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건 가수의 목소리인데, 저작권을 걸 수 있는 건 작곡뿐이에요
AI 커버곡이 쏟아져도 한국 법이 잡을 수 있는 건 절반뿐이에요
비즈니스원로 가수 목소리로 아이돌 신곡이 돌아다녀요
요즘 유튜브에서 수십 년 경력의 원로 가수 목소리로 올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부르게 한 AI 커버곡이 돌아다녀요. 듣는 쪽은 재미있어하고, 조회수도 잘 나와요. 그런데 그 한 곡 안에는 최소 세 명의 권리자가 들어 있고, 각자가 쥔 무기의 세기가 전부 달라요.
2026년 7월 31일 독일 뮌헨 지방법원이 독일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GEMA의 손을 들어줬어요. 상대는 AI 음악 생성 서비스 Suno고요. 국내 보도는 대체로 “이제 AI도 학습 데이터에 돈을 내야 한다”로 요약했어요. 방향으로는 맞는 말인데, 그 판결을 한국 법전 위에 그대로 올려놓으면 같은 소송이 성립하지 않아요. 무엇이 막는지 조문 단위로 확인해봤어요.
뮌헨 법원이 금지한 것과, 아예 다루지 않은 것
GEMA는 자기가 관리하는 여섯 곡을 특정해서 소를 냈어요. 보니 엠의 「라스푸틴」 같은 익숙한 곡들이에요. 법원은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고, 네 가지 행위를 금지했어요. 미국에서 이뤄진 학습용 복제, 모델이 곡을 기억하고 있는 상태로 인한 독일 내 복제, 모델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행위를 통한 공중송신, 그리고 생성된 출력물을 통한 복제와 공중송신이에요. 매출 공개 명령과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됐고, 배상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여기까지가 보도된 내용이에요. 그런데 판결문 해설을 읽으면 더 중요한 게 보여요. 이 소송에서 다뤄진 권리는 작곡, 즉 음악저작물 한 종류뿐이에요. 가사는 청구 대상에서 빠졌고,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의 권리는 아예 주장되지도 않았어요. 신탁단체1가 관리하는 권리만 법정에 올라간 거예요.
그리고 이건 1심이에요. Suno는 항소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GEMA가 OpenAI를 상대로 낸 2025년 11월 판결도 현재 항소심에 올라가 있고요. 아직 확정된 법리가 아니에요.
관할을 연 건 출력이 아니라 신탁단체였어요
이 판결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뮌헨 법원이 미국에서 이뤄진 학습 행위까지 자기 관할로 끌어왔다는 점이에요. 그 위에 독일법이 아니라 미국 저작권법을 직접 적용해서 공정이용 항변을 기각했어요.
그럼 무엇이 그 관할을 열어줬을까요. 독일 로펌들의 해설은 한목소리로 같은 지점을 짚어요. 법원이 근거로 삼은 건 신탁단체에 열려 있는 재판적 규정이고, 이 경로는 다른 권리자에게는 열려 있지 않다는 거예요. 개별 아티스트나 레이블이 같은 소를 냈다면 미국 학습까지는 손이 닿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까 “EU에 이용자가 있으면 어느 AI 기업이든 걸린다”는 요약은 절반만 맞아요. 정확히는 그 나라 신탁단체가 원고석에 앉을 수 있을 때만 열리는 문이에요. 이 구분이 한국으로 넘어오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요.
한국 법전에는 그 열쇠가 없어요
국제사법 제39조를 보면 답이 바로 나와요.
제39조(지식재산권 침해에 관한 소의 특별관할) ① 지식재산권 침해에 관한 소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결과에 한정한다.
- 침해행위를 대한민국에서 한 경우
- 침해의 결과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경우
- 침해행위를 대한민국을 향하여 한 경우
Suno의 출력이 한국 이용자에게 도달하면 2호나 3호로 소는 걸 수 있어요. 문제는 단서예요. 결과를 대한민국 안으로 못 박아 놓았어요. 미국에서 이뤄진 학습 복제는 한국에서 발생한 결과가 아니에요.
예외가 하나 있긴 해요. 같은 조 제3항이 주된 침해행위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경우에는 외국에서 발생하는 결과까지 포함해서 소를 낼 수 있게 해요. 그런데 해외 서버에서 이뤄진 학습이 여기 해당하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제40조는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침해지법을 따른다고 정해요. 뮌헨 법원처럼 한국 법원이 미국 저작권법을 직접 적용해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그림은, 제39조 단서가 결과를 국내로 한정하는 이상 학습 단계에서는 시작조차 되지 않아요.
