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공장은 폐차가 아니라 스크랩을 먹고 살았어요
가동률을 결정한 건 도로 위 전기차가 아니라 배터리 공장이었고, 2026년에 그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해요
비즈니스설비는 120만 톤인데 들어온 원료는 44만 톤이었어요
폐배터리 재활용은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자주 소개된 성장 산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크게 적자를 낸 산업이에요. 숫자를 겹쳐 놓으면 이유가 보여요. 2023년 기준 전 세계 재활용 설비는 전처리1 약 120만 톤, 후처리 약 125만 톤 규모였는데, 그 설비에 넣을 사용후 배터리와 공정 스크랩2을 다 합쳐도 44만 톤 수준이었어요. 설비의 3분의 1을 채울 원료밖에 없었다는 뜻이에요.
같은 기간에 시장 전망치는 계속 커졌어요. 원료 발생량이 2040년에 620만 톤까지 늘어난다는 추정이 그대로 유효했거든요. 그러니까 성장 전망과 가동률 부진은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하나는 2040년의 숫자였고, 다른 하나는 지금 공장 문 앞에 도착한 트럭의 숫자였어요.
가동률을 결정한 건 도로 위가 아니라 공장 안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재활용 공장이 지금 무엇을 갈아 넣고 있는지는 잘 안 나와요.
2025년까지 국내 재활용 업체의 주력 원료는 수명이 끝나 차에서 내려온 배터리가 아니었어요. 배터리 셀과 양극재를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불량품과 공정 부산물, 그러니까 스크랩이었어요. 사용후 배터리는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갈리지만 제조 스크랩은 사실상 전량 재활용으로 들어와요. 물량이 일정하고 성분도 균일해서 초기 재활용 사업에는 가장 다루기 좋은 원료였어요.
그런데 이 원료에는 성가신 성질이 하나 있어요. 스크랩은 배터리가 많이 팔릴 때가 아니라 배터리가 많이 만들어질 때 나와요. 전기차 수요가 꺾이고 배터리 회사들이 라인을 세우자 불량품도 같이 줄었어요. 재활용 설비는 전기차 시장의 완충 장치가 아니라, 배터리 공장 가동률을 그대로 물려받는 하류 공정이었던 거예요.
산업의 서사와 현실이 갈라진 지점이 정확히 여기예요. 투자 설명 자료는 이 산업을 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전기차 대수로 설명했는데, 손익계산서는 배터리 공장의 생산 스케줄로 움직였어요. 설비 증설 결정은 앞쪽 시계를 보고 내려졌고, 원료 수급은 뒤쪽 시계를 따라갔어요.
여기에 판가가 겹쳤어요. 리사이클러는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사서 리튬, 니켈, 코발트를 뽑아 되파는 구조라, 추출한 금속의 시세가 곧 판매 단가예요. 탄산리튬 가격은 2023년 11월에 1킬로그램당 100위안 선이 무너진 뒤 오래 회복하지 못했고, 니켈도 낮은 구간에 머물렀어요. 원료 매입 단가는 시세를 늦게 따라오기 때문에 판가가 빠지는 국면에서는 마진이 먼저 줄어요. 성일하이텍은 2023년에 매출 2,474억 원, 영업적자 83억 원을 기록했어요. 설비를 늘린 회사일수록 고정비가 먼저 커졌어요.
2026년은 원료의 출처가 바뀌는 해예요
이 구조가 지금 바뀌는 중이에요. 증권가에서는 오래전부터 2026년을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이 셀 스크랩 발생량을 넘어서는 시점으로 잡아 왔어요. 초기에 팔린 전기차들의 수명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끝나기 때문이에요. 원료의 출처가 공장 안에서 도로 위로 넘어간다는 뜻이고, 그 순간부터 재활용 산업의 가동률은 배터리 공장의 생산 계획이 아니라 10년 전 판매량과 폐차 대수를 따라가게 돼요.
현장 지표도 방향이 바뀌었어요. 성일하이텍은 2023년부터 노후 1·2공장을 세우고 효율이 좋은 새만금 3공장 위주로 돌렸는데, 2026년 4월 기준 3공장 가동률이 90% 수준에 도달했고 2공장을 생산능력 2배로 키워 5월 재가동에 들어간다고 알려졌어요. 원료 수급처도 30여 곳에서 100곳까지 늘렸어요. 증권사 추정으로는 3공장 가동률이 2025년 4분기 70~80%에서 2026년 3분기에 100%에 근접할 것으로 봤어요.
