 “천재적인 온리팬스 마케팅 해킹”이라고 썼다가 비판을 받았어요.
팔로워 수는 보도마다 달라요. 올슨은 30만 명이라고 했고, 기즈모도는 37만 5천 명, 무어는 36만 명으로 적었어요. 다른 계정들도 18만, 24만, 25만 명으로 집계됐어요. 계정과 집계 시점이 서로 달라서 생긴 차이로 보여요. 분명한 건 이 계정들이 수십만 명 단위로 자랐다는 사실이에요.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불확실해요. 뉴스레터 Garbage Day의 라이언 브로데릭은 공개된 좋아요 수로 추정하면 티퍼니 슬론의 온리팬스 수입은 많아야 한 달에 수백 달러일 거라고 봤어요. 외부에서 본 추정치예요. 브로데릭은 같은 이미지와 게시 패턴을 공유하는 계정이 여럿 있다는 점도 짚었어요. 계정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계정을 함께 운영하는 콘텐츠 농장일 수 있다는 뜻이에요. AI 영상 도구 회사 힉스필드는 자사 모델로 이런 식의 바이럴 복제본을 만들 수 있다고 광고하기도 했어요.
실제 스탠드업 코메디언이 아니라 영상 생성 AI로 만들어진 가짜 여성 스탠드업 코메디언
신고했더니 “규칙 위반이 아니다”
코미디언들은 플랫폼에 기대를 걸었어요.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올슨은 팔로워들이 계정을 신고했지만 인스타그램의 신고 도구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제일 황당한 건 이게 이용약관 위반이 아니라는 거예요.”
재수나스의 경우는 더 선명해요. 보도에 따르면 재수나스가 사칭으로 신고하자 메타는 그 AI 공연자가 재수나스인 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이 대목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에요. 지금 플랫폼의 신고 체계는 주로 ‘누가 누구인 척하는가’를 물어요. 사칭 계정, 딥페이크, 얼굴과 목소리 도용은 모두 정체성의 문제예요. 그런데 이번 계정들은 코미디언의 얼굴을 훔치지 않았어요. 얼굴은 새로 지어냈고, 가져간 건 농담이었어요. 정체성을 지키는 규칙은 있는데, 작품을 다른 얼굴에 얹는 경우를 다루는 규칙은 비어 있었던 거예요.
인스타그램 책임자 애덤 모세리는 인스타그램 댓글로 이렇게 답했어요. “AI 콘텐츠를 플랫폼에서 금지하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봐요. 갈수록 식별하기 어려워질 거고, 전부 나쁜 콘텐츠도 아니에요. 다만 원작 크리에이터에게 트래픽을 보내는 데 크게 투자하고 있고, AI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통째로 베끼고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그게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팀과 이야기해 볼게요.” 메타 대변인은 같은 문제가 유튜브와 틱톡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어요.
법으로 다투는 길도 있어요. 다만 계산이 맞지 않아요. 올슨은 지식재산권 변호사에게서, 상대가 온리팬스로 수백만 달러를 버는 게 아니라면 소송을 거론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해요. 브로데릭의 추정처럼 계정 하나의 수입이 한 달 수백 달러 수준이라면 사정은 더 분명해져요. 베끼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없고, 계정 하나가 버는 돈은 작고, 막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은 코미디언이 혼자 져요.
지워도 끝나지 않아요. 올리비아 카터는 첫 번째 계정에 차단당해 게시물을 볼 수도 없었어요. 친구가 신고한 게시물 하나가 지워졌지만, 같은 농담은 다른 AI 계정에 다시 올라왔어요.
코미디언이 잃는 건 농담 하나가 아니에요
카터가 화난 지점은 의외였어요. 그는 Straight Arrow News에 “누가 내 농담을 훔쳐서 속상한 것도 아니었다”고 했어요. 걱정은 시청자가 그 농담을 AI 공연자가 썼다고 믿는 거였어요. 재수나스도 같은 걱정을 했어요. 이 계정들이 화제가 되고 있고, 사람들이 이들을 실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요.
