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호

저렴한 돌봄을 내세운 제도가 더 비싸졌어요

100명으로 시작해 73명이 남았고, 시간당 요금은 2년 만에 36% 올랐어요

비즈니스저렴한 돌봄을 내세운 제도가 더 비싸졌어요

2024년 8월 6일 입국한 100명 중 73명이 남았어요

2024년 8월 6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어요. 서울시가 고용노동부에 제안해 시작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첫 인력이었어요. 2026년 7월 기준 국내에 남은 인원은 73명이에요. 27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돌아갔어요. 2026년에만 3월에 6명, 4월부터 6월까지 매달 한 명씩 귀국했어요.

같은 기간 이용 요금은 반대로 움직였어요. 시작 시점 시간당 1만 3,940원이던 서비스 요금은 2025년 1만 6,800원, 2026년 1만 8,900원이 됐어요. 2년 만에 36% 올랐어요.

정부는 2025년 12월 22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 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육아 비용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작한 제도가, 비용을 덜어주지 못한 채 접힌 거예요.


애초 계획은 1,200명이었어요

노동부의 원래 계획은 2025년 2월에 시범사업을 끝내고 그해 상반기까지 인력을 1,200명으로 늘려 전국 단위 본사업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이 계획은 두 번 미끄러졌어요.

첫 번째는 수요 쪽이었어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참여 의사가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전국 확대의 전제가 사라지자 본사업 전환은 연기됐어요. 정부는 대신 2024년에 입국한 인력의 체류 허용 기간을 총 36개월로 늘리고 시범사업 기간 자체를 연장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새 인력을 들이지 않고 기존 인원으로만 유지하는 형태였어요.

두 번째는 제도 설계 쪽이었어요. 2025년 9월, 법무부는 가정이 외국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가사사용인’1 방식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어요. 최저임금 미적용에 대한 여성계·노동계·언론의 비판, 외국인의 참여 저조, 지자체 운영 상황을 이유로 들었어요. 그리고 2025년 12월, 노동부가 본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확정했어요. 같은 회의에서 2026년 고용허가제(E-9)2 외국인력 쿼터는 13만 명에서 8만 명으로 38% 줄었어요.

현재 남은 73명의 시범사업은 2027년 8월 6일까지예요. 그 이후에는 가사관리사와 고용주가 모두 원할 경우에만 1년 10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어요.

싸질 수 있는 구조가 처음부터 없었어요

이 제도가 기대를 모은 이유는 하나였어요. 내국인 가사관리사보다 낮은 가격에 돌봄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제가 출발부터 성립하지 않았어요.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3 비준국이에요.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해요.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처음부터 선택지가 아니었어요. 임금이 같다면 남는 변수는 중개·교육·관리 비용뿐인데, 이건 인원이 적을수록 한 사람당 단가가 올라가요. 100명으로 시작해 73명으로 줄어든 규모에서는 단가가 내려갈 방법이 없어요.

숫자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줘요. 2026년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간당 요금 1만 8,900원은, 헤럴드경제가 비교 기준으로 제시한 정부지원 아이돌봄 비용 1만 6,620원보다 높아요. 공공 서비스보다 비싼 ‘저렴한 대안’이 된 거예요.

이용 가구 구성도 이 가격을 따라갔어요. 노동부가 2025년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용 가구 10곳 중 9곳의 소득이 월 600만 원 이상이었어요. 900만~1,200만 원 구간이 30.4%로 가장 많았고, 1,800만 원 이상인 가구도 23.3%였어요. 600만 원 미만은 8.9%에 그쳤어요. 거주지는 강남구 19.64%, 서초구 13.39%, 성동구 11.61% 순이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게요. 이용자가 고소득층에 몰렸다는 사실이 곧 제도가 부유층을 위해 설계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시간당 1만 8,900원을 전액 자부담으로 낼 수 있는 가구만 남은 결과에 가까워요. 설계 의도가 아니라 가격이 이용자를 걸러낸 거예요.

제도가 닫혔다고 수요가 사라지진 않아요

공공 쪽 수치를 하나 붙여볼게요. 조은희 의원실이 성평등가족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아이돌봄 서비스의 평균 대기일은 39.4일이었어요. 2021년 19일, 2022년 27.8일, 2023년 33일, 2024년 32.8일로 이어지는 흐름이에요. 대기는 줄지 않았어요.

한쪽에는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공공 서비스가 있고, 다른 쪽에는 시간당 1만 8,900원짜리 민간형 대안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대안이 닫혔어요. 그 사이에 있던 가정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확인할 공식 통계는 아직 없어요.

여기서 브리프에 들어온 검색 신호를 짚어볼게요. 내부 검색 분석 도구가 2026년 9월 5일에 관측한 값이에요. ‘외국인 가사관리사’ 검색어의 관심도 추세는 하락(추세율 -0.608)이면서, 계절성은 특정 시점에 치솟는 스파이크형으로 분류됐어요. 그리고 검색 의도 태그는 거래형(transactional)인데, 실제 검색 결과 화면의 성격은 정보형(informational)으로 분류됐어요.

이 값들을 해석할 때 조심할 게 세 가지예요.