무엇보다 한국에는 독일이 쓴 그 재판적 규정에 대응하는 조문이 없어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원고석에 앉아도 마찬가지예요. 협회는 이미 자기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AI 학습에 쓰려면 사전에 서면 이용허락을 받으라는 방침을 공지해두고 있어요. 방침은 있는데 그 방침을 국경 밖까지 밀고 갈 소송 경로가 없는 상태예요.
국내에서 학습이 이뤄진 경우라면 어떨까요. 한국 저작권법에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2 전용 면책 조항이 없어요. 제35조의5 공정한 이용이라는 일반조항 하나가 전부예요.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이용된 부분의 비중, 시장에 미치는 영향 네 가지를 사안마다 저울질하는 구조라서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단독 AI로 만든 노래, 멜론 TOP100 뚫었다…’마음의 숲’ 100위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음원이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메인 차트인 TOP100에 진입했습니다. 오늘(7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아티스트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은 멜론 TOP100에서 100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노래는 전날인 6일 기준 멜론한 곡 안에서 권리가 셋으로 갈라져요
그래서 한국에서 실제로 걸 수 있는 건 국내에 도달한 출력이에요. 대표적인 게 AI 커버곡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어긋남이 나와요.
| 무엇이 쓰였나 | 권리자 | 근거 | 실효성 |
|---|---|---|---|
| 원곡의 작사·작곡 | 곡의 저작권자 | 저작권법상 복제권·전송권, 신탁단체가 관리 | 가장 강함 |
| 원곡 음원을 재료로 썼다면 | 음반제작자 | 저작인접권 | 사용 방식 입증에 달림 |
| 흉내 낸 가수의 목소리 | 그 가수 본인 | 실연자의 권리 적용 안 됨 | 부정경쟁방지법으로만 |
실연자의 권리가 왜 안 되는지는 정의 조항에 그대로 적혀 있어요. 저작권법 제2조 제4호는 실연자를 “실연을 하는 자”로 정의해요. AI가 합성한 가창은 그 가수가 한 실연이 아니에요. 그 가수의 기존 실연을 복제한 것도 아니고요. 목소리의 특징만 학습해서 다른 노래를 부르게 한 거라서, 실연자 보호 규정이 겨냥하는 대상 자체를 비껴가요.
그럼 남는 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타목이에요.
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음성이 명시돼 있는 건 다행이에요. 그런데 조건이 두 개 붙어요. 널리 인식돼 있어야 하고, 자신의 영업을 위한 사용이어야 해요. 앞 조건 때문에 무명 세션 연주자나 신인 가수의 목소리는 이 조문으로 보호받기 어려워요. 뒤 조건 때문에 재미로 만들어 올린 비영리 커버도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원곡을 쓴 사람은 신탁단체라는 강한 무기를 갖고 있고,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은 유명해야만 무기를 들 수 있어요. 유명세가 권리의 조건이 되는 구조예요.
10월 29일에 신탁단체 법이 바뀌는데, AI는 없어요
여기서 시점이 하나 겹쳐요. 2026년 4월 28일 공포된 저작인접권[^3], 저작권법 일부개정이 2026년 10월 29일에 시행돼요. 내용이 작지 않아요.
- 제105조의2가 신설돼서 신탁관리업 허가에 5년 이하 유효기간과 재허가 심사가 생겨요
- 제105조의4가 신설돼서 회원에게 비영리 목적 이용을 직접 허락할 권리, 총회 의결권, 임원 보수 결정권이 부여돼요
- 제106조의4가 신설돼서 임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신고가 의무화돼요
- 제108조의3이 신설돼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수수료 요율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멀리 가는 변화가 정의 조항에 있어요. 제2조 제26호에서 신탁관리업의 대상이 “그 권리”에서 “그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로 바뀌어요. 권리를 통째로 맡기지 않고 쪼개서 맡길 수 있게 되는 거예요. AI 학습 이용에 관한 권리만 따로 떼어 맡기거나, 반대로 자기가 쥐고 있는 설계가 가능해져요. 협상의 단위가 달라지는 변화예요.
다만 확인한 조문 안에 AI 학습을 직접 다루는 신설은 없어요. 개정의 중심은 신탁단체 거버넌스예요. 독일이 이번에 쓴 무기가 강한 신탁단체였다면, 한국은 지금 신탁단체의 운영 방식을 손보는 중이고 AI는 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아요.