카터는 그 뒤로 새 농담을 온라인에 올리지 않고, 예전 소재나 크라우드워크2 영상만 올리고 있어요. 다른 코미디언 세라 퍼덤도 온라인에 계속 올릴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했어요.
이 선택이 왜 무거운지는 재수나스의 말에 있어요. “코미디언이 스탠드업 클립을 온라인에 올리는 건 사람들이 라이브 코미디를 보러 오게 하려는 거예요.” 짧은 클립은 공연 홍보물이에요. 동시에 원작 증명이기도 해요. 재수나스는 클립을 먼저 올려두면 작품에 자기 이름이 붙은 ‘타임스탬프’가 생긴다고 했고, 퍼덤도 클립이 있어서 그 농담이 자기 것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니 복제가 쉬워질수록 코미디언은 곤란해져요. 새 농담을 올리면 가져가기 쉬워지고, 올리지 않으면 관객을 데려올 통로와 원작 증명이 함께 줄어요. 카터처럼 새 농담을 거둬들이는 사람이 늘수록, 클립을 보고 공연장을 찾던 흐름도 약해질 수 있어요.
한국 스탠드업도 같은 통로로 관객을 모아요
한국 이야기로 넘어올게요. 세계일보가 지난 8월 전한 한국 스탠드업의 모습은 재수나스가 말한 구조와 거의 같아요. 방송사 공채라는 등용문이 좁아지면서 유튜브와 쇼트폼 플랫폼이 코미디언의 홍보와 유통 창구가 됐어요.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라간 짧은 공연 영상이 예고편 역할을 하고, 그걸 본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는 흐름이에요.
원소윤은 자조적인 농담이 유튜브에서 퍼지며 이름을 알렸고, 이상준쇼는 지난해 10개 도시에서 약 1만 8천 명을 모았어요. 홍대 메타코미디클럽 같은 전용 공연장에서는 정기 공연이 열려요. (개인적으로 원소윤씨와 박철현씨의 ‘긁’편은 꼭 보시길 바래요. 정말 재밌어요.)
미국 AI 도둑질 계정들이 고른 농담의 조건도 볼 만해요. Straight Arrow News는 이 계정들이 쓰는 농담이 주로 데이트나 여성으로 사는 일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어요. 설명 없이도 바로 통하고, 짧게 잘라도 웃음이 나오는 소재예요.
한국의 제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몇 가지를 확인해 봤어요.
저작권법.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어문저작물의 예로 강연과 연설을 들어요. 실연자의 정의에는 ‘구연’이 들어가 있어요. 무대에서 말로 하는 작품과 그 공연도 법의 틀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에요. 다만 짧은 농담 한 줄에 창작성이 인정되는지, 해외의 익명 계정을 상대로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예요. 미국 코미디언들이 부딪힌 비용 문제가 한국에서 사라지지는 않아요.
AI 기본법 표시 의무.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AI 기본법 제31조 제3항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영상 등을 제공하는 경우,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알리거나 표시하라고 해요. 의무를 지는 쪽은 ‘인공지능사업자’예요. 이런 계정을 운영하는 개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해석의 문제가 남아요.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어요. 표시는 “이 공연자는 사람이 아니다”를 알려줄 수는 있지만, “이 농담은 누구의 것이다”를 알려주지는 않아요.
플랫폼 수익 정책.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AI로 거의 같은 영상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채널이나 틀에 맞춰 일부만 바꿔 연속 제작하는 채널을 광고 수익 창출 대상에서 빼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계정들이 돈을 버는 곳은 플랫폼 밖이에요. 수익은 구독 링크 너머에서 나와요. 광고 수익을 막는 방식은 이런 계정에 직접적인 압력이 되기 어려워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한국 스탠드업에서도 곧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날 거라고 봐요.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 계정들이 기댄 조건이 한국에도 그대로 있기 때문이에요. 쇼츠와 릴스로 퍼지는 짧은 클립, 설명 없이 통하는 연애와 일상 소재, 그리고 클립을 올려야 관객이 오는 신인 코미디언의 처지요. 미국 계정들은 농담을 하나도 새로 쓰지 않았어요. 필요한 건 이미 검증된 클립과 생성 도구였어요.