첫째, 검색량은 검색 횟수지 사람 수가 아니에요. 한 사람이 열 번 검색하면 열 번으로 잡혀요.

둘째, 여기서 말하는 ‘검색 의도’는 검색어 분류 태그예요. 실제 이용자가 무엇을 하려 했는지 물어본 결과가 아니에요.

셋째, 이 값은 내부 도구의 파생값이고 공개된 검색 지표로 교차 검증하지 않았어요. 원자료와 산출 방식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설로만 다뤄야 해요.

그 한계 안에서 읽으면 이래요. 관심 자체는 줄고 있어요. 언론이 크게 다룰 때만 잠깐 오르는 스파이크 패턴은 뉴스 반응에 가깝고요. 그런데 ‘거래형 검색어인데 정보형 화면이 나온다’는 조합은 다르게 읽혀요. 신청 방법이나 비용을 알아보려는 검색이 남아 있는데, 화면에는 제도의 성격을 설명하거나 종료를 알리는 글만 걸린다는 뜻이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이건 관측이 아니라 가설이에요. 검색 곡선만으로 “제도 밖 수요가 얼마나 크다”고 말하는 순간 근거를 넘어서요. 검색량은 도입률도, 시장 규모도, 인과관계도 증명하지 않아요.

이 제도가 남긴 확인 가능한 결론

확인된 사실만으로 정리하면 세 가지가 남아요.

첫째, 가격을 낮추는 수단이 없으면 돌봄 공급 정책은 설계대로 가지 않아요. 임금을 낮출 수 없는 조건에서 ‘저렴한 인력’을 정책 목표로 삼으면, 남는 건 관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뿐이에요. 이 제도는 그 부담을 이용 가정에 넘겼고, 그 결과 낼 수 있는 가정만 남았어요.

둘째, 제도의 성패는 인원이 아니라 이탈로 먼저 드러나요. 100명 중 27명이 계약을 채우지 않고 돌아간 시점에, 확대 여부를 논하기 전에 왜 나가는지를 먼저 봤어야 해요. 이용 가정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와 27% 이탈은 같은 사업의 두 얼굴이에요.

셋째, 종료 결정은 수요 판정이 아니에요. 정부가 본사업을 접은 근거는 지역 수요 부족과 제도 논란이었지, 돌봄 수요가 줄었다는 판단이 아니었어요. 평균 대기 39.4일이 그대로인 공공 서비스가 그 옆에 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 글에는 제 직접 경험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이 사업의 이용 가정이나 운영 주체를 제가 만나본 적이 없거든요. 대신 공개된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만 말할게요.

제가 이 사례에서 가장 먼저 본 건 가격이 아니라 비교 대상이었어요. 1만 8,900원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는 비싸지도 싸지도 않아요. 무엇 옆에 놓느냐가 판단을 만들어요. 공공 아이돌봄 옆에 놓으면 비싸고, 대기 39일 옆에 놓으면 살 만한 값이에요. 정책이든 제품이든 가격 논쟁이 엇갈릴 때는 대개 양쪽이 서로 다른 것과 비교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 본 건 27%라는 이탈률이에요. 만족도 조사는 남아 있는 사람에게만 물어요. 나간 사람은 설문 대상에서 빠지죠. 이용 가정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와 27명 중도 귀국이 같은 사업 안에서 공존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봐요. 어느 서비스든 이용자 만족도와 공급자 잔존율을 함께 보지 않으면 절반만 보는 거예요.

세 번째는 검색 신호를 다루는 태도예요. 저는 검색 곡선을 수요의 증거로 쓰는 걸 경계해요. 검색은 관심이 남아 있다는 흔적이지, 돈을 낼 사람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거든요. 다만 검색어의 성격과 검색 결과 화면의 성격이 어긋날 때는 한 번 들여다볼 만해요. 뭔가를 하려는 사람에게 설명만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이번 건도 거기까지가 말할 수 있는 범위예요.

caregiver

다만 이 세 가지는 제가 자료를 보고 끌어낸 해석이에요. 확정된 판단으로 옮기려면 검색 원자료와 요금 비교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해요.

마치며

돌봄 관련 정책이나 서비스 뉴스를 볼 때 한 가지만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해요. 가격을 낮추겠다는 약속에 가격을 낮출 수단이 붙어 있는지요. 임금, 보조금, 규모 중 하나는 움직여야 값이 내려가요. 셋 다 고정된 채로 값이 내려간다는 계획은 대개 이용자 부담으로 끝나요.

💬 아이돌봄이나 가사 도움을 구하실 때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셨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가격, 대기 기간, 신뢰 중 어디에서 막히셨는지가 궁금해요.

📨 돌봄 인력 정책이나 복지 서비스를 설계하는 분께 이 글을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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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가사사용인: 개인 가정과 직접 계약해 가사 업무를 하는 사람이에요.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요. 외국인 가사관리사 논의에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갈린 지점이 여기예요. ↩

  2. 고용허가제(E-9):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이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와 그 체류자격이에요. 정부가 매년 업종별 쿼터를 정해요. ↩

  3. ILO 차별금지협약: 국제노동기구가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채택한 협약이에요. 비준국은 국적을 이유로 임금을 달리 정할 수 없어요. 한국은 비준국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