독일 쪽도 준비가 다 된 건 아니에요. GEMA는 판결 8일 전인 2026년 7월 23일에 PLAI라는 라이선스 완비 음악 데이터셋을 내놨어요. 음원 17만 8천여 개, 곡 5만 7천여 개 규모고 첫 고객은 악보 변환 기술 업체였어요. 그런데 GEMA 스스로 이 데이터셋이 창작자를 보조하는 도구를 위한 것이지 학습한 원곡과 경쟁하는 생성형 모델을 위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어요. 독일 음악기술 업계에서는 출시 직후 이걸로는 완성곡을 만드는 모델을 학습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고요. 소송으로 “무단 사용은 불법”을 확정시켰는데, 정작 피고 같은 회사가 살 수 있는 물건은 아직 시장에 없는 상태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 판결을 처음 봤을 때 제 판단은 이랬어요. 학습 데이터 라이선싱과 사용 정산 구조가 앞으로 음악산업의 기본값이 될 거라고요. 그런데 워너와 유니버설은 2025년 하반기에 이미 합의와 라이선스로 넘어갔어요. 저희가 27호에서 다룬 소송에서 화해로 넘어가는 사이클의 2단계가 작년에 끝난 거고, 정산 구조는 199호에서 제 책의 학습용 저작권료를 놓고 이미 한 번 다뤘어요. 같은 자리에 다시 서면 새로 드릴 게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조문을 열어봤고, 거기서 제 판단이 바뀐 지점이 나왔어요. 독일에서 벌어진 일은 AI 학습에 관한 새 법리가 아니라 누가 소송을 걸 수 있느냐에 관한 기존 제도의 차이였어요. 그리고 한국은 그 제도를 갖고 있지 않아요.
제가 제일 불편하게 느끼는 건 유명세가 권리의 조건이 되는 대목이에요. 목소리가 널리 알려진 가수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다툴 여지가 있고,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와 가수는 같은 일을 당해도 들 무기가 없어요. AI 커버곡을 만드는 쪽이 유명한 목소리를 고르는 이유는 그게 들을 만해서인데, 법이 보호하는 기준도 똑같이 유명세예요. 보호받는 사람과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정해지고 있어요.
한계도 분명히 해둘게요. 뮌헨 판결은 1심이고 항소가 남아 있어요. 국제사법 제39조에 대한 제 해석은 조문을 읽은 결과이고, 한국 법원이 AI 학습 사안에서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된 사례를 찾지 못했어요. 실제 분쟁이 생기면 법원이 제3항의 “주된 침해행위”를 제가 읽은 것보다 넓게 볼 가능성도 있어요.
마치며
독일 판결에서 배울 건 AI가 라이선스를 사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에요. 그건 작년에 이미 정해졌어요. 배울 건 그 소송을 누가 걸 수 있었느냐예요. 강한 신탁단체가 있었고, 그 단체에만 열리는 재판적 규정이 있었어요.
한국에는 그 조합이 없어요. 국내에 도달한 출력만 다툴 수 있고, 그 출력에서 가장 아픈 목소리는 유명한 사람만 보호받아요. 10월 29일에 신탁단체 법이 크게 바뀌지만 AI는 그 개정의 대상이 아니에요. 다만 권리를 쪼개서 맡길 수 있게 되는 변화는, 나중에 AI 학습 권리를 따로 협상하려 할 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도구예요.
지금 판단을 바꿔야 하는 쪽은 두 곳이에요. AI 음악이나 음성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학습 데이터보다 국내에 도달하는 출력 쪽에 먼저 위험이 쌓여요. 권리를 관리하는 쪽이라면 10월 개정이 시행되기 전에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쥘지 정해두는 편이 나아요.
💬 구독자님은 AI 커버곡을 들을 때 어느 쪽이 먼저 걸리셨나요. 원곡을 쓴 사람 쪽인가요, 목소리를 흉내당한 사람 쪽인가요.
📨 AI 음악이나 음성 서비스를 만드는 분, 혹은 음원 권리를 관리하는 분이 주변에 계시면 이 글을 보내주세요. 10월 29일 전에 정해둘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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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제사법 제39조”.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의 국제재판관할과 결과를 국내로 한정하는 단서가 여기 있어요.
-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제2조·제35조의5”. 실연자 정의와 공정이용 일반조항을 직접 읽어볼 수 있어요.
- 국가법령정보센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음성을 보호하는 타목의 요건을 확인할 수 있어요.
-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2026년 4월 28일 공포, 2026년 10월 29일 시행)”. 신탁관리업 개편 내용을 신구대조로 볼 수 있어요.
배경 지식
- JUVE Patent, “Munich court rules in favour of GEMA in AI copyright case against Suno”, 2026년 8월. 판결의 쟁점과 항소 전망을 실무자 시각으로 정리했어요.
- Music Week, “GEMA launches PLAI licensed music dataset for AI”, 2026년 7월. 데이터셋의 규모와 적용 범위가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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