한국어는 지금까지 일종의 울타리였어요. 그런데 AI 번역과 음성 합성은 이 울타리를 양쪽에서 낮춰요. 한국 농담이 다른 언어의 AI 공연자 입으로 나갈 수도 있고, 영어권 농담이 한국어 AI 공연자의 입으로 들어올 수도 있어요. 뒤의 경우라면 한국 시청자는 원작을 알아볼 방법이 거의 없어요.
관객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재수나스의 말대로 공연장에 가는 것, 그리고 클립을 공유할 때 재업로드 계정 대신 코미디언 본인 계정의 영상을 공유하는 거예요. 작은 차이지만 원작 증명과 관객을 모으는 통로가 같은 영상 위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떤 영상을 공유하느냐도 코미디언 편에 서는 방법이 돼요.
마치며
이번 계정들은 농담을 쓰지 않았어요. 남의 농담을 다른 얼굴에 얹는 비용이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조회수가 곧 돈이 되는 시대에 해외에서 먼저 이런 도둑질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한국 스탠드업 코메디언 들도 쇼츠, 릴스 등으로 관객을 모으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고 봐요. 같은 코메디를 그대로 베껴서 이제 AI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똑같이 하는 방식으로 하는 거죠. 다행히?도 한국에 메타코메디 클럽, 서울코미디클럽 등이 있어 조직적 대처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구요.
💬 최근에 본 코미디 쇼츠, 누구 무대였는지 이름까지 기억나세요? 기억나는 이름이 있다면 댓글로 짧게 남겨 주세요.
📨 스탠드업 좋아하는 친구에게 이 글을 건네 주세요.
이미 구독 중이신가요? 로그인하고 댓글 남기기
커피 한 잔 보내기
이 관점이 좋았다면, 다음 글에 커피 한 잔
오스왈드에게 커피와 함께 짧은 쪽지를 보내주세요. 응원은 다음 취재와 집필에 보탭니다.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WIRED, “AI-Generated Hot Girls Are Ripping Off Comedians to Boost Their Horny Content”, 2026년 10월. ··· 오늘 글의 출발점이 된 기사예요. 올슨과 재수나스의 사례, 모세리의 댓글, 메타 대변인 입장이 여기서 나왔어요.
- Steve Bennett, “The AI ‘comedians’ stealing jokes wholesale”, Chortle, 2026년 10월 15일. ··· 어떤 계정이 누구의 농담을 가져갔는지 가장 꼼꼼하게 정리한 기사예요.
- Kyle Torpey, “AI ‘comedians’ are stealing jokes on Instagram to sell OnlyFans subscriptions”, Gizmodo, 2026년 10월 6일. ··· 계정 개설 시점과 팔로워 증가 속도, 온리팬스의 AI 콘텐츠 규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 Rosie Thomas, “Have you heard the one about AI stealing real comedians’ work?”, Straight Arrow News, 2026년 9월 30일. ··· 이 현상을 먼저 다룬 보도예요. 카터가 새 농담을 올리지 않게 된 이야기가 여기 있어요.
- Ryan Broderick, “A genius OnlyFans marketing hack”, Garbage Day, 2026년 10월 7일. ··· 수익 추정과 콘텐츠 농장 가능성을 짚은 분석이에요. 수익은 공개 지표로 낸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세요.
한국 맥락
- 이복진, “종잡을 수 없는 입담…속이 뻥, 웃음 빵!”, 세계일보, 2026년 8월 18일. ··· 쇼츠와 릴스가 한국 스탠드업의 예고편이 된 흐름을 다뤘어요.
- 심지혜, “‘AI 복붙 영상’ 더 이상 안 팔린다…유튜브, 광고 수익 차단”, 뉴시스, 2026년 7월 26일. ··· 유튜브 수익 창출 가이드라인 개정 내용을 정리한 기사예요.
-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2조·제4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31조. ··· 저작물과 실연자의 정의, AI 생성물 표시 의무 조문을 직접 읽어볼 수 있어요.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