금속 시세도 바닥을 지났어요. 코발트는 2025년 9월 톤당 33,406달러에서 2026년 6월 55,854달러로, 니켈은 2025년 2월 15,275달러에서 2026년 6월 17,664달러로 올랐어요. 리튬은 2026년 1월 킬로그램당 16달러에서 5월 24.1달러까지 오른 뒤 21.6달러로 조정을 받았고요. 판가가 올라오고 신규 공장 가동률이 따라 오르면서 국내 재활용 기업들이 2026년 중 분기 손익분기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태예요. 다만 니켈은 2026년 9월 8일 기준 톤당 16,755달러로 6월보다 낮아, 회복이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제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2026년 5월 26일 공포됐고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돼요.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 자원으로 규율하고, 탈거 전 성능평가와 전주기 이력·거래 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의 법적 근거를 담았어요. 정부 전망에서 국내 사용후 배터리 배출량은 2025년 8,321개에서 2030년 10만 7,500개 수준으로 늘어요. 회수 경로와 이력 추적이 법으로 정리된다는 건, 지금까지 개별 계약으로 긁어모으던 원료가 제도화된 유통망으로 들어온다는 뜻이에요.
검색 관심은 실적보다 먼저 빠져나갔어요
흥미로운 건 대중의 관심이 정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에요. 자체 검색 분석에서 폐배터리 키워드의 월 검색량은 2026년 7월 관측치가 17,840회였고, 추세는 하락, 비교 기간 대비 검색량은 0.791배로 나왔어요. 관심의 정점은 적자가 가장 깊던 구간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기대 국면에 있었고, 실적이 돌아서는 구간에서는 이미 관심이 빠져나간 뒤였어요.
여기서 선은 분명히 그어야 해요. 검색량은 검색 횟수이지 시장 규모도, 채택률도, 투자 성과의 증거도 아니에요. 검색이 줄었다고 산업이 죽는 것도 아니고, 검색이 늘었다고 수요가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한 가지는 읽을 수 있어요. 이 주제의 검색은 산업 구조를 이해하려는 질문보다 관련주를 찾는 질문에 더 가깝게 움직여 왔고, 주가 서사가 식으면 질문도 같이 식어요. 정작 원료 구조가 바뀌는 지금이 이 산업을 처음으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점인데도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 산업을 볼 때 저는 세 가지를 다르게 보려고 해요.
첫째, 선행지표를 바꿔야 해요. 지금까지 폐배터리 기사는 전기차 판매량으로 시작했는데, 2025년까지의 손익을 실제로 움직인 건 배터리 셀·양극재 공장의 가동률이었어요. 2026년 이후로는 여기에 폐차 등록 대수와 배터리 탈거 건수가 더해져요. 어떤 원료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모르는 채로는 그 회사의 다음 분기를 예측할 수 없어요.
둘째, 이 산업에서 설비 규모는 경쟁력의 지표가 아니에요. 원료를 확보한 계약의 수가 지표예요. 성일하이텍이 수급처를 30여 곳에서 100곳으로 늘린 건 증설 발표보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봐요. 원료가 부족한 산업에서 캐파는 고정비이고, 조달망이 자산이에요.
셋째, 수요의 바닥은 시세가 아니라 규제가 만들어요. EU는 배터리 제조 과정의 탄소 규제와 재생원료 최소 투입 규제를 단계적으로 예고해 왔고, 한국도 재생원료 인증제를 법에 넣었어요. 재생 금속을 쓰지 않으면 팔 수 없는 시장이 생기면, 재생 금속의 가격은 광산 금속 시세와 따로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 분리가 실제로 일어나는지가 이 산업의 장기 수익성을 가르는 분기점이에요.
마치며
폐배터리 시장에서 성장 전망과 가동률 부진이 함께 보인 건 누군가 숫자를 부풀렸기 때문이 아니에요. 설비는 배터리 생산의 시계로 지어졌고, 원료는 자동차 수명의 시계로 도착했기 때문이에요. 두 시계의 간격이 3년 가까이 적자를 만들었고요.
2026년은 그 간격이 처음으로 좁아지는 구간이에요. 다만 이번에도 제가 먼저 볼 건 전망치가 아니라 원료 가운데 사용후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 조달 계약의 수, 재생원료 의무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예요. 금속 시세는 이보다 변동이 크고, 방향도 아직 한쪽으로 정해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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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SK에코플랜트 뉴스룸,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설비 절반이 개점휴업? 안정적인 폐배터리 수급 방안은?”, 2024년 3월. ··· 설비 용량과 원료 발생량의 격차를 톤 단위로 비교한 자료
- 법률신문, “사용후 배터리법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 2026년 6월. ··· 공포일과 시행일, 성능평가·이력관리·재생원료 인증제의 구조를 정리
- 한국경제TV, “성일하이텍, 다음달 공장 재가동”, 2026년 4월 8일. ··· 3공장 가동률과 원료 수급처 확대를 다룬 취재 보도
- 디지털투데이, “리튬 가격 8달러에서 22달러로, 폐배터리 업계 흑자 전환 가시권”, 2026년 8월 7일. ··· 금속 시세와 리사이클러 손익의 연결 고리를 설명
배경 지식
- 디일렉, “성일하이텍 3공장 6월 가동”, 2024년 3월. ··· 2023년 실적과 금속 가격 하락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
- SNE리서치, “전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망”. ··· 폐배터리와 스크랩을 나눠 보는 시장 구분의 출발점
- 김·장 법률사무소,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방안”. ··· 블랙 파우더의 폐기물 규제 제외와 재생원료 인증제의 제도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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